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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권 최대 난제 ‘軍공항 이전’ 새국면… 대화·교류 통해 해법 찾는다 [지방기획]

입력 : 2022-08-04 01:00:00 수정 : 2022-08-03 20:13: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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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시 돌파구 마련 주목

정조대왕 화성 축조 이후 최대의 역사
2017년 화옹지구 예비이전 후보지 선정
화성 서부지역 주민 등 이전 반대운동
지역 갈등 평행선… 5년 넘게 추진 지연
국제공항 개설 전제 ‘조건부 검토’ 선회
경제자유구역 지정 등 연계 논의 가속
#1. 지난달 28일 경기 수원시 권선구 세류동의 한 아파트 단지. 조용하던 도심 ‘아파트 숲’ 사이에 굉음이 울리더니 이내 전투기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인근 공항에서 이륙한 제10전투비행단 소속 공군기들로, 굉음은 주민들의 대화 소리와 TV 시청음을 삼켜버렸다. 이곳 주민들은 소음 탓에 극심한 스트레스를 호소했지만, 최근 국방부가 발표한 소음 피해 대책지역에 일부 동네가 포함된 게 전부였다. 50대 주민 정모씨는 “어제오늘의 일은 아니지만 전투기가 뜰 때는 정말 아무것도 못 한다”며 “사고로 전투기가 도심 건물에 부딪히거나 추락할까 걱정스럽다”고 토로했다.

#2. 경기 화성시 마도면의 70대 홍모씨는 “화성습지의 생태 가치와 매향리 주민의 역사적 아픔은 잊혔느냐”며 목소리를 높였다. 마도면 ‘토박이’인 그는 “이곳 사람들은 54년간 매향리가 미 공군 폭격장으로 사용되면서 큰 고통을 겪었다”면서 “매향리 사격장이 2005년 폐쇄됐는데, 다시 비행장이 온다는 게 말이 되느냐”고 반문했다. 그는 2017년 2월 국방부가 수원 군공항 예비이전 후보지로 화성 화옹지구를 선정하자 국회 앞 시위에 나서는 등 반대운동을 이어왔다.
공군 전투기가 경기 수원시의 아파트 단지를 배경으로 착륙을 시도하고 있다. 수원시 제공

◆수원 군공항 이전 이번에는 다를까?… 화성시장 ‘조건부 검토’ 주목

수도권 최대 난제인 수원 군공항 이전이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다. 지난 6·1 지방선거를 거치며 평행선을 달리던 수원시와 화성시 사이에 조금씩 대화의 물꼬가 트이는 분위기다. 지방선거로 단체장들이 바뀌면서 공통 화두인 군공항 이전에 통합 신공항 건설, 경제자유구역 설치 등이 엮여 속도가 붙은 모양새다.

3일 각 지방자치단체에 따르면 수원 군공항 이전과 경기남부 국제공항 추진 논의는 민선 8기 자치단체장들이 주도하고 있다. ‘정조의 화성(華城) 축조 이래 수원 최대의 역사’로 불리는 군공항 이전에 기름을 부은 건 김동연 경기도지사이다. 김 지사는 수원 군공항과 성남 서울공항을 동시 이전하면서 경기국제공항 건립을 추진하는 공약을 내걸고 당선됐다. 도지사직의 인수위에 꾸려진 전담 태스크포스(TF)는 최근 도내 조직으로 바뀌어 출범하는 방안이 논의되고 있다. 향후 전담조직이 출범하면 도가 컨트롤타워 역할을 맡을 것으로 보인다. 앞서 민선 6기 남경필 지사 때 경기도시공사 안에 만든 관련 TF는 화성시의 거센 반발로 1년 만에 해체된 바 있다.

도시공학 전문가인 이재준 수원시장은 2015년 제2부시장 재임 시절 세류동 일대 군공항 부지(5.22㎢·화성시 탄약고 등 제외)를 첨단과학 연구단지와 배후 주거단지, 문화공원 등으로 이뤄진 ‘스마트폴리스’로 조성하는 계획을 내놓았다. 최근 시장직 인수위 단계부터 관련 TF를 출범시켜 군공항 이전 논의를 이끌어왔다.

