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와인 잔 깊숙하게 코를 갖다 댄 뒤 숨을 크게 들이쉬며 비강에 향을 가득 채우는 남자. 와인 한모금 입에 머금고 혀로 이리저리 굴리더니 샅샅이 해부한다. 불순물은 없는지. 탄닌, 당도, 산도가 얼마나 적절하게 어우러지는지. 코와 입에서 잔향은 얼마나 길게 이어지는지. ‘와인의 신’으로 불리는 마스터 오브 와인(MW)을 비롯해 양조학자, 와인메이커, 소믈리에, 와인 수입사 관계자, 와인 저널리스트 등 와인전문가들이 한자리 모여 출품 와인들을 평가하는 이 행사는 바로 올해 10주년을 맞은 아시아와인트로피다.



#10주년 맞은 OIV 공인 아시아와인트로피
관세청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와인 수입액은 5억6000만달러(약 7481억원)로 전년 대비 70%가량 폭발적으로 성장했다. 올해도 상반기(1~6월) 와인 수입액은 2억9749만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2억8000만 달러)보다 6.25% 증가했으며 올해 와인 수입액은 1조원을 돌파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처럼 와인 시장이 커지고 20∼30대 젊은층도 와인을 찾을 정도로 주류 소비 패턴이 바뀌고 있지만 ‘와린이’들에게 와인은 여전히 어렵다. 품종도 다양하고 같은 품종이라도 지역이 달라지면 전혀 다른 와인이 되기 때문이다. 같은 지역이라도 와인 메이커 양조스타일에 따라, 빈티지에 따라 또 다양하게 변신한다.


이처럼 와인은 변화무쌍하기에 와인 지식이 많지 않은 소비자들은 와인샵이나 마트에서 와인을 고를 때 한참을 망설인다. 이럴 때 도움이 되는 것이 국제와인품평대회에서 메달을 수상한 와인들이다. 매년 와인 1만5000종이 출품되고 심사위원 400여명이 참가하는 국제와인기구(OIV) 최대 규모 와인품평회인 베를린와인트로피, 프랑스 양조학자 연맹이 파리에서 여는 비날리 인터내셔널(Vinalies Internationals), 벨기에 브뤼셀에서 처음 시작해 매년 유럽의 도시를 돌면서 열리는 콩쿠르 몽디알 드 브뤼셀(CMB), 영국의 디캔터 와인 어워드(Decanter Wine Awards)와 인터내셔널 와인 앤 스피릿 컴피티션(IWSC), 독일의 문두스 비니(Mundus Vini) 등이 대표적이다. 또 하나가 2013년부터 시작해 올해로 10주년을 맞은 아시아와인트로피로 OIV가 공인한 유일한 아시아의 와인품평대회다. 내로라하는 전문가들이 블라인드 테이스팅으로 점수를 매긴 뒤 메달을 수여한 와인들이라 소비자들은 믿고 마실 수 있다.


올해 아시아와인트로피는 1부 21∼23일, 2부 25∼28일 일정으로 진행된다. 첫해 출품와인 2000여종과 심사위원 70명으로 시작한 아시아와인트로피는 올해 출품와인 3600종으로 성장했고 1부는 12개국 66명, 2부는 10개국 79명 심사위원이 참여한다. 국내외 심사위원들이 6명으로 한 팀을 이뤄 그랑골드(92점 이상), 골드(85점 이상), 실버(82점 이상)로 점수를 매기며 최고·최저 점수는 평가에서 제외해 객관성을 최대한 확보한다. 또 수상 와인을 전체 출품 와인의 30%로 제한해 수상 남발을 막는다. 수상 와인들은 대전의 상징인 한빛탑 마크가 새겨진 메달 스티커를 병에 달고 전세계 소비자들을 만난다.

#다양하고 알찬 아시아와인컨퍼런스
행사기간에는 국내외 저명한 인사들이 나서 다양한 주제로 컨퍼런스를 진행한다. 일반 소비자도 누구나 무료로 참여할 수 있으며 2018년 한국관광공사의 컨퍼런스 평가에서 전국 1위를 차지할 정도로 내용이 알차다. 올해도 28일
‘디스커버리리 오브 대전’을 시작으로 다양하고 심도있는 컨퍼런스가 진행된다. 이날 행사는 중앙·동유럽 피노누아를 주제로 열렸다. 심사위원 10명이 블라인드로 여러 나라의 피노누아를 심사하고 점수를 매기는 현장을 실시간으로 중계했다. 피노누아는 프랑스 부르고뉴를 대표하는 품종. 이날 선보인 슬로베니아, 몰도바, 루마니아 등 중앙·동유럽 피노누아 와인들은 부르고뉴 와인에 결코 뒤지지 않는 뛰어난 잠재력을 보여줘 참석자들을 놀라게 했다.


또 한국 와인중 우리나라에서 개발한 품종 청수로 만든 청수 와인을 소개하는 마스터 클래스를 비롯, 독일 모젤 와인, 조지아의 대표 품종 사페라비(Saperavi), 세계 3대 주정강화인 셰리 와인의 혁명을 주제로 마스터 클래스가 진행되며 23일에는 이탈리아 시실리아 마르살라(Marsala) 품종, 조지아 앰버 와인 등이 소개된다.
대전국제와인페스티벌이 열리는 26∼28일에도 와인컨퍼런스가 계속된다. 26일에는 루마니아 와인, 한국의 내추럴 와인, 보르도 와인, 남아공 와인 마스터 클래스가 열리고 27일에는 이탈리아 북부 피에몬테와 베네토 와인, 보졸레 와인, 바이오다이나믹 와인, 슬로베니아 와인으로 꾸며진다. 28일에는 모젤 와인의 과거와 현재를 비교하는 마스터 클래스와 미국 프리미엄 피노누아 와인 산지 오리건의 와인들이 소개하는 시간도 마련된다.


#와인향기로 물들이는 대전국제와인페스티벌
올해 11회를 맞는 대전국제와인페스티벌도 역대 최대 규모로 26∼28일 대전컨벤션센터 제2전시관에서 열리고 물빛광장에서는 ‘와인문화의 밤’행사도 곁들여진다. 매년 1만2000명정도가 찾는 소비자들에게 가장 인기있는 행사로 입장료 1만원을 내면 다양한 와인을 무료로 시음하고 대폭 할인된 가격으로 와인을 구매할 수 있는 와인축제다. 코로나19로 2년동안 취소·축소됐는데 올해는 230개 부스가 참여하는 최대 규모 와인 축제로 진행된다. 오후 4시∼10시에 진행되는 와인문화의 밤에서는 와인, 수제맥주를 푸드트럭의 음식과 함께 즐길 수 있고 신나는 EDM 파티와 K-팝 공연도 펼쳐져 대전의 밤을 뜨겁게 달굴 것으로 보인다. 리모델링을 거쳐 올해 새롭게 문을 제2전시장은 연면적 4만9754㎡으로 지하 2층∼지상 3층 규모로 전시장과 다목적실 등을 갖췄다.
세계소믈리에협회(ASI)의 회원사인 (사)한국국제소믈리에협회(KISA)에서 주관하는 한국 국가대표 소믈리에 경기대회도 열린다. 올해는 3년마다 열리는 ‘왕중왕전’으로 치러지며 최종우승자는 ASI 주최로 2023년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세계 베스트 소믈리에 대회에 한국 국가대표로 출전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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