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7년 깅그리치 대만行 땐 ‘…’
전문가, 국제관계 변화 등 지적
펠로시 “남자들이 왔을 땐 조용”
美언론들 “펠로시 행보 역효과”
중국 정부가 미국 하원의장의 대만 방문과 관련해 1997년과 2022년 완전히 다른 반응을 보인다. 25년 전 당시 뉴트 깅그리치 의장의 방문 때는 특별한 반응이 없었으나 이번에는 낸시 펠로시 의장과 미국 정부를 강력히 비난하면서 대만 포위 군사훈련에 들어갔다.

펠로시 의장의 중국 반응에 대해 “나는 그것이 이유나 핑곗거리인지 모르겠다. 왜냐하면 그들은 남자들이 왔을 때 어떤 말도 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고 블룸버그통신이 전했다.
중국의 대응차는 의장의 성별 차이에서 오는 게 아니라 중국의 위상 상승과 국제관계의 변화와 관련이 있다는 분석이다.
공유식 한국외국어대 국제지역센터 책임연구원(중국·대만 전문)은 4일 “깅그리치 의장은 중국 방문 후 대만을 가면서 사전에 중국 측 양해를 받았다”며 “1995∼96년 제3차 대만해협 위기 때 이미 충돌한 바 있어 긴장 완화가 필요한 시점이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현재 중국의 위상이 그때와는 다르다는 점도 작용한다”고 지적했다.

우선 깅그리치 방문 당시 1995∼1997년 제3차 대만해협 위기 후 미·중이 긴장 완화를 원하던 시점이었던 것에 비해 이번에는 미국을 중심으로 한 서방이 민주와 인권을 앞세워 중국을 포위 압박하는 상황에서 발생했다.
또 깅그리치는 사전 협의가 있었으나 이번에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도 부정적 입장이었다. 깅그리치는 지난 2일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대만 방문 시 중국 정부와 사전 협의가 있었고 대만 방문 전 먼저 중국을 방문해 당시 장쩌민(江澤民) 국가주석을 만나 하나의 중국 원칙을 지지하기도 했다고 밝혔다.
의장의 개인적 성향에서도 깅그리치는 1989년 톈안먼(天安門) 사태로 촉발된 대중 제재를 해제해야 한다는 주장을 펼쳤다. 반면 펠로시 의장은 중국의 민주주의, 인권, 소수민족 문제를 미국 국내외에서 적극 제기해왔다. 무엇보다 중국의 경제력과 군사력이 25년 전보다 비약적으로 강화 발전됐다.

펠로시 의장의 대만행에 대해 미국에서도 비판론이 제기된다. 미국과 중국의 신뢰를 떨어뜨리고, 대신 군사적 긴장을 높이는 역효과를 불러왔다는 것이다.
워싱턴포스트(WP)는 이날 칼럼에서 “성공적인 외교 정책은 높은 원칙과 현명하고 시의적절한 실행이 맞물려야 한다”며 “펠로시 의장이 제기한 ‘독재에 굴복하지 않는다’는 원칙에 전적으로 동의하지만, 그의 대만 방문은 현명하지 못했다”고 직격했다 뉴욕타임스(NYT)는 한국을 포함한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동맹 약화로 이어질 가능성을 우려했다.
한편 코로나19에 감염돼 격리 중인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3일(현지시간) 오전 국가안보팀과 전화로 회의한 사실을 트위터에 공개하면서 “미국의 자유롭고 열린 인도·태평양과 우크라이나에 대한 우리의 계속되는 지원 등 다양한 우선순위에 대해 논의했다”고 밝혔다. 카린 장-피에르 백악관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중국은 미국의 오랜 정책과 일치하는 펠로시 의장의 대만 방문을 위기로 전환할 이유가 없다”며 하나의 중국 정책에 변함이 없음을 거듭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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