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공수처에 고발 계획 밝혀
법조계 “부적절한 측면 없지 않아”
위법 여부 무관 ‘자진사퇴’ 목소리
‘골프 접대 논란’에 휘말린 이영진 헌법재판관(61·사법연수원 22기·사진)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의 수사를 받게 될 전망이다. 현직 헌법재판관이 수사기관의 수사 대상에 오르는 것은 전례 없는 일로, 법조계에서는 이 재판관이 자진 사퇴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시민단체 사법정의바로세우기시민행동(사세행) 측은 8일 “10일 공수처에 이 재판관을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부정청탁금지법(김영란법) 위반 혐의로 고발하겠다”고 밝혔다. 사세행 측은 세계일보와의 통화에서 “알선수재죄는 ‘직무관련성’을 엄격하게 판단하지 않아 이 재판관에게도 폭넓게 적용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법조계는 “현재까지 드러난 사실관계만으로는 이 재판관의 ‘위법’ 여부를 판단하기 쉽지 않다”고 지적한다. 이 재판관은 지난해 10월 고교 동창과 그의 소개로 처음 만난 사업가 A씨, 판사 출신 변호사 B씨와 함께 골프를 쳤고, 이 골프 비용(120만원)을 사업가 A씨가 지불했다. 여기까지가 이 재판관도 인정하는 사실관계다.
A씨는 골프 후 식사 자리에서 자신의 이혼소송 얘기를 꺼내자 이 재판관이 “도와줄게”라는 취지로 말했고, B씨를 통해 이 재판관에게 현금 500만원과 골프 의류를 전달했다고 주장했다. 이 재판관은 이를 부인하고 있다.
김영란법은 1회 100만원 이상의 금품·향응을 제공받았을 경우 처벌한다. 직무관련성이 있다면 그보다 소액이라도 금품 수수가 금지되지만, 헌법재판관인 이 재판관과 A씨의 이혼소송 사이 관련성은 인정되기 어렵다는 분석이다. 골프 모임 후 B씨가 A씨의 이혼소송 변호를 맡았으나, 지난 6월 2심에서 1심보다 아내에게 줄 재산 분할액이 오히려 늘어난 것으로 알려졌다.
위법 여부를 떠나 현직 헌법재판관이 수사대상이 될 수 있는 상황에 대해 법조계 안팎의 우려가 적잖다. 한 부장판사는 “헌법재판관의 생사여탈권을 수사기관이 쥐게 된 모양새”라며 “이 상황에 재판관 본인의 책임도 없지 않아 안타깝다”고 말했다. 또 다른 부장판사도 “헌법재판관에게는 높은 도덕성이 요구되는 만큼 부적절한 측면이 없지 않다”며 “거취를 고민해 볼 필요는 있을 것”이라고 했다.
이 재판관은 지난 6일 코로나19에 확진, 자가격리 후 오는 12일 출근할 예정이다. 일각에선 이 재판관이 복귀 후 거취 표명을 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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