원칙적으로 반대 입장을 견지해온 정명근 화성시장의 경우, 최근 국제공항 개설을 전제로 ‘조건부 검토’ 의사를 밝혔다. 여기에 평택 등 일부 지역 시민단체들이 국제공항 유치에 찬성 의사를 밝히며 거대한 토론의 장이 형성될 조짐을 보인다. 특히, 군공항과 인접한 화성 동부지역 주민들은 지난 6월 국제공항 추진 결의대회를 열어 군공항과 부속시설인 탄약고 등으로 피해를 보는 주민을 위해 정부가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수원과 화성 동부에 걸친 6.32㎢ 규모의 수원 군공항에는 현대사의 아픔이 배어있다. 처음 터를 잡은 이는 제국주의 일본이었다. 2차 세계대전 말기 비행장이 조성되면서 피비린내 나는 상흔이 새겨졌다. 6·25전쟁 당시에는 개전 이틀 만에 수원 군공항 인근에서 조선인민군과 미군 사이에 첫 공중전이 벌어져 인민군 전투기 9기 중 7기가 격추됐다.

수원 군공항은 1954년에야 한국 정부로 관할권이 넘겨져 군사시설로 존속해오고 있다. 70년 가까운 세월 동안 수원은 물론, 인접한 화성 동부지역 주민에게 불안과 고통을 안겨줬다. 주민들은 고도 제한과 소음 피해 등을 호소하며 도시 발전을 위해 이전을 요구해왔다.

앞서 국방부는 2015년 6월 ‘군공항 수원기지 이전사업’을 승인했다. ‘도심 속 군공항을 이전해달라’는 수원시 건의에 대한 1년 만의 답이었지만 이후 꼬박 7년이 흐르는 동안 화성시 화옹지구를 예비이전 후보지로 선정한 것 외에는 이렇다 할 진전을 보지 못했다.

화성시는 후보지 지정 취소 권한쟁의심판을 청구하는 등 반발했고, 이웃인 수원시와 갈등이 고조됐다. 화성 서부지역 주민과 이전 반대 범시민대책위원회는 현수막을 내걸고 반대운동을 이어왔다. 이웃 안산·평택·여주·이천시와 양평군 주민들도 당시 자신의 지역이 예비이전 검토 대상으로 언급된 데 반발해 시위를 벌였다.

◆이재준 시장의 ‘경제자유구역’ 설치안, 솔로몬의 지혜 되나?

20조원 가까운 군공항 이전사업은 수원에 장밋빛 미래를 뜻하지만, 화성 화옹지구 주민에겐 악몽으로 불린다. 지난해 9월 국토교통부가 내놓은 제6차 공항개발 종합계획에 ‘경기남부 민간공항 건설’과 관련된 내용이 담기면서 군공항을 포함한 통합 국제공항 추진 기대감이 고조됐으나 화옹지구 주민의 동의를 얻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수원시 입장에선 군공항 부지를 활용해 동북아 경제의 중심지로 도약한다는 청사진이 명확하다. 노른자위 땅에 대규모 주거·산업 단지와 녹지를 갖춰 새로운 발전 동력으로 삼겠다는 구상이다. 반면 화성시민에게는 그간 뚜렷한 청사진이 제시되지 않았다. 여기에 시민단체들의 반대 목소리도 만만찮다. 수원환경운동연합 등 86개 종교·시민사회 단체가 참여한 ‘수원 군공항 폐쇄를 위한 생명·평화회의’는 지난 6월 김 지사(당시 당선자)에게 군공항을 이전이 아닌 폐쇄하라고 촉구했다.

이런 분위기는 지난달 1일 민선 8기가 출범하면서 군과 민간이 함께 사용하는 통합 국제공항 추진으로 조금씩 방향이 바뀌고 있다. 750만 인구와 반도체 등 첨단산업이 밀집된 경기남부권에 풍부한 항공·화물 수요를 바탕으로 정보기술(IT)·수출 허브공항을 건설하자는 것이다. 실제로 수원과 용인, 화성, 평택에는 반도체 관련 시설들이 몰려 있다.

