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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제리 "영어 교육 강화"… 아프리카서 밀려나는 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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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2-08-01 07:29:34 수정 : 2022-08-01 07:29: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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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교에서 불어·영어 나란히 가르친다
대통령 "의학·공학 등 학습에 영어 필수적"
불어권 가봉·토고는 최근 ‘영연방’에 가입

프랑스어가 국제 공용어 지위를 영어에 넘기고 영향력을 잃기 시작한 지 거의 100년이 되어가는 가운데 과거 프랑스 식민지였던 아프리카 알제리가 “앞으로 초등학교 때부터 영어를 가르칠 것”이라고 밝혔다. 프랑스와 사이가 나쁜 알제리는 아랍어를 공식 언어로 채택하고 있으나 식민지 시절의 유산으로 독립 후에도 프랑스어가 널리 쓰인다.

 

압델마드지드 테분 알제리 대통령. AFP연합뉴스

7월31일(현지시간) 영국 BBC에 따르면 압델마드지드 테분 알제리 대통령은 최근 국영 텔레비전(TV)과의 인터뷰에서 “올해 말부터 초등학교에서도 영어 교육을 실시할 것”이라고 말했다. 현행 알제리 학교 시스템에서 프랑스어 교육은 9살 초등학생부터 시작하는 반면 영어 교육은 14살 중학생이 되어야 받을 수 있다.

 

테분 대통령은 “프랑스어는 전쟁의 산물이지만 영어는 말 그대로 국제어”라고 운을 뗐다. 프랑스 식민통치를 받으며 억지로 알제리에 이식된 프랑스어와 달리 영어는 순전히 세계에서 가장 널리 통용되는 언어라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그는 “그간 조기 영어 교육 실시를 원하는 학계와 학생들의 요청이 많았다”며 “특히 현대사회에서 가장 중요한 의학과 공학을 공부하는 사람들에게 반드시 필요한 언어가 영어인 만큼 조금이라도 더 일찍 정식 과목으로 제공돼야 한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2018년 10월 아르메니아 수도 예레반에서 열린 제17회 ‘프랑코포니’ 정상회의 모습. 프랑스어권 국가들의 모임인 프랑코포니는 1970년 프랑스 주도로 창설됐다. 프랑코포니 홈페이지

알제리는 과거 1990년대에도 프랑스어와 영어 교육을 동시에 시작하되 학생들한테 무엇을 배울지 선택권을 주는 제도의 도입을 추진했으나 불발했다. 그 시절만 해도 아직 프랑스어에 익숙한 세대가 훨씬 많았고, 또 프랑스 정부는 물론 알제리 정치권 내 친(親)프랑스 세력의 반발이 거셌기 때문이다.

 

과거 프랑스 제국이 아프리카에 거느린 식민지들은 1960년을 전후해 프랑스 정부와의 협상을 거쳐 대부분 평화롭게 독립했다. 하지만 아프리카에서 가장 먼저 프랑스령이 되었고 프랑스 국민들이 ‘우리나라의 일부’라고 여긴 알제리만은 독립 과정에서 크나큰 진통을 겪었다. 알제리는 1954년부터 8년간 프랑스와 전쟁을 치른 끝에 1962년에야 독립을 달성했고, 당시 프랑스군의 가혹한 진압에 크나큰 인명피해를 입었다. 이 때문에 알제리는 다른 아프리카 국가와 달리 여전히 프랑스와 사이가 나쁘다. 1970년 창설된 프랑스어권 국가들 모임인 ‘프랑코포니’(Francophonie)에도 가입하지 않았다.

 

지난 7월28일(현지시간) 아프리카 기니비사우를 방문한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수도 비사우에서 환영하는 대중과 주먹 인사를 나누고 있다. 비사우=AFP연합뉴스

알제리의 이번 결정은 아프리카에서 프랑스어의 영향력이 지속적으로 쇠퇴하고 있음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최근 가봉과 토고가 영국 중심의 영연방에 신규 회원국으로 가입해 프랑스에 충격을 안긴 바 있다. 가봉은 1839년부터, 토고는 1922년부터 프랑스의 식민통치를 받다가 1960년 독립했다. 프랑스어가 공용어로 쓰이고 프랑코포니 회원국이기도 하다. 그런 두 나라가 영연방의 문을 두드린 건 순전히 영어 교육 활성화를 위해서다. 영연방 가입에 대해 가봉 정부는 “경제·외교·문화 차원에서 좋은 기회”라고 밝혔고, 토고 정부는 보다 솔직하게 “우리나라에 부는 영어 열풍에 부응하게 됐다”며 기뻐했다.

 

프랑스는 갈수록 줄어드는 아프리카 내 입지를 회복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최근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카메룬, 베냉, 기니비사우 등 아프리카 3개국을 순방하며 프랑스의 경제지원과 문화교류 확대를 약속했다.


김태훈 기자 af103@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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