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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만 주면 ‘뚝딱’ 자격증 남발… 갈길 먼 탐정업

입력 : 2022-08-14 22:00:00 수정 : 2022-08-14 18:4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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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칭 사용 2년

국내 민간자격증만 109개 달해
심사·관리 등 관련 입법은 전무
무능업자 양산속 소비자만 피해

“주무부처·관련 법안 마련 시급”
시장 정화시킬 단체 필요성도

“세상에, 탐정 관련 협회가 전국에 57개예요. 이러니 탐정 숫자보다 협회 숫자가 더 많다는 우스갯소리가 나온다고요.”

최근 취재진이 만난 탐정업계 종사자의 푸념이다. 2020년 8월부터 국내에서도 ‘탐정’이란 명칭을 사용할 수 있게 되면서 탐정 관련 협회와 민간자격증이 우후죽순으로 생겨났다. 그러나 지난 2년간 해당 직업군을 심사·관리하는 등의 관련 입법은 전무해 탐정이 사실상 민간의 돈벌이 수단으로 전락하고 시장은 무법천지가 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탐정을 관리하는 주무부처를 선정하고 관련 법안을 서둘러 통과시켜 부작용을 막아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14일 세계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이달 기준 국내 탐정 관련 민간자격증은 총 109개에 달한다. 2020년 8월(27개)과 비교하면 2년 만에 관련 자격증이 82개나 늘어났다.

탐정업계는 탐정이란 명칭을 쓸 수 있게 한 신용정보법 개정안이 2020년 8월 시행되면서 급속도로 성장했다. 현재 업계에선 겸업탐정 등을 포함하면 탐정업 종사자가 전국적으로 1만명에 이를 것으로 보고 있다.

탐정은 △성인 실종자 소재 확인 △부동산 등기부등본 등 공개된 정보 대리 수집 △도난·분실·은닉자산 소재 확인 등의 역할을 한다. 채용 대상자가 제출한 이력서의 거짓 유무 확인 등 기업이 의뢰한 증거조사 업무를 수행하기도 한다. 이처럼 탐정업은 개인이 수행하기엔 시·공간적 제약 때문에 어렵고, 공권력이 개입하기엔 애매한 문제들을 해결해 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를 모았다.

하지만 탐정이란 명칭을 사용할 수 있게 된 지 2년이 지났지만, 기대만큼 내실 있는 성장이 이뤄졌는가에 대해선 회의적 시각이 지배적이다. 전문가뿐 아니라 탐정업에 종사하는 관계자들조차 “현 상태는 분명 문제가 많다”고 입을 모은다.

 

난립하는 협회와 자격증이 가장 큰 문제로 지적된다. 현재 탐정업 자격증은 사실상 돈만 내면 딸 수 있는 증명서로 전락했다. 민간자격증이 3000여개에 달하는 심리상담업계와 비슷한 상황이다. 능력 없는 탐정업자가 양산되면 이로 인한 피해는 고스란히 소비자들에게 돌아간다. 성인 실종자 소재 확인 의뢰 건의 경우 서울에선 200만∼300만원의 가격대가 형성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취재진이 한 탐정협회에 자격증을 문의하자 “일주일 안에 어렵지 않게 (시험에) 붙을 수 있다”는 답이 돌아왔다. 해당 협회는 ‘2주만 공부해도 자격증을 딸 수 있느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강의 수강은 3과목이지만 시험은 1과목만 본다. 시험 과목은 저희가 정해놨다”며 “강의를 수강하다 보면 마지막에 기출문제를 전체적으로 풀어주는데, 기출문제만 공부하면 보통은 일주일 안에 딴다”고 했다. 해당 협회의 자격증시험 응시료는 110만원이었다.

전문가들은 탐정이 본질적으로 국민의 사생활을 침해할 가능성이 열려 있는 직업군인 만큼 이들을 관리할 주무부처를 정하고 관련 법을 제정하는 게 우선이라고 본다. 강동욱 동국대 교수(법학)는 “억울한 일을 당해 탐정을 찾는 사람들이 또 다른 억울함을 당하지 않도록 무분별한 현 상태를 정리할 필요가 있다”며 “행정안전부에서 직업군을 관리하며 자격 여부를 심사하는 방안을 고려해볼 수 있다”고 했다. 김종식 한국민간조사학술연구소장도 “탐정업자의 진입과 퇴출 등에 대한 규칙을 정한 법률을 만들어야 한다”고 제언했다.

변호사협회나 의사협회처럼 자정작용을 할 수 있는 단체 설립이 시급하단 목소리도 나온다. 승재현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현재 탐정업계엔 의협이나 변협처럼 잘못했을 때 징계를 하는 등 내부 정화작용을 할 수 있는 단체가 없다는 게 가장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희진 기자 heeji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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