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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해외 생산 전기차에 ‘장벽’… 국내 완성차업계 발등의 불

입력 : 2022-08-09 18:11:14 수정 : 2022-08-09 22:5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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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해외생산 전기차에 ‘장벽’

완성차업계, 대부분 한국서 생산
美서 전동화라인 추가 구축 필요

LG엔솔·삼성SDI 등 배터리 기업
美 생산 늘려와… 반사이익 가능성
中 원재료 제한… 공급 다변화 과제

“수차례 공정… 원산지 확인 힘들어”
美서도 법안 실효성 놓고 논란 커
12일 하원 표결… 바이든 서명 남아

미국 상원이 지난 7일(현지시간) 기후변화법안(Climate Bill, 이른바 인플레이션감축법안)을 의결함에 따라 국내 기업들도 이 법안이 미칠 영향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이 법안은 미국 안에서 생산·조립된 전기차에만 세제지원을 하고, 중국산 배터리와 핵심광물을 탑재한 전기차를 세액공제 대상에서 제외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우리나라 자동차 업계는 당장 보조금을 못 받게 될 상황을 크게 우려하고 있다. 배터리 업계는 좋은 기회가 될 수 있다는 기대감을 보이면서도 원재료의 중국산 비중을 서둘러 낮춰야 하는 문제로 고민하는 눈치다.

 

현대차 아이오닉5와 기아 EV6

9일 업계에 따르면 이 법안이 시행되면 미국 현지에서 전기차를 생산하지 않는 현대자동차와 기아는 보조금을 받을 수 없다. 현대차와 기아는 전용 전기차 아이오닉5와 EV6를 전량 한국에서 생산하고 있다. 다른 전기차인 코나EV, GV60, 니로EV 등도 한국에서 만든다. 법안 시행으로 내년부터 보조금을 받을 수 없게 되면 내년 아이오닉6, EV9 등 신규 라인업을 투자해 미국 전기차 시장을 적극 공략하려던 현대차그룹의 계획에 차질이 불가피해진다.

 

특히 아이오닉5와 EV6가 미국과 유럽에서 ‘올해의 차’에 선정되는 등 큰 인기를 끌고 있는 상황에서 이 법안이 ‘찬물’을 끼얹는 결과로 이어질 수도 있다.

 

이에 따라 현대차와 기아가 2025년 완공 예정인 미국 조지아주 전기차공장에 더해 기존 앨라배마 공장과 조지아 공장에 추가로 전동화 생산라인을 구축해야 한다는 견해도 일각에서 제기된다. 현대차는 최근 전동화 생산라인이 구축된 앨라배마 공장에서 오는 11월부터 GV70전동화 모델을 생산할 예정이다. 기아는 현지 생산계획을 공개하지 않았지만 내년부터 EV9이 조지아 공장에서 생산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다른 글로벌 완성차도 조건은 동일하다”며 “상황을 예의주시하는 것 말고는 당장은 할 수 있는 게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국내 배터리 업계에서는 기대와 우려가 교차하고 있다. 법안이 시행되면 세계 1위 배터리 기업인 CATL을 비롯한 중국산 배터리는 미국 전기차 보조금 지급 대상에서 제외된다. 이에 따라 미국 내 생산시설을 공격적으로 확장해온 LG에너지솔루션과 SK온, 삼성SDI 등 국내 배터리 기업들은 반사이익을 누릴 것으로 보인다.

 

LG에너지솔루션은 2025년 이후 북미에서만 200GWh(기가와트시) 이상의 대규모 배터리 생산능력을 구축할 계획이며, SK온과 삼성SDI도 각각 포드, 스텔란티스와 합작사를 세우며 미국 내 생산기지를 짓고 있다.

그러나 이 법안이 중국에서 생산된 배터리 핵심광물 사용까지도 전기차 세액공제 예외 대상으로 두고 있어 국내 기업들도 원재료 공급망 다변화 등 대응책 마련이 시급하다. 업계 관계자는 “모든 배터리 업체의 원재료를 보면 중국산 비중이 높은 게 사실이다”며 “제3국으로 공급처를 대체하기 위한 노력과 투자를 하고는 있지만 시간이 필요해 미국이 요구하는 조건을 제때 맞출 수 있느냐가 관건”이라고 설명했다.

 

법안 내용을 두고 미국 내에서도 논란이 일고 있다. 법안에 담긴 전기차 세액공제 요건에 맞는 전기차가 현재 시장에 단 한 대도 없다는 지적이 대표적이다.

 

법안은 전기차 구매자에게 차종에 따라 일정 기간 최대 7500달러의 세액공제를 부여하되 세액공제를 받을 수 있는 요건을 달았다. 먼저 우려국가(Foreign Entity of Concern)에서 생산된 배터리와 핵심광물을 사용한 전기차는 세액공제 대상에서 배제했다. 중국과 러시아 등을 겨냥한 것으로 풀이된다.

 

비(非)우려국가에서 생산된 배터리와 핵심광물을 사용한 전기차도 미국에서 조립·생산돼야 하고, 배터리와 핵심광물의 일정 비율 이상을 미국에서 생산해야 하는 조건을 달았다.

 

배터리의 경우 내년까지 구성요소의 50% 이상을 미국에서 생산된 것을 쓰도록 하는 것을 시작으로 2028년까지 100%로 끌어올리도록 했다. 핵심광물의 미국산 비율은 내년 40%를 시작으로 매년 10%포인트씩 올려 2027년부터는 80% 이상이 되도록 정했다.

 

배터리와 핵심광물에 경쟁력이 있는 중국을 겨냥하는 동시에 미국 제품 우선 구매라는 바이 아메리칸(Buy American) 정책을 강력히 추진하겠다는 의지를 담은 것으로 보인다.

 

미국 완성차업계에서는 법안의 세액공제 요건 너무 까다롭다는 불만이 나온다.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는 “미국은 세계 리튬 이온 배터리 생산량의 8%를 차지하는 반면 중국은 76%를 차지한다”면서 우려국가에서 생산된 배터리를 사용한 전기차를 세액공제에서 배제하는 내용부터 문제가 크다고 했다.

 

CNBC는 미국의 배터리 공장이 법안을 충족시킬 수 있을지 명확하지 않다고 보도했다. 조 바이든 행정부가 결국 법안의 일부 내용을 포기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도 전망했다.

 

전기차 회사가 자사 전기차에 사용된 배터리나 핵심광물의 출처를 밝히지 못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전기차 인프라기업 빔글로벌 데즈먼드 위틀리 최고경영자(CEO)는 폴리티코에 “실제 제품을 만드는 데 사용되는 구성품과 원자재의 출처를 아는 것은 정말 어려운 일”이라면서 “해외에서부터 수차례의 공정을 거친 물건의 원산지를 따지는 것은 지뢰밭에 (있을 정도로 까다로운 일에) 가깝다”고 말했다.

 

하원은 오는 12일 법안을 표결에 부칠 예정이다. 하원에서 처리되면 바이든 대통령 서명을 거쳐 공포된다.


우상규 기자, 워싱턴=박영준 특파원 skwoo@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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