누구보다 열정적인 사람은 이 시장이다. “경기도, 중앙부처와 함께 국제공항 연계 토털패키지를 논의하고, 경제자유구역 공동지정 등 종전·이전 지역이 함께 국제적인 선도 도시가 되도록 청사진을 준비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수원과 화성의 두 지역 시민이 협의체를 구성해 이 문제를 스스로 해결하도록 해야 한다는 해법을 제시한 바 있다. 공론화 뒤 결정권을 시민에게 위임한다는 생각을 품고 있다. 이는 “화성시민이 주체이면서도 끌려다녔는데, 이제는 이전에 따른 평가를 화성시민이 해야 한다”는 정 시장의 입장과도 어느 정도 일맥상통한다.

이 시장은 통합 국제공항 외에 경제자유구역이란 해법도 처음 꺼내 들었다. 인천국제공항 건설 당시 마련된 송도·영종·청라의 경제자유구역이 지역 발전에 이바지했다는 판단에서다. 통합 국제공항 주변과 수원·화성의 접경지 등 2곳에 경제자유구역을 설치, 공동 경제 거점으로 키운다는 복안이다.

◆이재준 수원특례시장 “통합 국제공항 공감대 형성 최선… 가을까지 진전된 방안 내놓을 것”

 

“허심탄회하게 대화하고 있습니다. 역지사지(易地思之)의 심정으로 논의하는 만큼 답보상태를 벗어나 진전된 얘기를 내놓을 수 있을 겁니다.”

 

이재준(사진) 경기 수원특례시장은 3일 세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최대 현안인 군공항 이전과 통합 국제공항 신설에 자신감을 내비쳤다. 화성시민의 입장을 고려해 물밑에서 차분한 논의를 이어가고 있다는 설명이다.

 

이 시장은 “올가을까지 진전된 안(합의)을 만들어 발표하려 한다”며 “통합 국제공항에 대한 공감대 형성에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반짝하는 걸 당장 내놓을 순 없겠지만 당면 과제 몇 가지를 화성시 측과 나누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수원의 정치원로’인 5선 김진표 국회의장과 최근 만나 군공항과 관련해 많은 얘기를 나눴다고 했다. 김 의장은 군공항 소음으로 피해를 본 주민을 위해 ‘군공항 소음 피해 보상법’을 통과시키는 등 남다른 관심을 기울여왔다. 이런 김 의장이 나서 예비이전 후보지 주변을 경제자유특구로 지정하는 방안을 정부와 협의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 시장은 지난달 지역 당정 간담회에선 참석 국회의원들에게 통합 국제공항 추진에 대해 협조를 구하기도 했다. 그는 “경기도도 올해 공론화 사업 의제로 군공항 이전을 선정하는 등 공항 이전에 적극적”이라며 “과거와 분위기가 많이 달라졌다”고 강조했다.

 

야당 대표로 선출될 것이 유력한 이재명 의원이 대구·경북 통합 신공항 건설 관련 특별법 제정을 언급하는 등 다른 지역의 신공항 특별법에 속도가 붙은 데 대해선 “시너지 효과를 가져올 것”이라며 긍정했다. “수원과 대구, 광주가 같은 입장”이라며 “이를 잘 풀면 한쪽에만 매몰되지 않고 지혜를 공유하면서 긍정적 영향을 퍼뜨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과거 부시장 시절 내놓은 수원 군공항 부지의 ‘스마트폴리스’ 조성안을 놓고는 “과거 수원시 입장에만 치중해 한국형 실리콘밸리를 만들겠다고 짠 것”이라며 “지금은 화성과 수원의 상생 기반 조성을 위한 접경지 경제자유구역 설치와 경제 거점 확산으로 인식의 변화가 생겼다”고 했다.

 

그는 그러면서 “종전지역과 이전지역 시민이 함께 참여하는 공론화위원회를 꾸려 공항 이전에 대한 오해와 우려를 해소하고, 그동안의 갈등을 넘어 이전지역의 의견과 이익을 우선하는 상호협력과 상생·발전을 논의하겠다”고 다짐했다.


수원=오상도 기자 sdoh@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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