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전문가들은 尹 회동 불발 비판
"대통령실, 中 눈치본 거라면 실수”
낸시 펠로시 미국 하원의장이 4일 밤 아시아 순방 마지막 방문국인 일본으로 출국하기에 앞서 한국 방문에 대해 “아주 좋았다”는 뜻을 나타냈다. 펠로시 의장은 5일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총리와 조찬회담을 갖고 대만 문제를 포함한 지역정세를 논의했다.
세계일보 취재 결과 펠로시 의장은 전날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 방문을 마친 뒤 경기 오산 미 공군기지에서 환송차 나간 이광재 국회 사무총장에게 “김진표 국회의장에게 감사하다고 전해달라”고 당부했다. ‘한국 일정이 어땠느냐’는 이 사무총장 질문에 그는 “아주 좋았다”고 답한 것으로 전해졌다.

펠로시 의장은 전날 국회를 방문했을 때와 환송 자리에서 거듭 ‘국회 사랑재’를 언급하면서 “독특하고 아름답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랑재는 인간문화재 신응수 대목장과 정수화 옻칠장 등이 참여해 만든 현대식 한옥 건물로 국회 경내에 위치해 외빈의 접견 및 연회 장소 등으로 이용된다.
펠로시 의장의 JSA 방문과 관련, 미첼 리스 전 미 국무부 정책기획실장은 “두 나라가 한국전쟁 이후 성공적으로 북한의 공격을 억지했다”면서 “우리가 함께한다면 앞으로도 계속 그럴 것이며, 그 덕분에 우리는 중요한 다른 현안에도 관심을 돌릴 수 있다”는 뜻이라고 평가했다.
다만 그는 윤석열 대통령이 펠로시 의장을 만나지 않은 것은 한국 대통령실 측의 ‘이중의 실수’라고 비판했다. 그는 “펠로시 의장은 미국 고위 인사로서 자유와 민주주의, 인권과 관련해 한국이 필요할 때 목소리를 높여준 인물임을 감안할 때 윤 대통령이 만나지 않은 것은 ‘한·미관계에 대한 모욕’”이라고 말했다. 그는 “그 의도가 중국을 달래기 위한 것이었다면 아무런 효과가 없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스콧 스나이더 외교협회(CFR) 한미정책국장도 “의전에서 실수가 있었지만 이런 실수가 전반적인 미·한관계에 중요한 영향을 줄 것으로 생각하지 않는다”면서도 “윤 대통령이 펠로시 의장을 만나지 않기로 한 결정이 휴가 때문이었다면 괜찮지만, 중국 눈치를 본 것이라면 실수”라고 주장했다.

전날 밤 일본에 도착한 펠로시 의장은 이날 오전 8시부터 1시간 동안 도쿄 총리관저에서 기시다 총리와 조찬을 했다.
조찬 후 펠로시 의장은 중국이 ‘대만 포위’ 군사훈련을 벌인 데 대해 “아마 중국은 우리의 (대만) 방문을 핑계로 삼고 있다”고 비난했다.
기시다 총리는 “대만해협의 평화와 안정을 유지하기 위해 일·미가 계속해서 긴밀히 협력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두 사람은 북한 문제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등에 대해서도 의견을 교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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