장기 이식 둘러싼 인물들 이야기 담아
김신록·김지현 합류… 1인 16역 열연
1인극(모노극)은 배우 역량에 전적으로 작품의 성공 여부가 달린다. 아무리 스토리가 탄탄하고 무대 장치가 뛰어나다고 해도 배우의 연기가 삐걱거리거나 공연 내내 극을 끌고 나가는 힘이 부족하면 말짱 도루묵이 되기 십상이어서다. 하물며 배우 혼자서 등장인물 서너 명도 아니고 16명을 오가야 하는 작품이라면 어떨까. 배우의 연기력과 집중력은 물론 관객 몰입도를 끓게 하는 에너지가 필수다. 연극 ‘살아있는 자를 수선하기’가 그렇다.

이 작품은 바다와 서핑을 사랑하는 열아홉 살 청년 ‘시몽 랭브르’가 불의의 교통사고로 뇌사 판정을 받게 된 후 그의 심장 등 장기 이식 과정을 둘러싼 24시간을 그린 것이다. 현대 프랑스 문단을 대표하는 작가 마일리스 드 케랑갈의 동명 베스트셀러를 에마뉘엘 노블레가 1인극으로 각색했다. 2019년 국내 초연과 지난해 재연 당시 큰 인기를 누렸고 1년여 만에 세 번째 무대로 관객을 만나고 있다. 민새롬 연출과 임수현 번역가, 박승원 음악감독 등 초연 때부터 함께 한 창작진과 스태프가 다시 뭉쳤고, 초연·재연 때 무대에 섰던 남성 배우 손상규, 윤나무에다 여성 배우 김신록과 김지현이 새로 합류해 4명이 번갈아 가며 무대에 오른다. 이들 모두 연기력이 검증된 배우들답게 극 중 해설자와 각종 캐릭터를 숨 가쁘게 오가며 무대 위를 뛰어다니고 다양한 감정 연기를 하지만 흐트러짐이 없다. 관객들의 기립박수를 받을 만할 정도로 러닝타임 100분을 혼자 거뜬히 책임진다.
‘살아있는 자를 수선하기’는 장기 이식의 숭고함에만 초점을 맞추기보다 삶과 죽음의 경계에서 펼쳐지는 다양한 이해관계인의 시선을 보여주면서 심장이 무사히 뛰고 있는 사람들이 자신의 삶을 되돌아보게 한다.
민새롬 연출은 “이 작품의 대본은 한 청년의 심장이 타인에게 이식되는 과정 속에 일상적인 (혹은 비일상적인) 이해관계에 놓인 인물들의 삶의 순간을, 폭발적인 문학적 수사를 사용하면서도 담담하게 그려내고 있다”고 말했다. 9월 4일까지 동국대학교 이해랑예술극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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