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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도 샀다”…우크라이나 전쟁에 놀란 유럽, F-35 ‘올인’ [박수찬의 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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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2-08-07 06:00:00 수정 : 2022-08-07 11:39: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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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최신 스텔스 전투기 F-35는 단순한 무기 이상의 가치를 갖고 있다. 

 

구매국에는 강력한 전략적 억제력과 더불어 미국과의 관계를 강화하는 발판이 된다. 적에게는 ‘우리 뒤에 미국이 있다’는 신호를 보내는 역할도 한다. 미국은 무기 판매에 대한 이익과 함께 구매국을 미국의 군사 시스템에 밀접하게 연결하는 효과가 있다.

미 공군 F-35A 스텔스 전투기가 훈련을 위해 이륙하고 있다. 미 공군 제공

이같은 특징은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긴장이 고조된 유럽에서 두드러지는 모양새다. 옌스 스톨텐베르그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사무총장이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유럽이 2차 세계대전 후 가장 위험한 상황에 놓였다”고 할 정도로 정세가 악화된 상황에서 유럽 각국은 전력 증강에 한창이다.

 

이 과정에서 F-35의 입지도 넓어지고 있다. 기존 도입국 외에도 독일 등이 F-35 구매를 결정했거나 검토하는 모양새다. 북극에서부터 지중해에 이르는 전 유럽에 F-35가 배치돼 러시아를 압박하는 ‘스텔스 포위망’ 구축이 실현될 가능성도 있다.

 

◆타이푼 공동개발 참여했던 독일도 F-35 도입

 

독일은 예전부터 유럽 국가들과 함께 유로파이터 타이푼, 토네이도 전투기 등을 개발해 운용해왔다. 

 

수년 전부터 F-35나 F/A-18 전투기 도입 가능성이 제기됐지만, 뚜렷한 움직임은 없었다.

 

이같은 태도는 최근들어 180도 바뀌었다. 미 국무부는 독일에 F-35 35대와 관련 장비를 84억 달러(10조 9800억 원)에 판매하는 방안을 승인했다고 미 국방부 산하 국방안보협력국(DSCA)이 최근 밝혔다. 

 

미국은 독일에 F-35와 더불어 AIM-120 공대공미사일, 재즘 이알(JASSM-ER) 장거리 공대지미사일, 합동정밀직격탄(JDAM) 등을 함께 판매한다.

에어버스가 제작한 유로파이터 타이푼 전투기가 이륙하고 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나토의 핵공유 협정에 따라 독일이 도입할 F-35에는 미국 핵무기를 장착할 수 있다. DSCA는 “퇴역하는 토네이도를 대체해 유럽 억제력의 핵심인 나토의 핵공유 임무를 수행할 전투기를 제공, 독일이 현재와 미래의 위협에 맞설 역량이 개선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독일의 F-35 도입은 우크라이나 전쟁이 결정적인 계기가 됐다.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직후 독일은 군비증강을 선언, 지난 3월 노후한 토네이도를 F-35로 대체하겠다고 지난 3월 밝힌 바 있다.

 

독일은 타이푼 공동개발국으로서 남부 바이에른에 생산 시설을 갖고 있다. 프랑스, 스페인과는 6세대 전투기인 미래전투항공체계(FCAS) 개발을 추진 중이다. 정치적, 경제적 측면에서 F-35를 구매할 여력은 없었다.

 

하지만 러시아의 군사적 위협이 커지자 독일은 F-35 도입으로 기울 수밖에 없었다. 유사시 나토 작전계획에 따라 토네이도에 미국 핵무기를 싣고 동쪽으로 출격해야 하는데, 토네이도는 노후해 작전운용이 쉽지 않았다. 

 

반면 F-35는 장거리에서 표적을 발견하고 교전할 수 있고, 초당 수천개의 정보를 처리할 능력이 있다. 토네이도보다 스텔스 성능이 매우 높아 적 레이더에 탐지될 위험도 낮다. 공중전 능력은 다른 기종보다 우수하다.

 

FCAS의 실용화가 2030년대 이후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실질적인 전쟁 억지력을 단기간 내 확보하려면, F-35를 도입하는 것이 가장 현실적인 대안이었다. 

독일 공군이 운용중인 토네이도 전폭기. 노후화가 진행되어 교체될 예정이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마지막 걸림돌은 예산 문제였다. 하지만 독일 정부가 1000억 유로(130조 3240억 원) 규모의 특별기금으로 연방군 현대화를 추진하면서 마지막 문제도 사라졌다.

 

F-35는 독일 외에도 체코와 그리스가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 

 

스웨덴에서 그리펜 전투기 14대를 임대하고 있는 체코는 2027년 임대계약 만료를 전후로 F-35 24대 도입을 추진중이다.

 

프랑스에서 라팔 전투기 24대를 들여올 그리스는 F-35 20여대를 도입할 방침을 발표했다. 

