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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왕설래] 우크라이나 부차 학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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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2-08-09 23:20:17 수정 : 2022-08-09 23: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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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4년 독일은 점령지였던 남서 아프리카 나미비아에서 반란을 일으킨 헤레로·나마 부족 7만명을 학살했다. 독일군은 총을 쏘거나 총검을 휘둘렀고 심지어 사막의 우물에 독약을 풀기도 했다. 이 사건은 20세기 최초의 집단학살(제노사이드·Genocide)인데 약 30년 후 독일 나치가 1000만명의 유대인을 살해한 홀로코스트의 모델이 됐다. 중일전쟁 때 일본군이 중국군 포로와 시민을 최대 35만명가량 살해한 난징대학살부터 최대 200만명의 민간인 학살이 자행된 캄보디아 킬링필드에 이르기까지 집단학살극은 열거하기조차 힘들다.

21세기 들어서도 지구촌 곳곳에서 전쟁 범죄는 멈출 줄 모른다. 2003년 아프리카 수단 정부는 5년간 반기를 든 다르푸르 지역의 푸르족을 진압하면서 최소 20만명이 숨졌고 220만명의 난민이 발생했다. 지난해 군부 쿠데타로 발발한 미얀마 내전에서 최소 1600명이 숨지고, 중국 신장위구르와 티베트 지역에서도 학살이 끊이지 않는다.

제노사이드 역사에서 러시아의 만행은 악명 높다. 러시아 군대는 1999∼2000년 사이 독립을 요구하던 체첸 공화국과 전쟁을 벌여 최대 8만명의 민간인을 살해한 것으로 추정된다. 최근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러시아가 체첸 학살극을 재현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지난 4월 수도 키이우 외곽도시 부차에서 러시아군이 집단 학살한 것으로 보이는 민간인 시신 400여구가 발견됐다. 우크라이나 당국의 조사 결과 419구의 시신에서 총살과 방화, 고문의 흔적이 발견됐다. 국제사회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국제형사재판소(ICC) 재판에 회부하려 하지만 단죄 가능성은 희박하다. 러시아는 ICC 회원국이 아니며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수사도 거부권으로 피할 수 있기 때문이다.

수년 전 스페인 그라나다 대학 연구팀이 1024종의 포유류를 조사한 결과 동족 살해 습성이 있는 종은 40% 정도인데 현생 인류가 속한 호모속(屬)의 동족 살해율은 2%로 포유류 평균치 0.3%의 6배에 달했다. 문명이 아무리 개화한들 인간의 본성 깊은 곳에 똬리를 틀고 있는 야만성은 사라지지 않는 걸까. 정녕 인류가 원시적 집단학살의 만행에서 벗어날 길은 없는 것인가.


주춘렬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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