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연 경기도지사가 ‘술잔 투척’ 논란을 빚은 김용진 경제부지사의 사의를 수용하며 최근 사태에 대해 사과했지만 도의회의 원 구성 협상에 좀처럼 물꼬가 터지지 않고 있다. 야당인 도의회 국민의힘은 경제부지사직 신설 등을 담은 관련 조례 폐기와 김 지사의 진정성 있는 대화 등을 요구하며 평행선을 달려 도의회 정상화에 험로가 예상된다. 지난달 도 집행부가 도의회에 요청한 1조4000억원대 ‘민생경제’ 추가경정예산안도 함께 발목이 잡히면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생활지원비 지급에 비상이 걸린 상태다.

김 지사는 1일 오전 입장문을 통해 “도민 여러분께 인사권자로서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린다”며 사태 수습에 나섰다. 그는 “도의회 정상화를 위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이런 결론으로 마무리 지어진 데 대해 안타깝게 생각한다”면서 “후임 부지사 인선을 마무리하고 후속인사를 진행해 도정이 안정을 되찾도록 하겠다”고 했다.
이어 “추경안 처리 지연 등 도민 삶을 볼모로 하는 도의회의 파행은 이제 멈춰야 한다”고 말해 도의회 국민의힘을 향해 칼끝을 겨눴다. 김 지사는 “민생은 어렵고 경제는 위기국면으로 가는데, 이런 시국에 도민이 바라는 건 정쟁이 아니라 함께 힘을 합쳐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다. 언제까지 이런 기대를 외면할 것인가”라고 물었다.
이날 김 지사의 입장문 발표는 전날 김 부지사의 사임 결정 이후 도의회 정상화를 위한 예정된 수순으로 읽힌다. 최측근인 김 부지사를 둘러싼 논란으로 민선 8기 도정이 교착 상태에 빠지자 출구전략을 구사한 것으로 보인다. 앞서 도의회 국민의힘은 곽미숙 대표의원과의 술자리에서 잔을 던진 것으로 알려진 김 부지사 파면을 협상의 선결 조건으로 내세웠고, 김 지사의 협치 행보도 발목이 잡혔다. ‘78 대 78’로 여야 동수를 이룬 경기도의회는 전국 광역의회 가운데 유일하게 원 구성조차 못 하고 있다.
하지만 양측은 접점을 쉽게 찾지 못할 전망이다. 김 지사는 이날 입장문에서 “협치를 위한 노력은 계속하겠지만 그 과정에서 원칙과 기준을 지킬 것”이라고 했다. 권력 분점에 가까운 도의회 국민의힘 측 요구 사항을 들어줄 수 없다는 뜻이다.

반면 도의회 국민의힘 관계자는 “(우리가 먼저) 산하단체장·부지사 추천권을 요구한 적은 없다”며 “김 지사의 도의회를 무시하는 태도가 문제”라고 반박했다. 이 관계자는 “김 지사의 입장문도 진정성 있는 사과라고 보기 힘들다”며 “본인 스스로 대화의 장으로 나와 도의회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라”고 요구했다.
양측이 평행선을 달리는 가운데 도의회 더불어민주당은 이달 중순 원포인트 임시회를 열어 추경안 등 민생 안건을 우선 처리하자고 제안했다. 원 구성 파행으로 추경안 처리가 지연되며 코로나19 생활지원비 지급 등 민생경제 대책에도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 당장 도비 1346억원이 시·군으로 전출되지 않으면 이달 중순부터 코로나19 생활지원비 지급이 끊기게 된다. 이 밖에 지역화폐 지원과 고금리 대출대환도 시급한 문제로 꼽힌다.
이에 김 지사는 최근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추경안 편성이 늦어지면 취약계층에 큰 타격이 우려된다”며 추경안 처리를 촉구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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