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검색

美서부 최악 가뭄에… 드러나는 미드호 잔혹사

입력 : 2022-08-08 18:54:53 수정 : 2022-08-08 23:22:01

인쇄 메일 글씨 크기 선택 가장 작은 크기 글자 한 단계 작은 크기 글자 기본 크기 글자 한 단계 큰 크기 글자 가장 큰 크기 글자

남서부 젖줄… 1937년 이래 최저수위
5월부터 변사체 4구 잇따라 발견
라스베이거스 조직범죄 관련 추정
2차대전 당시 상륙정·난파보트도

미국 서부 네바다주와 애리조나주에 걸쳐 있는 미드호(湖, Lake Mead)는 유명한 후버댐으로 생겨난 미국 최대 인공호수다. 1930년대 콜로라도강을 막은 후버댐이 세워지자 배후에 거대한 미드호가 만들어졌다.

최근 미드호에서 잇따라 변사체가 발견되면서 주민과 경찰 당국을 긴장시키고 있다. 미국 서부의 극심한 가뭄에 호수가 말라붙어 역대 최저 수위가 되면서 그동안 물속에 잠겨있던 변사체가 하나둘씩 드러나고 있다.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경찰국에서 살인사건을 담당하는 레이 스펜서 경위는 지난 5월 미드호에서 처음 변사체가 발견됐을 당시 “호수에 버려진 시신이 추가로 발견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리고 7일(현지시간) 경찰은 호수에서 네 번째 변사체가 발견됐다고 밝혔다.

AP통신 등에 따르면 경찰은 5월1일 호수에서 드럼통에 담긴 사체를 발견했다. 사체에는 총상이 있었다. 경찰은 1970년대 중반에서 1980년대 초반 총에 맞은 것으로 보고 있다. 경찰은 즉시 살인사건으로 분류했다.

5월7일에도 23∼37세로 추정되는 사체가 발견됐다. 사인을 즉시 확인할 수 없지만 DNA 분석은 가능한 상태다. 지난달 25일에는 스윔 비치에서 유골 일부가 발견된 데 이어 지난 6일 네 번째 유해가 발견됐다. 호수에서 변사체가 발견되면서 장기미해결 실종사건이 풀릴 수 있다는 기대와 과거 라스베이거스의 조직범죄와 연관된 살인사건일 수 있다는 등 추측도 난무한다.

미드호는 도박의 도시로 불리는 라스베이거스에서 자동차로 약 30분 거리에 있다. 특히 드럼통에서 발견된 첫 번째 변사체는 총상을 입어 조직범죄와 연루됐을 가능성이 크다.

경찰은 과거 라스베이거스에 조직범죄가 있었던 것은 사실이지만 호수에서 발견된 변사체에서 조직범죄와의 연관성은 없다고 설명했다. 국립휴양지 관계자는 CNN에 과거 호수 수위가 높았을 당시 잠수 깊이 제한으로 잠수부들이 미처 수습하지 못한 익사자들의 변사체가 드러나는 것일 수 있다고 말했다.

미드호는 애리조나, 네바다, 캘리포니아 등 서부 7개 주와 멕시코 북부 지역에까지 물을 공급하며 미국 남서부 농업 지대의 젖줄 역할을 한다. 유례없는 가뭄이 이어지면서 현재 수위는 미드호에 물을 채우기 시작한 1937년 이래 가장 낮다. 22년 전 365.76에 달했던 수위는 현재 317.60로 낮아졌다. 그동안 잠겼던 지형이 물밖에 모습을 드러내며 하얀 띠를 형성했다. 물을 담고 있는 면적도 현재 약 1200만 에이커(약 4만8562㎢) 넓이다. 미드호는 보통 약 3000만 에이커(약 12만1405㎢) 넓이에 물을 수용한다. 현재는 40%에 불과한 것이다. 마지막으로 수용량이 거의 꽉 찬 것은 20년 전이었다.

미드호 수위가 떨어지면서 제2차 세계대전 당시의 상륙정, 난파된 보트 등 과거의 흔적도 드러나고 있다. 국립휴양지 관계자들은 가뭄이 지속할 경우 더 많은 놀라운 일이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고 CNN은 전했다.


워싱턴=박영준 특파원 yjp@segye.com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피니언

포토

한지민 '우아하게'
  • 한지민 '우아하게'
  • 아일릿 원희 '시크한 볼하트'
  • 뉴진스 민지 '반가운 손인사'
  • 최지우 '여신 미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