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검색

알프스 만년설 녹고 사막은 물벼락… “인류 ‘집단자살’ 선택 기로” 경고 [뉴스+]

, 이슈팀

입력 : 2022-08-01 23:00:00 수정 : 2022-08-02 01:34:49

인쇄 메일 글씨 크기 선택 가장 작은 크기 글자 한 단계 작은 크기 글자 기본 크기 글자 한 단계 큰 크기 글자 가장 큰 크기 글자

40도 넘은 영국 기록적 폭염, 1000년에 1번 발생할 일
“알프스 빙하, 무섭게 녹는다…60년만에 최대폭 소실"
북극 빙하 녹은물 사흘새 180억t…“복원 불가능 수준”
기후변화 불신 여전히 득세…“각국 기후대책 빈수레”
韓·中 등 15개국 기후변화 대응에 ‘매우 불충분’ 평가
교황 “고통받는 지구…지도자들, 기후변화에 맞서야”

“우리에게는 ‘집단자살’ 또는 ‘집단행동’이라는 두 가지 선택이 있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지난달 18일(현지시간)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기후 회담에서 화상 연설을 통해 “인류의 절반이 홍수, 가뭄, 극심한 폭풍, 산불로 인한 위험에 처해 있다. 어떤 국가도 예외는 아니다”라면서 “기후변화는 우리의 손에 달렸다”고 강조했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 AP연합뉴스

현재 우리는 세계 곳곳에서 벌어지는 이상기후를 목도하고 있다. 사막 도시에 폭우가 쏟아지고, 알프스의 만년설이 녹아내리는 등 지구는 인류에게 현 상황이 ‘비정상’이라는 사실을 줄기차게 전하는 중이다. 

 

구테흐스 사무총장은 “우리는 여전히 화석 연료에 중독돼 있다. 그러나 가장 큰 문제점은 이같은 세계적인 위기 속 우리는 다자간 공동체로서 협력하는 데 실패하고 있다는 것”이라며 “국가들은 집단적 미래에 대한 책임을 지는 대신 계속해서 서로에 대한 비난을 늘어놓고 있다. 우리는 선택권이 있다. 집단행동이나 집단자살. 이는 우리 손에 달렸다”고 말했다.

 

◆세계 곳곳에서 벌어지는 ‘이상한 기후’

 

최근 세계 각국에서는 ‘이상한 기후’ 현상이 잇달아 벌어지고 있다.

 

미국 네바다주 사막 한가운데 있는 카지노의 도시 라스베이거스는 최근 갑작스러운 폭우로 물난리를 겪었다. 미국 기상청(NWS)에 따르면 비를 잔뜩 머금은 폭풍우는 지난달 28일 저녁 라스베이거스를 강타했다.

지난 7월 29일(현지시간) 미국 네바다 주 라스베이거스에서 네바다 교통부 직원들이 노스 메인 스트리트 인근 웨스트 워싱턴 거리에 고인 빗물을 치우기 위해 일하고 있다. AP연합뉴스

라스베이거스의 올해 7월 평균 강우량은 8㎜에 불과했으나, 이날 1시간여 만에 250㎜ 넘는 폭우가 ‘사막 도시’를 덮쳤다. 기상청은 돌발 홍수 경보를 발령했지만, 거대한 카지노 호텔과 리조트가 빽빽하게 들어선 ‘스트립’ 거리 곳곳은 예상치 못한 폭우에 대처하지 못했다. 


럭셔리 카지노 ‘시저스 팰리스’의 천장 조명등에서는 빗물이 줄줄 흘러내렸고, ‘플래닛 할리우드’에선 지붕 일부가 물 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무너져 빗줄기가 실내로 들이쳤다. ‘서카’ 카지노 호텔의 실내 대형 전광판에서는 빗물이 분수처럼 쏟아지는 장면이 포착되기도 했다. 쇼핑몰 ‘프리몬트 스트리트 익스피리언스’는 벼락을 맞아 정전됐다.

 

강풍에 많은 가로수가 넘어졌고 도로 곳곳은 불어난 물로 침수됐다. 라스베이거스 소방국은 폭우가 내린 이날 밤 차량 충돌 사고 등 300여건의 긴급신고를 접수했고, 급류에 휘말린 7명의 시민을 구조했다고 밝혔다. 이전에는 한 번도 볼 수 없었던, 마치 재난영화를 연상케하는 장면들이다.

 

서늘한 날씨로 잘 알려진 섬나라 영국은 유례없는 폭염에 시달리는 중이다. 영국에서는 지난달 19일 중부 링컨셔주의 코닝스비 지역의 낮 기온이 40.3도를 찍으며 관측 이래 최고 기록을 세웠다.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영국 가정의 에어컨 설치 비율은 5% 미만으로, 이같은 폭염은 영국인들에게 매우 낯선 일이다.

