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층 사이엔 "총리, 우리와 똑같아" 목소리
산나 마린 핀란드 총리가 파티를 즐기는 동영상이 유출된 것과 관련해 핀란드 정부 내에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나왔다. 반면 젊은 국민들 사이에선 ‘공직 수행과 무관하다면 뭐가 문제냐’는 반응이 우세해 보인다. 이런 가운데 마린 총리는 파티장 동영상과 별개로 총리관저 내부에서 촬영된 몇 장의 사진에 대해선 “부적절하다”고 사과했다.
23일(현지시간) 영국 BBC는 최근 마린 총리를 둘러싸고 벌어진 일련의 소동에 관해 ”핀란드 국내에서의 반응은 엇갈린다”(The reaction in Finland has been mixed)고 보도하며 상반된 두 시각을 소개했다.

아니카 사리코 부총리 겸 재무장관은 “파티를 즐기는 라이프스타일이 생계비 위기에 허덕이는 대다수 핀란드 국민이 맞닥뜨린 현실과 일치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사리코 부총리는 핀란드 내각의 ‘2인자’로 마린 총리를 상사로 모시고 있다.
핀란드를 비롯한 유럽 국가들은 요즘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에 따른 인플레이션의 직격탄을 맞고 있다. 생필품 가격 등 물가상승 여파로 대다수 국민이 생활고를 호소하는 실정이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후 러시아와 국경을 접한 핀란드에선 안보 위기마저 가중되는 현실이다.
사리코 부총리의 언급은 이처럼 국민이 힘들어할 때 정치인들은 처신에 한층 신중을 기해야 한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다만 그는 총리라는 직책이 ‘도덕의 수호자’(moral guardian)는 아니라고 말해 총리한테도 파티를 즐길 권리는 있음을 분명히 했다.
일반 국민, 특히 젊은층의 생각은 좀 다릇 듯하다. BBC에 따르면 최근 많은 핀란드인들이 앞다퉈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파티에서 정열적으로 춤추고 노래하는 동영상을 올리는 것으로 마린 총리에 대한 응원을 표현하고 나섰다.
이들은 마린 총리가 1985년 11월생으로 현재 36살 젊은이라는 점에 공감하는 것으로 보인다. 또 아무리 높은 공직자라도 사생활은 보장돼야 한다는 생각이 강하다. BBC는 “총리실이란 고압적인 장소 바깥에서는 보통의 젊은이들과 같은 삶을 살고자 하는 것에 대한 지지가 많다”고 전했다.

실제 마린 총리는 동영상 유출 파문이 커지자 “그렇다고 총리로서 임무를 소홀히 한 적이 전혀 없다”고 반박했다. 야당과 일부 언론의 마약 의혹 제기에도 무죄추정의 원칙을 들어 맞섰다. 최근 실시한 마약 검사에서 그는 ‘음성’ 판정을 받았다.
다만 새롭게 공개된 총리관저 내부 사진에 대해선 마린 총리도 고개를 숙였다. 이는 파티 동영상과는 별개로 지난 7월 촬영된 것인데, 마린 총리의 관저에 초청을 받은 여자 손님들이 화장실에서 상반신을 드러낸 토플리스 차림으로 있는 모습이라 SNS 등에서 논란이 확산했다. 과도한 신체노출도 문제이지만 공적 장소인 총리관저에서 그런 사진을 찍은 것 자체가 국민 정서와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이에 마린 총리는 “그 사진은 부적절하다”(The picture is not appropriate)고 시인한 뒤 사과했다. 이어 “그런 종류의 사진은 찍히지 말았어야 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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