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독서 연구가 퍼셀 게이츠는 동화 읽기를 연구하기 위해 아직 글을 깨우치지 못한 다섯 살 아이 두 그룹을 조사했다. 한 그룹의 아이는 최소한 일주일에 5번 이상 부모가 동화를 읽어준 아이들이고 다른 그룹은 그렇지 않은 아이들이다. 퍼셀 게이츠는 아이들에게 몇 가지 말하기 과제를 주었는데 두 그룹의 차이가 극명하게 드러났다. 동화를 읽어준 그룹의 아이들은 긴 문어체 문장과 관계사가 들어가는 문장을 곧잘 사용했지만 다른 그룹의 아이들은 그러지 않았다. 이런 차이는 아이들이 학교에 들어가게 되었을 때 독해능력과 인지능력의 차이로 이어지게 된다.
우리는 흔히 아이들에게 동화책을 읽어줘서 정서 함양에 도움을 줄 것이라고 말을 한다. 그러나 실제 더 큰 영향을 끼치는 것은 언어와 인지능력에서의 도움이다. 아동 언어에 관한 연구에 의하면 아이들은 매일 2∼4개 정도의 새로운 단어를 학습하며 유년기 동안 수천 개의 어휘를 배운다고 한다. 아이들이 유치원에 들어갈 정도의 나이가 되면 스스로 사용할 수 있는 만 개 정도의 단어 레퍼토리를 가지게 된다. 이런 어휘의 힘이 아이들이 사물을 규정하고, 비교하며, 새로운 사물을 상상할 수 있는 사고의 밑바탕이 될 것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이 때문인지 많은 학자는 부모가 읽어주는 동화의 양에 따라 수년 후 아이들의 어휘능력과 학습능력에서 큰 차이가 날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한다. 캐나다 심리학자 바이밀러는 유아기의 어휘력 차이가 성장기 아동들의 독해력에 큰 영향을 끼친다고 말했다. 예를 들어 유아기 때 어휘력이 떨어지는 아이는 이후 초등학교 6학년이 되면 또래들에 비해 어휘와 독해력에서 약 3년 정도 뒤처졌다고 한다. 심각한 것은 이런 차이가 인지능력에 영향을 미쳐 수학이나 과학처럼 추론과 상상력이 필요한 과목에도 좋지 않은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는 점이다.
동화 읽기에서 우리가 알아야 할 것 중 하나는 동화를 부모가 읽어주지 않고 TV나 태블릿PC와 같은 영상매체를 통해 읽게 되면 별 도움이 되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아이들은 동화를 애니메이션이나 동영상으로 보게 되면 이야기를 상상하지 않고 완성된 이미지를 따라가게 된다. 아이들이 스스로 이야기를 상상하고 구성할 기회가 없어지는 것이다. 정말 매력적인 동화 읽기는 부모와 아동이 상호 접촉하면서 대화를 나누고 정서를 교감하는 데에서 일어난다. 아이들의 인지적인 발달도 그 속에서 가능해질 수 있는 것이다.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