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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 5세 초등 입학’ 전격 발표 후 거센 반발여론 밀려 폐기 가능성 언급…‘졸속행정’ 논란 활활

입력 : 2022-08-03 07:00:20 수정 : 2022-08-03 21:5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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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흘만에 '폐기' 언급한 교육부
연합뉴스

 

교육부가 만 5세로 초등학교 입학연령을 낮추는 학제개편을 추진한다고 발표한 지 불과 나흘 만에 정책을 폐기할 가능성까지 시사했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학제개편안을 전격 발표한 직후 교육계는 물론이고 학부모, 정치권까지 전방위적으로 거센 반발이 이어지자 철회를 포함한 모든 가능성을 열어둔다는 입장으로 한발 물러선 것이다.

 

박순애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2일 정부서울청사에서 학부모단체 관계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간담회를 열고 "국민이 정말 원하지 않는다면 정책은 폐기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또한 "열린 자세로 공론화 거쳐 사회적 합의를 도출하고 이를 바탕으로 정책적 해결 방안을 찾겠다"고도 했다.

 

철회 가능성에 대한 언급은 지난달 29일 박 부총리가 윤석열 대통령에게 교육부 업무 보고를 하면서 초등 입학연령을 현행 만 6세에서 5세로 한살 낮추는 학제개편안을 이르면 2025학년도부터 추진하겠다고 발표한 지 나흘 만에 나온 것이다.

 

그동안 윤 대통령의 교육공약이나 교육부의 국정과제 등에서도 전혀 언급되지 않았던 '메가톤급' 학제개편안이 사전 예고나 협의 과정도 없이 발표된 직후부터 교육관련 단체, 학부모, 교사들 사이에서 거센 반발이 일었다.

 

교육·시민사회 단체들로 구성된 '만 5세 초등취학 저지를 위한 범국민연대'(범국민연대)는 지난 1일부터 이틀 연속 용산에서 수백여명이 모여 집회를 벌였으며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도 시도교육청 등지에서 1인 시위를 시작했다.

 

교원단체와 유아교육단체, 관련 학회, 정치권에서도 나흘간 잇따라 성명이 발표됐다.

 

이들은 만 5세의 입학이 유아 발달단계에 맞지 않고 해당 연령대 학생들의 대입·취업경쟁을 심화하며 사교육을 조장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맞벌이 가정 등의 돌봄 공백 등 사회적 여파가 클 것으로 예상되며 세계적 추세에도 맞지 않는다는 지적도 잇따랐다.

 

이들은 무엇보다 교육부가 대한민국 모든 가정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민감한 정책을 충분한 의견 수렴 과정도 없이 느닷없이 발표한 뒤에 밀어붙이려는 모양새를 취했다는 데에 분노를 표출했다.

 

여론이 심상치 않게 돌아가자 교육부 안팎으로 진화에 나서려는 움직임이 감지됐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지난 1일 박 부총리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각계 여론을 충분히 수렴하라는 메시지를 전달했고, 박 부총리도 예정에 없던 긴급 브리핑을 자청해 "공론화 과정 등을 통해 열린 자세로 사회적 합의를 도출하는 과정을 거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박 부총리가 언론 인터뷰에서 '입학연령을 1개월씩 12년에 걸쳐 줄이는 방안도 가능하다'고 해명한 발언이 오히려 논란을 더 키우는 등 반발이 더욱 커지자 결국 대통령실까지 나서 '해명'을 시도했다.

 

대통령실은 이날 오후 브리핑에서 윤 대통령이 교육부에 학제개편안에 대한 '신속한 공론화'를 추진해달라고 지시했다면서 "아무리 좋은 개혁도 국민 뜻을 거스를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교육계에서는 반대 여론이 워낙 비등한 만큼 정부가 실제 정책을 철회하기 위한 일종의 '퇴로'를 모색하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그러나 교육부 관계자는 "여러 우려가 나오는 상황이므로 부총리가 거기(철회)까지 가능한 대안으로 원론적인 답변을 한 것"이라며 "정책 추진 과정에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논의한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입학연령을 1년 낮추는 것이 출발선상에서 양질의 공교육 받을 수 있도록 국가가 할 수 있는 게 뭔지 찾는 수단 중 하나로 검토해온 것"이라며 "이를 포함한 다양한 방법을 찾아나가는 과정이라고 보면 된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대통령실과 교육부가 뒤늦게 '공론화'를 하면서 여론 조성이나 설득에 나서더라도 추진이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 공론화 과정에서 듣고 반영해야 할 의견이란 학부모를 포함한 일반 국민들의 여론, 정책을 실제로 이행할 시도교육청·학교·교원들의 뜻, 교육 전문가들의 전문적인 의견 등인데 어느 쪽 하나도 추진에 힘을 실어준다고 장담할 수 없는 상태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교총)가 1일 전국 교원을 대상으로 한 긴급 설문조사에서 입학연령 하향에 94.7%가 반대했으며, 교총과 교사노조연맹, 전교조 등 대표적인 교원 단체들도 반대 입장에서 물러서지 않고 있다.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 회장인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은 이날 입장문을 내 "1년이라도 우리 아이들을 빨리 노동시장에 진출시키는 것이 발달단계에 맞는 교육을 받는 것보다 더 중요하겠느냐"며 '경제적 접근'에 반대했다.

 

국회 입법이 쉽지 않다는 현실적인 문제도 있다.

 

입학연령을 낮추거나 학제를 개편하려면 초·중등교육법을 개정해야 하는데 여소야대 정국 속에서 거센 여론 반발을 뚫고 개정안을 통과시킬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더불어민주당은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초등학교 입학 연령을 만 5세로 1살 낮추는 것은 초중등교육법 개정 사안"이라며 "이렇게 졸속으로 추진하는 정책에 민주당이 동의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또한 교육부가 학제개편안 공론화 과정을 담당할 기구로 언급한 국가교육위원회는 이미 법적 설치 가능 시점(지난달 21일)이 열흘 넘게 지났지만 위원 구성이 안돼 출범조차 하지 못하고 있다.


김현주 기자 hj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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