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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르신 챙기느라 대피 못 해”… 이천 병원 화재로 숨진 간호사 유족 오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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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2-08-05 17:45:03 수정 : 2022-08-05 17:4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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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이 장인어른 팔순이라 아내와 함께 인사드리려고 했는데….”

 

5일 오후 경기도의료원 이천병원 장례식장에선 유가족들의 울음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이날 오전 일어난 이천시 관고동 학산빌딩 병원 화재로 아내인 간호사 A(50)씨를 잃은 중년 남성은 눈물을 글썽이며 말을 잇지 못했다. 

 

5일 오전 10시 20분께 경기도 이천시 관고동의 한 병원 건물에서 불이 났다. 연합뉴스

그는 “아내는 ‘막노동’으로 불릴 정도로 고된 투석 병원 일도 오랜 기간 성실히 해낸 사람”이라며 “10년 넘게 재직한 병원에서 사명감을 갖고 일했다”고 했다. 이어 “평소 환자를 살뜰히 챙기던 성격상 불이 났을 때도 어르신들을 챙기느라 제때 대피하지 못했을 것 같다”면서 딸과 군복을 입은 아들을 다독였다. 

 

군 복무 중 휴가를 받고 친구 집에서 시간을 보낸 뒤 돌아오다가 사고 소식을 들었다는 A씨의 아들도 하염없이 눈물을 흘렸다. 그는 “오늘 엄마가 퇴근하면 같이 안경 맞추러 가기로 했다”며 오열했다.

 

A씨의 가족은 평소 위험한 장난도 치지 못하게 하며 ‘안전’에 신경쓰던 아내이자 어머니가 곁을 떠났다는 소식에 황망함을 감추지 못했다. 특히 A씨는 아버지의 팔순을 하루 앞두고 숨져 안타까움을 더했다. 뒤이어 도착한 A씨의 부모는 “불쌍한 내 딸내미”라며 통곡하다 실신했다.

 

소방당국은 불이 났을 당시 A씨가 대피할 시간이 충분했음에도 환자들 곁에 머물다가 변을 당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소방대원들이 현장에 진입했을 때 간호사들은 환자들 팔목에 연결된 투석기 관을 가위로 자른 뒤 대피시키던 것으로 알려졌다. 환자 팔에 연결된 투석기 관은 작동 도중 빠지지 않는 데다가 거동이 불편한 환자들이 많아 대피 시간이 더 소요된 것으로 전해졌다.

 

화재로 60대 남동생을 잃었다는 한 남성은 “동생이 당뇨 때문에 몇 년간 (불이 난) 병원에 다니면서 투석을 받았다”며 “한동안 얼굴도 제대로 못 보고 근근이 연락만 해왔는데 이렇게 갈 줄 몰랐다”며 허망함을 감추지 못했다. 한 유가족은 “왜 다 대피했는데 너만…”이라며 울음을 멈추지 못했다. 

 

이번 화재는 학산빌딩 3층의 스크린골프장에서 발생했다. 당시 스크린골프장에선 철거 작업이 진행 중이었다. 불이 난 뒤 연기가 위층으로 유입되면서 4층 투석 전문 병원에 있던 환자 4명과 간호사 1명이 미처 대피하지 못하고 숨졌다.

 

이날 오전 10시17분쯤 발생한 불은 1시간10여분 만인 오전 11시29분쯤 꺼졌다.


이천=오상도 기자 sdoh@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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