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권성동 당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가 당 안팎의 요구에 못 이겨 비상대책위원회 도입에 찬성으로 돌아서자, 이에 반대하는 친이준석계 인사들이 원내대표직 사퇴를 촉구하고 나섰다. 권 직무대행이 비대위 전환을 위한 직무대행직 사의는 밝히면서도 원내대표직에 대해선 언급하지 않자 압박에 나선 것이다.

정미경 최고위원은 1일 KBS 라디오에 나와 “이준석 대표가 사퇴하지 않는 한 비대위로 가기 어렵다”고 말했다. 당헌당규상 비대위원장 임명권은 당대표 또는 당대표 권한대행에게 있음을 들어 비대위 도입에 반대한 것이다.
정 최고위원은 배현진·조수진·윤영석 최고위원이 차례로 사퇴한 것을 두고는 “이제 하다 하다 안 되니까 최고위 기능을 상실시키려고 순번을 정해놓고 한 사람씩 사퇴한다”라고 했다. 또 “처음엔 설마 설마 했는데, 지금 와서 보니 이 대표를 쫓아내려고 하는 거였구나”라며 “그게 다 드러났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권 직무대행을 겨냥해선 “사실은 원내대표를 내려놓으면 직무대행은 그냥 내려놓아 진다”라고 말했다.

이 대표에 대한 당 중앙윤리위원회의 징계 처분을 두고 ‘윤핵관’(윤석열 대통령 측 핵심관계자) 배후설이 제기된 것과 관련해선 “이걸 확인할 수는 없다”면서도 “아무튼 어떤 세력이 힘으로 세게 밀어붙이고 있는 것을 다 느끼고 보고 있지 않나”라고 했다.
김용태 최고위원도 CBS 라디오에서 권 직무대행을 정조준했다.
김 최고위원은 “원내대표이기 때문에 직무대행을 하는 건데, 원내대표는 유지하고 당대표 직무대행을 내려놓는다는 건 말도 안 되는 것”이라며 “이제는 원내대표도 사퇴해야 한다”고 했다. 그는 “예를 들어서 대통령 사고 상황에 국무총리가 ‘저는 국무총리직은 유지하고 직무대행은 안 하겠습니다’라고 말하면 어느 국민이 납득하겠나”라며 “지금 전혀 (권 직무대행의) 리더십이 발휘되지 못하고 있다”고 했다.
정·김 최고위원은 이 대표 측 인사로 분류된다. 당이 비대위 체제로 전환되면, 조기전당대회를 거쳐 새 당대표를 선출하는 수순을 밟게 된다. 현실화하면 당원권 정지 6개월 처분을 받은 이 대표가 당무에 복귀하기는 사실상 어려워진다.

한편 원외 인사인 홍준표 대구시장도 권 직무대행의 원내대표직 사퇴를 요구했다. 홍 시장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지도부 총사퇴하시고 새로이 선출된 원내대표에게 비상대권을 주어 이준석 대표 체제의 공백을 메꾸어 나가는 게 정도 아닌가”라고 했다.
홍 시장은 “당대표가 사퇴하지 않는 한 비대위를 구성할 수가 없고, 권한대행을 사퇴하면 원내대표도 사퇴하는 것이 법리상 맞는 것”이라고 했다.
국민의힘은 초·재선·중진의원별 회동 및 의원총회를 잇달아 열고 당 내분 수습 방안을 논의할 방침으로 알려졌다.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