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진 외교부 장관이 다음주 중국을 방문해 왕이(王毅) 중국 외교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과 회담한다. 최근 대만문제로 미·중 갈등이 최고조에 이른 상황에서 열리는 이번 회담은 윤석열 대통령이 최근 대중(對中) 외교전략으로 언급한 ‘오해없는 적극외교’의 첫 출발점이 될 전망이다.
외교부는 5일 박 장관이 왕 부장 초청으로 8∼10일 중국을 방문해 산둥성 칭다오에서 한·중 외교장관회담을 한다고 밝혔다. 박 장관의 이번 방중은 윤석열정부의 고위급 인사로서는 첫 방문이다. 전날 대통령실 관계자는 기자들과 만나 한·중 외교장관회담이 9일 개최된다고 언급한 바 있다. 양 장관은 오는 24일 양국의 수교 30주년을 맞아 한·중관계와 한반도 및 지역·국제 문제 등을 심도있게 논의할 것으로 보인다.

앞서 두 장관은 지난달 7일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회의를 계기로 회담을 한 바 있다. 또한 전날부터 열린 아세안(ASEAN·동남아시아국가연합) 관련 외교장관회의를 계기로 이틀 연속 대면했다. 외교부는 “(박 장관의) 이번 방중은 지난 G20 외교장관회의 계기 첫 대면회담 후 한 달여 만에 이루어지는 것”이라며 “한·중 수교 30주년을 앞두고 그 의미를 돌아보며 양국관계의 미래 발전방향을 모색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미·중 전략경쟁이 갈수록 격화하는 상황 속에서 한국이 이번 회담에서 제시할 입장 수위는 향후 한·중관계의 방향을 가늠케 할 것으로 보인다. 윤 대통령은 지난달 21일 박 장관으로부터 외교부 업무보고를 받고 한국의 대미 노선 강화로 인한 중국의 반발과 관련해 “중국이 오해하지 않도록 우리가 사전에 설명을 잘하고 (오해를) 풀어갈 수 있도록 적극적 외교를 하라”고 주문한 바 있다.
최근 낸시 펠로시 미국 하원의장이 중국의 반발에도 대만 방문을 강행하면서 미·중 간 일촉즉발의 긴장감이 흐르는 상황에서 중국 측이 역내 정세에 대해 내놓을 언급에도 관심이 쏠린다. 중국은 최근 미국 주도의 공급망 재편 움직임에 한국의 동참을 견제하고 있다.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한국, 대만, 일본과의 반도체 협력 강화를 위해 추진 중인 이른바 ‘칩4(Chip 4) 동맹’이 미·중 갈등의 새로운 전선으로 떠오르면서 중국 측은 이번 회담 테이블에서 한국의 명확한 입장을 요구할 수도 있다.

전날 대통령실 관계자는 용산 청사에서 열린 윤 대통령과 펠로시 의장의 전화 회담 후 결과 브리핑에서 칩4 동맹 관련 질문에 “칩4 동맹이라는 말은 쓰지 않을 것”이라며 “‘반도체 협의’ 이 정도로 해서 어떤 의제에 대해서 어떤 협의체를 통해서 협력 방안을 얘기할 것인지는 결정되지 않았다”고 선을 그었다. 또한 “중국과는 맞춤형 반도체 공급망 협력을 지속할 것”이라며 “누가 누구를 배제하는 반도체 동맹은 아니라고 말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번 회담이 칭다오에서 열리는 것은 중국을 찾는 외국 정부 인사들이 방역 문제로 베이징에서 협의하지 않는 것이 관례화됐기 때문이다. 박 장관은 이번 방중 기간 중 재중국 교민·기업인 간담회와 중국 지역 공관장 회의를 화상으로 열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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