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日·말레이시아 등 방문 일정
“동맹에 美의 약속이행 재확인”
대만 방문 질문엔 보안상 함구
바이든·트럼프는 부정적 입장
中, 대만 인근서 실탄 사격훈련
“조국 수호는 신성한 사명” 강경
낸시 펠로시 미국 하원 의장이 31일(현지시간) 대만 방문 여부를 놓고 미·중 긴장이 고조하는 가운데 한국을 포함한 아시아 순방에 돌입했다.
펠로시 의장은 이날 트위터를 통해 “인도태평양 지역의 동맹과 친구들에게 미국의 확고부동한 (약속)이행을 재확인하기 위해 의회 대표단을 이끌고 방문한다”고 발표했다. 이어 항공기 중간 급유를 위해 하와이에 들렀다면서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한국, 일본에서 고위급 회담을 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하원의장실도 보도자료를 통해 순방 출발을 확인했다.

싱가포르 외교부는 이와 관련해 펠로시 의장이 8월1일 방문한다고 밝혔다고 AP통신이 전했다. 이에 따라 펠로시 의장을 포함한 미국 의회 대표단은 싱가포르를 시작으로 아시아 방문 일정에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
펠로시 의장 트위터와 의장실 보도자료에는 대만 방문에 대한 언급이 없다. NBC 뉴스는 28일 펠로시 의장 일정을 검토한 소식통을 인용해 대만 방문 일정을 잠정(tentative)으로 명시했다고 보도했다. 펠로시 의장은 29일 정례 기자회견에서 대만 방문 여부를 묻는 말에 “보안상 절대 말하지 않을 것”이라면서 일정 확인을 거부했다.
펠로시 의장의 대만 방문 계획 추진에 대해선 미국 내에서도 찬반이 엇갈린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20일 펠로시 의장의 대만 방문과 관련해 “군은 이것은 지금 당장 좋은 생각이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부정적인 입장을 밝힌 바 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도 29일 자신이 만든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트루스소셜에 올린 글에서 “중국 문제를 혼란으로 만드는 일을 해서는 안 된다”면서 “그녀는 상황을 악화시키기만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그녀가 손대는 것은 모두 혼란과 분열이 된다”면서 “중국 혼란은 그녀가 손을 대지 말아야 할 마지막 것”이라고 지적했다.
반면 밥 메넨데스 상원 외교위원장은 28일 세계일보 기자와 만나 “대만과의 관계에서 중국을 포함한 어느 나라도 우리가 누구와 관여하는지, 누구를 방문할 수 있는지, 누구를 방문할 수 없는지를 우리에게 말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중국은 군이 펠로시 의장의 대만 방문이 현실화할 경우 항공차단 군사적 대응을 시사하는 등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중국군은 대만과 가장 가까운 지역에서 실탄 사격훈련을 하는 등 무력시위 양상을 보이고 있다. 푸젠(福建)성 핑탄해사국은 29일 밤 항행 경보를 발령해 “30일 오전 8시부터 오후 9시까지 핑탄섬 부근 수역 4개 지점에서 실탄 사격훈련으로 모든 선박의 진입을 금지한다”고 발표했다. 훈련 수역은 대만 북부 신주현과 126㎞ 거리로, 중국에서 대만과 가장 가까운 지점이다.
중국은 경고성 발언도 계속 내놓고 있다. 선진커(申進科) 중국 공군 대변인은 31일 기자회견에서 “조국의 아름다운 강산을 지키는 것은 인민해방군 공군의 신성한 사명”이라며 “공군의 다양한 전투기는 조국의 보물섬을 돌며 국가 주권과 영토의 완전함을 수호하는 능력을 향상했다”고 말했다. ‘조국의 보물섬’이란 대만을 말한다.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은 앞서 28일 바이든 대통령과 통화에서 대만과 관련해 “불장난하면 반드시 불에 타 죽는다”는 표현을 썼다. 국방부는 6·25전쟁과 베트남전쟁 때 미국을 겨냥해서 썼던 “좌시하지 않겠다”는 표현을, 외교부도 “마지노선에 도전하면 결연히 반격할 것”, “중국인은 한다면 한다”는 등의 경고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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