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검찰이 마약 밀수 혐의로 억류돼 재판을 받고 있는 미국 여자프로농구(WNBA) 스타 브리트니 그라이너에게 징역 9년6개월을 구형했다.
4일(현지시간) AP통신, 타스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러시아 검찰은 이날 열린 재판에서 그라이너가 마약을 대량으로 운반했다고 구형 이유를 설명했다. 이와 함께 100만루블(약 2200만원) 벌금형도 구형했다.
러시아 검찰은 재판부에 “혐의가 완화되거나 악화될 정황이 없다”며 그라이너가 재판 전 구치소에서 보낸 시간을 징역형에 포함시켜 달라고 요청했다.

그라이너는 재판부를 향해 “내 팀 동료들과 구단, 팬들에게 내가 저지른 실수와 내가 그들이 가졌을 당혹감에 대해 사과하고 싶다”며 “또한 부모님과 형제자매들, 피닉스 머큐리 구단과 WNBA의 선수들, 집에 있을 배우자에게 사과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어 “솔직히 실수였다”며 “당신의 판결로 내 인생이 끝나지 않기를 소망한다”고 덧붙였다.
올림픽 금메달 2관왕으로 오프시즌 러시아팀 UMMC 에카테린부르크에서 활동한 그라이너는 지난 2월 미국에서 2주간 휴가를 보낸 뒤 러시아에 입국하다 마약 밀반입 혐의로 모스크바 공항에서 체포됐다. 러시아 당국은 그의 가방에서 대마초 추출 오일이 함유된 액상 카트리지가 나왔다고 밝혔다. 러시아에서 마약 밀수를 하다 적발되면 최대 10년의 징역형을 받을 수 있다. 그라이너는 마약 물품을 운반한 사실을 인정했으나, 의료 목적으로 사용하려 했을 뿐 마약을 판매하지 않았다고 진술했다.
일각에서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미국과의 관계가 악화하자 러시아가 그라이너를 인질 삼아 구금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됐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그라이너 배우자와 통화를 하고 그의 귀국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는 입장을 전했다.
앞서 미국 정부는 미국 정부는 그라이너와 러시아에서 복역 중인 폴 휠런을 미국에서 징역살고 있는 러시아인 무기 밀매상 빅토르 부트와 교환하자고 제안했다.
CNN 등 외신에 따르면, 미국 정부는 러시아에 억류된 미국인 브리트니 그라인더와 폴 휠런을 석방하는 대가로 미국에서 복역 중인 러시아인 빅토르 부트를 러시아로 돌려보내겠다고 지난달 제안했다.
미국은 통상 죄수 맞교환에 부정적인 입장을 취하지만, 조 바이든 대통령은 올 초부터 시작된 이 계획에 찬성한다는 태도를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기업 보안 책임자인 휠런은 2020년 스파이 혐의로 체포돼 16년의 징역형을 선고받고 러시아에 수감 중이다. 본인은 결백을 주장하고 있고, 미국도 잘못된 혐의를 씌운 것이라는 입장이다. 러시아인 부트는 수백만 달러 상당의 무기를 불법적으로 판매한 혐의로 2012년 미국에서 25년의 징역형을 선고받았다.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지난달 27일(현지시간) 기자회견을 열어 그라이너와 휠런을 미국으로 데려오기 위해 몇 주 전 러시아에 중요한 제안을 했다면서 러시아로부터 답변을 희망하고 있다고 밝히면서도 자세한 내용은 공개하지 않았다.
미국과 러시아는 지난 4월에도 몇 달간 협상 끝에 상대국에 수감 중이던 미국인 트레버 리드와 러시아인 콘스탄틴 야로셴코의 맞교환에 합의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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