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 유학생 A양은 지난 3월 제주영어교육도시 국제학교에 합격했지만 최근 9월 학기 입학 대기 통보를 받았다. A양과 마찬가지로 해당 학년에 10명쯤 입학 대기 중이어서 이번 학기 입학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입학 때까지 국제학교 인근 일반 중학교 3학년에 재학 중인 A양은 적응이 힘들어 거주지인 서울로 가야할 지, 다시 캐나다로 돌아가 유학할 지 고민이 깊다.
제주영어교육도시 국제학교 입학이 ‘바늘구멍’이다. 합격하고도 입학을 못하는 대기자만 500명에 육박하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 이후 해외 유학보다는 내국인 입학이 가능한 제주영어교육도시 국제학교로 수요가 몰리기 때문이다.
2일 제주국제자유도시개발센터(JDC)와 국제학교 등에 따르면 입학 대기자는 노스런던컬리지에잇스쿨 제주(NLCS) 143명, 세인트존스베리아카데미 제주(SJA) 127명, 브랭섬홀아시아(BHA) 96명, 한국국제학교 제주캠퍼스(KIS) 90명 등 456명이다.
무더기 입학 대기 사태는 코로나19 이후 충원율이 급등하면서 예견됐다.

2021년 8월말(학기 시작일) 기준 학교별 충원률은 NLCS 제주(정원 1508명, 현원 1484명) 98.4%, SJA 제주(정원 1254명, 현원 1054명) 84.1%, BHA(정원 1212명, 현원 994명) 82%다. 3개 학교 평균 충원율(정원 3974명, 현원 3532명)은 88.9%로 나타났다. 학생 수 900여명인 KIS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4개 학교 초·중학교의 경우 충원율이 100%에 달해 입학 대기자가 몰려 있다. 인근 일반 초등학교와 중학교에 입학 대기 학생들이 몰리는 기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입학정원을 늘리지 못한데다 신규 국제학교 설립도 2016년 이후 답보 상태다. 그 동안 학교설립 승인 권한을 갖고 있는 제주도교육청이 신규 학교 설립과 입학정원 확대에 부정적인 입장을 보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국제학교 설립 지원’을 공약으로 내건 김광수 제주교육감이 당선되면서 학교 설립과 입학정원 확대 기대감이 높다. 운영 중인 국제학교 4곳 외에 추가로 3곳이 들어설 수 있다.
지난해 영어교육도시 조성사업 주체기관인 JDC와 업무협약(MOU)을 체결한 신규 국제학교 2곳(미국 1, 유럽 1)이 협상을 진행 중이지만, 최근 공사비 상승 등 설립 비용 증가에 따른 재정적 부담으로 멈칫거리고 있다. JDC도 새롭게 들어설 수 있는 국제학교 3곳에 대해 지급 보증을 서지 않는 등 재정적으로 관여할 계획이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당초 JDC는 KIS를 제외한 나머지 기존 국제학교 3곳이 지어질 당시 지급 보증을 서며 학교 건물 건축 비용 확보에 도움을 주는 등 적극적으로 개입했었다.
JDC 관계자는 “영어교육도시를 처음 조성할 당시와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 현재 신규 국제학교에 지급 보증을 설 수 있는 재정적 여건이 충분치 않다”며 “사업자의 사업계획서 제출을 기다리고 있다. 사업계획서를 받으면 빈틈없이 검증할 것”이라고 밝혔다.
기존 국제학교들은 “7곳의 국제학교가 조성될 수 있음에도 2016년 이후 신규 국제학교가 들어서지 않고 있다”며 “점점 누적되는 입학 수요를 수용할 학교가 부족해 입학 대기 학생이 증가했다. 입학 정원을 확대해야 학교와 학부모 모두 숨통이 트일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때문에 수년이 걸리는 신규 학교 설립보다는 기존 학교 교사진 확보와 건물 증축 등으로 입학정원을 늘려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본지 취재 결과 각 학교들이 입학 정원을 늘려달라고 제주도교육청에 요청했거나, 신청 준비 중으로 알려졌다. 입학정원 증원 신청 인원은 총 900명 정도인 것으로 알려졌다. 입학정원이 확대되면 내년에는 무더기 입학 대기 사태가 해소될 것으로 보인다.
제주도교육청 관계자는 “일부 학교가 입학정원 증원 신청을 했다”라며 “정원 확대는 국제학교 설립·운영심의위원회 심의와 교육부 동의를 거쳐야 한다”라고 말했다.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