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24일 한·중 수교 30주년을 맞아 양국의 외교수장이 정부 대표로 참석하는 공식 기념행사가 열리며 ‘수교 30주년’의 의미를 다질 예정이다. 하지만 미·중 전략경쟁과 글로벌 공급망의 재편 등 급변하는 국제정세의 변화 속에서 향후 한·중관계를 안정적으로 관리할 전략을 고민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22일 외교가에 따르면 박진 외교부 장관과 왕이 중국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은 이틀 뒤 서울과 베이징에서 열리는 기념행사에 각각 참석해 윤석열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수교 30주년 메시지를 상대국에 전달하는 방안이 추진되고 있다. 이번 행사에 한·중 외교수장이 정부 대표로 참석하는 것은 양국이 수교 30주년에 부여하는 각별한 의미를 보여주는 방증으로 볼 수 있다.
반면 최근 미국과 중국의 치열한 전략경쟁 속에서 양국은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공급망·반도체 등의 문제로 갈등을 빚으며 ‘가깝고도 먼’ 사이임을 드러내기도 했다. 지난 9일 박진 장관과 왕 부장이 중국 산둥성 칭다오에서 열린 외교장관 회담에서 사드 문제를 두고 벌였던 신경전이 최근 한·중관계의 현실을 여실히 보여줬다는 평가가 나온다.
양 장관은 표면적으로는 사드 문제가 양국 관계에 걸림돌이 되지 않도록 하자는 데 뜻을 모았지만, 중국은 회담 다음날 이른바 사드 3불(不)에 더해 1한까지 들고나온 바 있다. ‘사드 3불·1한’은 한국이 △사드를 추가 배치 않고 △미국의 미사일방어체계(MD)에 참여하지 않으며 △한·미·일 군사동맹을 하지 않는다는 3불과 △기배치된 사드의 운용을 제한하는 1한을 뜻하는 중국 정부의 주장이다.
당시 회담에서 박 장관은 대중국 외교의 원칙으로 ‘화이부동(和而不同·조화를 이루되 같아지지 않는다)’을 거론했고 왕 부장도 “(그것이) 군자의 사귐”이라고 호응하기도 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최근 양국의 불편한 관계를 고려했을 때 한·중이 ‘화이부동’과 ‘동이불화(同而不和)’의 갈림길에 섰다는 분석을 내놨다.
한 외교 소식통은 “논어에서 공자는 ‘군자는 화이부동하고 소인은 동이불화한다’고 말했다”며 “군자는 화합을 이루면서도 이익을 위해 주관을 버리지 않으나, 소인은 이익을 위해 상대방을 맹목적으로 따르면서도 결국 화합을 이루지 못한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는 “중국과 수교 30주년을 맞은 한국이 대중(對中)관계를 어떻게 설정하느냐에 따라 ‘화이부동’을 할수도, 중국을 맹목적으로 따르면서 화합도 못하는 ‘동이불화’에 빠질 수도 있는 형국”이라며 “결국 윤석열정부의 대중 전략에 따라 양국의 관계도 바뀔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날 아산정책연구원은 이슈브리프 <중국의 ‘5개 응당’에 제대로 대응해야 한다>를 통해 “수교 이후 양국 관계는 ‘전략적 협력 동반자’ 관계로까지 발전되어 왔지만, 중국이 우리를 진정한 협력 파트너로 생각하고 있는지를 의심하게 만드는 사례들이 심심치 않게 나타난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최근 한·중 외교장관 회담에서 중국 측이 제시한 ‘5개의 마땅함(應當·응당)’을 예로 들었다. 5개의 마땅함은 △독립자주 견지 △선린 우호 견지 △개방과 윈-윈 견지 △평등·존중 견지 △다자주의 견지를 의미한다.
아산연은 “우리가 ‘5개 응당’을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하는 것은 중국이 한중관계를 수평적, 호혜적 관계가 아닌 수직적이고 시혜적인 관계라고 생각하고 있다는 점을 드러냈기 때문”이라며 “윤석열정부는 ‘상호존중’의 한·중관계를 형성하는 것을 대외정책의 주요 과제로 삼고 있는데, 중국이 우리의 입장을 진정으로 존중하게 만들기 위해서는 ‘5대 응당’이 담고 있는 잘못된 인식에 대해 제대로 대응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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