 

다국적 기후 연구단체인 WWA는 영국에서 이처럼 낮 기온 40도를 넘기는 폭염이 발생할 확률이 산업화 이전보다 10배 이상 높아졌다고 설명했다. 연구진은 관측 데이터와 기후모델 분석을 토대로 산업화 이전 시대인 1850년경에는 같은 폭염이라 하더라도 현재보다 최고 기온이 2~4도가량 낮았을 것으로 추정했다.

지난 7월 18일 영국 런던 버킹엄궁을 찾은 한 관광객이 부채로 햇빛을 가리고 있다. 런던=AP연합뉴스

연구진은 현재의 기후와 대기권의 온실가스 수준을 기준으로 영국에서 40도 넘는 폭염이 발생할 확률은 1000년에 1번꼴로 추산된다고 설명했다. 특히 이처럼 비정상적으로 낮 기온이 40도를 넘기는 상황이 발생할 확률은 산업화 이전과 비교하면 최소 10배 더 높아졌다고 연구진은 강조했다.

 

◆빙하는 역대 가장 빠른 속도로 녹아내리는 중

 

빙하가 녹는 속도는 더욱 빨라졌다. 알프스 지역 빙하들이 올해 역대 가장 빠른 속도로 사라지고 있다고 지난달 26일 외신 등은 보도했다. 특히 지난 겨울엔 적설량이 부족했고, 올 여름엔 최악의 폭염까지 찾아오면서 빙하가 맥없이 녹아내리는 모습이다.

 

스위스 빙하감시센터, 브뤼셀 자유대학교 등의 분석 자료에 따르면 스위스 알프스 최대 규모를 자랑하는 ‘모테라치 빙하’는 하루 5㎝씩 경계선이 후퇴하고 있다. 올해 모테라치 빙하는 60년 만에 가장 큰 폭으로 크기가 줄었다. 만년설·얼음층 두께는 200m 정도 얇아졌고, 빙하에서 시작돼 하부 계곡 쪽으로 쭉 내미는 형태의 ‘빙하설’은 3㎞ 정도 짧아졌다.

 

다른 빙하들도 기후변화의 직격탄을 맞고 있다. 이탈리아 북서쪽의 ‘그랑에르트 빙하’는 올해 누적 적설량이 1.3m에 불과했다. 과거 20년간 연평균 적설량은 3.3m 수준이었다.

지난 7월 30일(현지시간) 스위스 알프스 알파인 하이킹 코스 근처에 관광객들이 서 있다. 유럽에서 여름 휴가지로 가장 인기있던 알프스 알파인 하이킹 코스가 기후변화로 인해 폐쇄 됐다. AFP연합뉴스

히말라야의 빙하들도 규모가 극적으로 줄어들고 있다. 인도 카슈미르 지역 빙하의 경우 만년설이 봉우리 상단에만 간신히 남아 있는 수준으로 알려졌다. 인도 히마찰프라데시주의 탐사 결과 인근 초타쉬그리 빙하는 쌓인 눈이 거의 사라진 채 햇볕에 그대로 노출돼 있었다고 외신은 전했다.

 

알프스산맥의 경우 폭염의 영향으로 기온이 0도가 되는 ‘빙결고도’가 한때 5184m까지 높아졌다. 알프스산맥 최고봉 몽블랑(4807m)의 만년설도 버티지 못한다는 의미다. 알프스산맥의 평균기온은 최근 10년 만에 0.3도 상승했다. 이는 전세계 평균기온 상승속도의 2배에 이른다.

 

온실가스 배출이 계속된다면 2100년 알프스의 빙하 80%가 사라질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마티아스 후스 스위스 빙하감시센터 소장은 “수십 년 뒤에나 일어날 것 같던 일이 지금 당장 벌어지고 있다”며 “이런 극단적인 변화를 금세기에 목격하게 될 줄은 몰랐다”고 말했다.

 

북극권 그린란드의 기온 역시 평년보다 높아 빙하가 더 빨리 녹고 있다. 지난달 20일 CNN에 따르면 그린란드 북부의 낮 기온이 최근 며칠간 평년보다 섭씨 5도 이상 높은 16도 정도로 유지돼 대륙빙하가 녹은 물이 강을 이뤄 바다로 대량 유입됐다.

 

미국 국립빙설자료센터에 따르면 지난달 15일부터 17일까지 사흘간 그린란드 빙하가 녹아 바다로 흘러간 물은 하루 평균 60억t, 모두 180억t에 달했다. 물 60억t은 올림픽 공식 수영장 720만개를 가득 채우거나 미국 웨스트버지니아주 전체(남한 면적 3분의 2 정도)를 30㎝ 깊이로 덮는 양이다.

'복원 불가' 판정을 받은 그린란드 대륙빙하. AFP연합뉴스

만약 그린란드에 있는 빙하가 모두 녹는다면 지구 해수면은 7.5m 상승할 것으로 추산된다. 대다수 과학자는 화석 연료 사용에 따른 온실가스 증가로 지구 기온이 상승하며 기후가 변해 그린란드 빙하가 급격히 녹는다고 본다. 미국 오하이오주립대 연구진은 기후변화 때문에 그린란드 대륙빙하의 복원이 불가능하다는 연구 결과를 2020년 발표했다.

