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래카드 펼쳐들고 무력진압에 항의
원내총무 시절에도, 의장 당선 후에도
류샤오보 등 정치범 석방 꾸준히 요구
베이징 하계·동계올림픽 보이콧 주장
WTO 가입·인권 연계 주장 펼치기도
“대만 방문으로 경력 마무리 하려는 듯”
“중국에 반대해 온 낸시 펠로시의 긴 역사.”(BBC), “펠로시는 중국의 눈을 찌른 역사가 있다.”(뉴욕타임스)
대만 방문이 가시화하면서 국제사회의 스포트라이트를 한몸에 받고 있는 낸시 펠로시(82) 미국 하원의장의 대중국 강경 행보에는 역사가 있다.

1987년 이래 캘리포니아주에서 민주당 소속으로 18차례 당선하며 35년 동안 하원의원직을 유지하고 있는 펠로시 의장. 그는 51세의 재선의원 시절이던 1991년 동료 의원과 함께 중국 베이징을 방문했다. 1989년 6·4톈안먼(天安門) 사태 후 2년 뒤다. 당시 펠로시 의장과 동료 의원 2명은 공식 행사에서 빠져나와 중국 당국의 허락 없이 톈안먼광장을 찾았다. 펠로시 의장은 6·4톈안먼 사태 희생자를 추모하는 의미로 검은색 바탕에 흰 글씨의 중국어와 영어로 “중국의 민주주의를 위해 숨진 이들에게”라고 적힌 천을 펼쳐 들고, 중국 당국의 시위대 무력진압에 항의했다. 영상에서는 중국 공안이 취재기자를 쫓아내고, 펠로시 등 미국 의원들에게 항의하는 모습이 고스란히 담겼다. 펠로시 의장은 2019년 6월4일 자신의 트위터에 당시 플래카드 시위 영상을 올리기도 했다.
펠로시 의장은 중국의 민주탄압·인권침해의 상징이 된 톈안먼사태와 관련해 “아무런 문제가 없는 것처럼 넘어갈 수는 없다”면서 “대학살을 자행하는 중국 정부에 예의를 표한다면 전 세계 인권 문제에 대해 발언할 어떤 도덕적 권위를 가질 수 있겠느냐”며 2008년 베이징하계올림픽과 2022년 베이징동계올림픽 보이콧을 주장하기도 했다. 펠로시 의장은 하원 원내총무 시절이던 2002년에는 미국 워싱턴을 방문한 후진타오(胡錦濤) 당시 중국 부주석에게 중국과 티베트 활동가 및 정치범 석방을 촉구하는 하원의원단 서한 전달을 시도했다. 후 부주석이 서한을 받는 것을 거절하며 외교적 파장이 일었다.

그로부터 7년 뒤인 2009년 펠로시 의장은 주석이 된 후진타오에게 류샤오보(劉曉波) 등 정치범들의 석방을 촉구하는 서신을 직접 전달했다. 중국의 인권을 위해 장기간 비폭력 투쟁을 벌여 온 류샤오보는 2010년 노벨평화상 수상자로 선정됐지만 수감 생활을 계속했고, 2017년 암으로 사망했다. 펠로시 의장은 2010년 류샤오보의 노벨평화상 수상을 축하하고, 중국 정부에 류샤오보의 석방과 부인의 가택연금 해제를 촉구하는 의회 결의안 채택을 주도하기도 했다.
펠로시 의장은 중국의 세계무역기구(WTO) 가입과 관련해서도 인권 기록을 연계해야 한다는 주장을 펼쳤다. 미국 행정부는 중국의 무역질서 편입은 광범위한 전략적 이익을 가져다준다고 판단해 펠로시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미국의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는 지난달 31일(현지시간) ‘펠로시와 중국: 진보적 매(Progressive Hawk)의 형성’이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중국 정부의 인권침해와 약탈적인 경제 관행에 책임을 추궁한 하원의장은 조 바이든 대통령이 좋든 싫든 간에 대만을 방문함으로써 세계 무대에서 그녀의 경력을 마무리하고 싶어 한다”고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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