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름휴가 중인 윤석열 대통령이 낸시 펠로시 미국 하원의장과 만나지 않은 것을 두고 일각에서 ‘외교 결례’ 논란이 일자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는 “펠로시 의장이 청나라, 명나라 사신인가. 조선시대 정서가 아직도 있다”고 지적했다.
진 전 교수는 지난 4일 CBS라디오 ‘한판 승부’에서 “대통령이 휴가 중에 어떻게 만나냐”면서 “미 하원의장이 오면 외교 파트너인 국회가 영접을 나가든지 말든지 하는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펠로시 의장과 별도의 회동을 갖는 대신 40여분간 전화 통화를 했다. 최영범 대통령실 홍보수석은 “펠로시 의장 방한과 윤 대통령 휴가 일정이 겹쳐 예방 일정을 잡기 어렵다고 미국 측에 사전에 설명했고, 펠로시 의장도 충분히 이해했다”고 설명했지만 여권 내에서 한·미 동맹을 소홀히 한 처사라는 비판이 나왔다.
이에 진 전 교수는 “그래도 만나야 되는 게 아니냐는 여론이 있으니까 결국은 전화통화를 했다. 제가 봤을 때는 이게 신의 한 수”라며 “내친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만나주기도 뭐 한 상황에서 묘법, 묘책을 찾은 것 같다”고 했다.
회동 불발과 별개로 의전 홀대 논란도 일었었다. 지난 3일 밤 펠로시 의장이 오산 미 공군기지에 도착했을 당시 현장에는 국내 의전 인력이 아무도 나가지 않은 것으로 알려지면서다. 윤 대통령이 같은날 부인 김건희 여사와 함께 서울 대학로 한 극장에서 연극 ‘2호선 세입자’를 관람한 뒤 배우들과 뒤풀이를 한 것으로 전해져 논란에 불을 붙였다.

진 전 교수는 “우리가 (펠로시 의장을) 초청한 것도 아니고 미국 정부의 메시지를 들고 온 것도 아니다. 사실상 굉장히 개인적인 정치 측면이 있다는 얘기가 나온다”며 “의전도 ‘우리가 해줄까’라고 물었는데 안 해도 된다고 해서 끝난 문제”라고 강조했다.
이어 “외국 국회의장 등 의회 인사 방한에 대해선 통상 우리 행정부 인사가 영접을 나가지 않는다”며 “펠로시 의장의 ‘카운터파트’는 우리 국회의장이며, 금번 방한은 기본적으로 한미 의회 교류의 일환이다”라고 설명했다.
한편 펠로시 의장은 방한을 마친 뒤 배포한 성명을 통해 “의회 대표단은 서울에서 안보와 안정, 경제 성장과 민주적 거버넌스를 진전시키기 위한 공동 약속과 소중한 (양국) 관계를 재확인했다”며 “대표단 의원들은 각각 윤 대통령에게 대화할 기회가 있었으며 통화에서는 자유롭고 개방된 인도·태평양 지역을 발전시키기 위해 지속해서 협력하자는 것이 강조됐다”고 밝혔다.
그는 1박2일간의 짧은 방한 일정을 마친 뒤 이날 밤 일본으로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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