 

향후 F-35 가격이 지속적으로 인하하면, 동유럽 국가들을 중심으로 추가 도입이 이뤄질 가능성도 있다.

 

◆나토 항공작전능력 강화, 유럽 전투기 산업 ‘악재’

 

유럽 국가들의 F-35 도입은 정치, 군사, 경제적 측면에서 상당한 파급력을 지닌다.

미 공군 F-35A가 AIM-120 중거리 공대공미사일을 발사하고 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F-35는 현재 기준으로 세계에서 운용되는 전투기 중 가장 강력한 위력을 갖고 있다. 스텔스 성능과 더불어 최첨단 감시, 지휘, 통제, 통신 센터를 결합한 항공작전 능력을 제공한다. 

 

1960년대부터 스텔스 기술을 개발하고 실전에 적용해온 미국이 만든 F-35를 상대할 기종은 F-22뿐이다. F-35가 미국의 힘을 상징하는 이유다.

 

이같은 특성을 지닌 F-35를 도입하는 것은 단순한 전투기 구매 차원을 넘어선다. 구매국으로서는 미국이 지닌 압도적인 힘을 가상 적국에 보여주고, 미군의 경험과 기술을 공유하면서 군사적 관계를 한층 강화하는 정치적 도구로 활용할 수 있다. 

 

러시아의 군사적 위협에 직면한 유럽 국가들로서는 F-35를 통해 미국의 힘을 빌리는 효과가 있는 셈이다.

 

군사적 측면에서도 효과가 있다. 현재 F-35를 도입했거나 구매 결정을 내린 유럽 국가는 영국, 이탈리아, 네덜란드, 덴마크, 벨기에, 노르웨이, 폴란드, 독일, 스위스 등이다. 미국과 유럽이 동일한 기종을 사용하면 나토의 방공작전에 효율성이 높아진다.

 

미국으로서도 F-35 판매로 인해 대당 가격과 후속군수지원 비용을 낮출 수 있다. 

미 공군 F-35A가 구름 위를 날아가고 있다. 미 공군 제공

F-35 도입을 결정한 핀란드와 독일에 이어 체코와 그리스까지 F-35 구매 대열에 합류하면, 동유럽에서 미국의 군사적 영향력은 더욱 강해진다. 러시아로서는 미국의 압박 수위가 더 높아졌다고 느낄만한 대목이다.

 

유럽의 전투기 프로그램에는 악영향이 미칠 우려도 있다. 영국, 이탈리아, 스페인, 독일이 공동개발한 타이푼은 잠재적 시장인 동유럽에서 영향력이 감소할 위험이 있다. 

 

독일은 국내 일자리 유지 등을 위해 F-35와 타이푼을 동시에 도입하지만, 동유럽 국가들은 F-35를 구매하면서 타이푼에 관심을 지닐 재정적 여유가 부족하다.

 

에어버스 측은 최근 폴란드에 유로파이터 프로그램 참여를 제안하는 등 동유럽에서의 판매 확대에 나서고 있지만, 동유럽 국가들이 미국과의 관계나 스텔스 성능을 더욱 중시한다면 F-35의 판매 확대를 막기는 쉽지 않다.

 

이렇게 되면 프랑스 라팔, 타이푼, 그리펜 등 서유럽 국가들이 개발한 4세대 전투기의 유럽 내 추가 판매는 F-35 도입 확대와 맞물려 위축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평가다.

독일 공군 유로파이터 타이푼 전투기가 격납고에서 대기하고 있다. 미 공군 제공

2040년까지 프랑스 라팔과 독일 타이푼을 대체할 6세대 전투기 FCAS 프로그램에도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 

 

독일의 경우 거액을 투입해 F-35를 도입하는 만큼 수십년을 일선에서 사용할 전망이다. 그렇게 된다면 굳이 6세대 전투기를 개발하는 것보다는 F-35를 운용하는 것이 더 낫지 않느냐는 주장이 나오는 이유다. 

 

독일 정부는 F-35 구매가 노후한 토네이도 대체에 한정될 것이라는 입장이다. 국방에 대한 투자가 미국 업체만 이익을 보는 결과로 이어지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크리스틴 램브레히트 국방부장관은 도이체벨레(DW)에 “FCAS를 더욱 발전시키기에 충분한 자금이 남아 있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FCAS는  F-35처럼 기술적으로 정교하고, 비용은 매우 비쌀 가능성이 높다. 현재는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국방부 투자가 급증했으나, 향후에도 이러한 기조가 유지될 것인지는 불투명하다.

 

독일이 F-35를 인도받을 시기는 2025~2030년인데, 이때를 전후로 독일 정부의 재정 여건이 어느 정도인가에 따라서 FCAS의 미래도 영향을 받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박수찬 기자 psc@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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