 

◆‘기후변화는 거짓말’ 의심… 인류는 여전히 기후위기에 뒷전

 

최근 이상기후로 인한 재난이 속출하는 가운데도 “과학자들이 거짓말한다”는 의심이 미국을 중심으로 여전히 짙게 깔려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은 세계 다른 곳과 마찬가지로 폭염 같은 극단적 기상이 더 자주 심하게 닥치지만 이를 기후변화 결과로 보는 이들이 상대적으로 적다.

 

여론조사기관 퓨리서치센터의 2020년 기후변화 인식도를 보면 미국에서 기후변화를 중대 위협으로 여기는 이들의 비중은 62%였다. 프랑스, 스페인, 이탈리아, 한국, 일본 등에서 그 비중이 80% 이상이라는 점, 중간값이 70%라는 점을 고려할 때 현격한 인식차가 드러난다. 특히 미국에서는 기후변화가 아예 위협이 아니라고 보는 이들이 14%로 조사대상 14개 선진국 가운데 최고였다.

지난 7월 4일(현지시간) 호주 뉴사우스웨일스주 윈저의 호크스베리강이 범람하면서 도로가 물에 잠기자 구조대원들이 구조 보트를 타고 구조 활동에 나서고 있다. AP연합뉴스

최근 영국 런던의 폭염, 미국 알래스카의 산불, 호주의 홍수 등 재난이 속출하지만 이를 노골적으로 외면하는 목소리도 눈에 띈다. 미국 과학·환경정책연구소(SEPP)는 최근 뉴스레터를 통해 과학자들이 모두 틀렸다며 “기후위기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총기 난사와 함께 미국의 ‘예외주의’로 국제사회의 조롱을 받는 이 같은 기후변화 불신의 뿌리로는 미국 에너지 업계가 지목된다.

 

AP통신은 국제사회가 1998년 교도의정서를 통해 온실가스 감축에 합의했을 때 업계가 꺼내 든 전략이 지금도 영향을 미친다고 지난달 27일 보도했다. AP통신에 따르면 이익단체인 미국석유협회(API)의 당시 대응 문건에는 과학에 대한 불신을 대중에 심는다는 전략이 담겼다. 이 문건에는 “평범한 시민들이 기후과학이 불확실하다는 것을 인정하도록 해야 승리할 수 있다. 기후변화가 하찮은 주제가 되지 않으면 승리를 선언하는 순간은 오지 않는다”라고 쓰여 있다.

 

AP통신은 미국 석유업계가 이 전략을 토대로 1990년대 이후 막대한 자금을 들여 기후변화 불신 캠페인을 벌이고 싱크탱크에 돈을 주고 기후변화를 부정하는 과학계 소수설을 홍보하도록 했다고 보도했다.

 

탄소 배출 ‘주범’으로 꼽히는 주요국이 겉으로는 기후위기 대책을 쏟아내지만, 정작 이를 실행하는 데 속도를 내지 않는다는 분석도 나온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국제환경단체인 기후행동추적(CAT)에 따르면 전 세계에서 탄소 배출량 1위인 중국은 지난해 10월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6)에 제출한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 등 관련 대책에 대한 이행 정도가 5단계 중 4번째로 낮은 ‘매우 불충분’한 국가로 분류됐다.

 

탄소 배출량이 전 세계 10위권 이내로 꼽히는 한국도 ‘매우 불충분’ 국가에 포함됐다. 국가별 세부 리포트에서 CAT는 “한국은 기후변화 및 에너지 분야 계획에서 진전을 보이고 있긴 하지만, 파리협약상 국제사회 목표치인 ‘1.5도 이내로 제한’에 발맞추기 위한 대책 추진에 있어 속도와 엄격함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한국과 중국을 비롯해 인도와 사우디아라비아, 인도네시아 등 총 15개국이 ‘매우 불충분’한 국가로 분류됐고, 탄소 배출량 전 세계 2위인 미국을 비롯해 일본, 유럽연합(EU) 등 8개국은 3번째 단계인 ‘불충분’에, 러시아, 이란 등 6개국은 관련 대책 추진이 ‘극심하게 불충분’한 나라로 CAT는 평가했다. 38개국 중 영국 등 나머지 9개국은 ‘거의 충분’한 국가에 이름을 올렸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최근 이상기후 현상을 불러온 기후변화에 대해 전 세계 지도자들이 각별한 관심을 두고 대응할 것을 주문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지난달 21일 바티칸에서 “우리의 자매이자 어머니인 지구가 고통 속에 울고 있다”며 “지구는 파괴 행위를 끝내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세계 지도자들은 전쟁·보건 위기 등에 쏟는 것과 같은 수준의 관심을 두고 기후변화에 맞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성민 기자 josungmin@segye.com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피니언

포토

소녀시대 써니 '앙증맞은 미소'
  • 소녀시대 써니 '앙증맞은 미소'
  • 소녀시대 윤아 '반가운 손인사'
  • 소녀시대 유리 '행복한 미소'
  • 김소연 '청순 외모에 반전 뒤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