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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락치는 특수한 목적을 띠고 어떤 조직에 들어가 본래의 신분을 속이고 몰래 활동하는 사람을 뜻한다. ‘끄나풀’이라고 번역되는 프락치는 20세기 초 혁명을 전후로 한 러시아에서 본격적으로 사용되기 시작했다. 제정러시아 말기 로마노프왕조의 비밀 경찰은 반체제조직에 수많은 기관원들을 잠입시켜 정보를 수집했다. 우리나라에서는 해방 정국에서 등장하기 시작했고, 이후 군사정권이 민주화운동을 주도하던 학생 운동권에 잠입시킨 스파이를 가리키는 용어로 자리 잡았다.

프락치라는 이름을 달고 가장 널리 인구에 회자된 사건은 ‘국회 프락치 사건’일 것이다. 1949년 국회의원 13명이 남로당의 지령을 받으며 의정 활동을 했다는 혐의로 검거됐다. 이들은 고문으로 인한 허위 자백을 주장했으나 재판부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고 피고인 모두에게 유죄를 선고했다. 그러나 반민족특별조사위원회의 친일 청산 작업을 와해시키기 위해 조작된 것이라는 의혹이 끊이지 않는다. 당시 반민특위 활동에 적극적이었던 의원들 다수가 이 사건에 연루됐다.

1984년 일어난 ‘서울대 프락치 사건’도 프락치라는 단어를 국민들 뇌리에 각인시킨 사건이다. 정보기관이 학생 운동권 동향을 정탐하기 위해 가짜 대학생들을 침투시켰다며 서울대 학생들이 이들을 잡아 경찰에 넘겼다. 그러나 학생들이 이들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감금·폭행한 혐의로 구속 기소돼 실형을 받는다. 당시 이 사건을 주도한 서울대생 가운데 한 명이 유시민 전 의원이다. 당시 사건을 조사한 경찰은 이들이 프락치가 아니라고 발표했다.

프락치라는 용어가 다시 소환됐다. 행정안전부의 초대 경찰국장 김순호 치안감에 의해서다. 김 국장은 학생운동 중 군에 끌려가 복무를 마친 뒤 소속됐던 인천부천민주노동자회(인노회)의 활동 상황을 밀고한 대가로 1989년 경찰에 특채됐다는 논란에 휩싸였다. 나아가 그가 강제 징집된 1983년부터 보안사에 포섭돼 프락치 활동을 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김 국장 본인은 “소설 같은 소리”라고 펄쩍 뛰고 있다. 경찰국은 비대해진 경찰 권력을 견제하기 위해 신설된 조직이다. 김 국장이 제 역할을 하려면 군사정권에 포섭돼 밀고를 일삼았다는 의혹이 말끔히 해소되어야 하겠다.


박창억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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