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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기의호모커뮤니쿠스] ‘줄행랑’과 ‘노룩 악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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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2-08-14 22:55:07 수정 : 2022-08-14 22:5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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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행랑’과 ‘노룩 악수’라는 비언어행위를 목격하는 심정이 착잡하다. 줄행랑은 사퇴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의 지난 4일 ‘2학기 방역·학사 운영’ 브리핑에서 일어났다. 노룩 악수는 제1야당의 대표가 된다는 후보자의 행동이었다.

교육부 수장의 탈주 모습은 쓸쓸했다. 장관의 브리핑이 끝나자마자 사회자가 “부총리께서는 서울 일정 관계로 이석하겠습니다” “질의는 실·국장이 답변하겠다”고 했다. 장관은 출발신호를 기다린 육상선수처럼 출발하고, 기자들은 앞서 가는 주자를 쫓았다. 기자들의 볼멘 목소리가 빗발쳤다. “질문 받으셔야죠” “소통 안 하시는 거예요” “너무 무책임하신 것 아닌가요” “기자들 만나서 여론수렴 많이 하신다고 하시지 않으셨나요.” 묵묵부답하던 장관이 피난처 같은 엘리베이터에 입장해서 모기만 한 목소리로 말했다. “조금만 쉬시고 오시면 제가 말씀을.” 만 5세 초등학교 입학 방안에 대한 부정적인 여론이 정부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져가는 판국에 참 한가한 현실인식이었다. 교육정책의 수장이라면 죽을힘을 다해 질의에 답변을 하고, 그래도 국민의 마음을 얻지 못하면 정책과 함께 장렬히 전사할 일이었다.

‘노룩 악수’는 지난 7일 더불어민주당 당대표 후보 선출을 위한 제주 합동연설회에서 일어났다.

후보자 박용진 의원이 연설을 마치고 단상에서 내려와 이재명 의원에게 악수의 손을 건넸는데 이 후보자가 자신의 휴대전화에서 눈을 떼지 않은 채 손만 내민 것이 카메라에 잡힌 것이다. 악수는 문화, 민족, 상황에 따라 상징적인 의미가 달라지기도 하지만, 이 경우는 최선의 경쟁을 하자는 뜻이다.

악수를 청한 후보자에게 눈길도 주지 않은 채 자신의 볼일을 보는 민망한 장면은 상대에게는 물론이고 당의 중요한 공식행사에 대해 예의를 갖추지 못한 자세이다. 이 의원은 9일 “그날 제가 다른 거 보고 집중을 하느라고, 충분히 예의를 못 갖췄는데 미안하다”며 조건을 달지 않고 사과했다. 인상적이었다.

줄행랑은 ‘장관직 사퇴’로, 노룩 악수는 ‘어대명’으로 행위자의 운명은 다르지만, 두 행위 모두 신체의 움직임으로 나타내는 부적절한 ‘비언어 동작커뮤니케이션’(kinesics)이라는 점에서 공통이다.

인간은 말을 통해서만 소통하지 않는다. 비언어행위를 통해서도 의사를 소통한다.

언어행위보다 비언어행위가 소통행위에서 차지하는 비중과 의미가 더 크다는 주장(‘Silent messages’, Mehrabian)도 있다. 더욱 의미심장한 점은 비언어행위가 인간의 속마음과 잠재한 태도를 판단하는 데 언어행위보다 더 유용하다는 점이다.


김정기 한양대 명예교수·언론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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