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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둠 속에서 발견한 ‘찰나의 시간’…비비안 마이어 작품 서울서 만난다

입력 : 2022-08-03 01:00:00 수정 : 2022-08-02 20:2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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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후에야 알려진 천재 사진작가
4일부터 그라운드시소 성수서
첫 아시아 투어… 270여점 선봬
수많은 군상의 희로애락 ‘줌 업’

‘미스터리한 천재 사진가’, ‘롤라이플렉스의 장인’으로 불리는 비비안 마이어(VIVIAN MAIER 1926~2009·사진) 작품 세계가 모처럼 국내에서 펼쳐진다.

4일 서울 성수동 그라운드시소 성수에서 개막하는 이번 전시는 비비안 마이어 전시회로는 최대 규모다. 프랑스 파리 뤽상부르 뮤지엄, 이탈리아 토리노 왕립박물관으로 이어진 유럽 투어 이후, 첫 아시아 투어다.

이번 전시에선 마이어가 직접 인화한 빈티지 작품과 미공개작을 포함한 270여 점이 선보인다. 특히 그가 1959년 아시아 지역을 여행하며 찍은 사진들이 최초 공개된다. 생전 메고 다닌 롤라이플렉스, 라이카 카메라와 슈퍼8 필름 형식의 영상과 오디오도 공개, 마이어 목소리를 들어볼 수도 있다.

마이어는 사진 역사상 가장 경이적인 데뷔를 한 사진가다. 유모를 생업으로 삼고 사진을 찍으면서 평생 외롭게 살다가 한 푼의 재산도, 유족도, 유언도 없이 세상을 떠난 인물이다. 뉴욕에서 태어난 마이어는 프랑스에서 어린 시절을 보내고 뉴욕으로 돌아갔다가 20대 후반인 1950년대에 시카고로 본거지를 옮겨 2009년 83세로 숨질 때까지 살았다. 50년 이상 미국 내외 도시를 다니며 일상 속의 사람들과 거리 풍경, 부자와 걸인의 희로애락 등 시대의 풍미가 담긴 사진을 찍었으나, 15만여 장에 달하는 작품은 생전 공개된 일이 없다. 그의 필름과 사진은 상자에 담겨 유료 창고에 보관되다 2007년 창고 임대료가 밀려 경매에 부쳐졌다. 영화감독 존 말루프는 누가 찍은지도 모르는 방대한 분량의 필름이 담긴 상자를 400달러(약 45만원)에 사들였다. 그마저도 2년간 방치됐던 필름은 2009년 존 말루프가 일부를 스캔한 후 인터넷에 공개하면서 열광적인 반응을 얻었다. 말루프는 원주인을 찾아 나섰지만, 마이어가 저소득층 임대 아파트에서 쓸쓸히 생을 마감한 지 수일 후였다.

그의 사진에는 위트, 사랑, 빈곤, 우울, 죽음의 이미지가 섞여 있고, 거리에서 만난 수많은 인물의 다양한 표정이 살아 있다. 세상의 상냥함과 비극이 동시에 존재한다. 계급과 성별, 나이에 상관없이 두 번 다시 오지 않을 찰나의 시간이 그대로 담겼다.


권이선 기자 2su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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