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 환자 챙기던 성격상 어르신들 챙기느라 제때 대피하지 못한 듯”
장재구 이천소방서장 “대피할 시간 충분했음에도 끝까지 환자들 옆에 남아있었는 듯”

경기도 이천 병원 화재 당시 투석환자를 돕다가 안타깝게 목숨을 간호사의 남편이 “내일이 장인어른 팔순이라서 (아내와 함께) 찾아뵙고 인사드리려고 했는데”라며 오열했다.
5일 연합뉴스에 따르면 이날 오후 경기도의료원 이천병원 장례식장 유족 대기실에 있던 중년 남성은 눈물을 글썽이며 채 말을 잇지 못했다.
그의 간호사 아내 A(50) 씨는 이날 오전 이천 관고동의 한 병원에서 발생한 화재로 10년 넘게 근무하던 병원에서 목숨을 잃었다.
그의 남편은 “아내는 ‘막노동’으로 불릴 정도로 고된 투석 병원 일도 오랜 기간 성실히 해내던 사람”이라며 “병원에서도 ‘고참 간호사’로 통해 나름의 사명감을 갖고 일했다”고 회상했다.
이어 “평소 환자를 살뜰히 챙기던 성격상 불이 났을 때도 어르신들을 챙기느라 제때 대피하지 못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장재구 이천소방서장은 “대피할 시간은 충분했던 상황으로 보여 숨진 간호사는 끝까지 환자들 옆에 남아있다가 돌아가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뒤이어 도착한 A씨의 부모는 “아이고 불쌍해 내 딸내미”라며 통곡했다. A씨의 어머니는 딸을 잃은 슬픔을 견디지 못하고 실신해 구급대원들의 도움을 받기도 했다.
군복무 중 전날 휴가를 나와 친구 집에서 시간을 보낸 뒤 본가로 돌아오다가 사고 소식을 들었다는 A씨의 아들은 “오늘 엄마 퇴근하면 같이 안경 맞추러 가기로 했는데…”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이번 불은 해당건물 3층 스크린골프장에서 발생했으나 연기가 위층으로 유입되면서 4층 투석 전문 병원(열린의원)에 있던 환자 4명과 간호사 1명이 미처 대피하지 못하고 숨졌다.
당시 스크린골프장에서는 철거 작업이 진행 중이었다. 이날 오전 10시 17분쯤 발생한 불은 1시간 10여분 만인 오전 11시 29분쯤 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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