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PEF 통해 역내 번영 증진” 성명
대만 유사시 공급 차질 대비 포석
미국과 일본 정부가 처음으로 외교·상무 장관의 ‘2+2 경제 대화’를 개최하고 중국과 러시아를 견제하기 위한 새로운 경제질서 구축에 나섰다.
미·일은 29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에서 열린 경제판 2+2 회의에서 미국과 일본이 첨단 반도체 개발에 협력하기로 하고 일본에 새로운 연구거점을 세우는 것을 골자로 하는 공동성명과 행동계획을 채택했다.

미·일은 공동성명에서 “양국은 인도태평양경제프레임워크(IPEF)를 포함한 혁신적 방식으로 인도태평양 지역의 발전과 번영을 증진할 것”이라며 “양국은 기술 발전을 위한 공동의 연구와 프로젝트를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대화에는 미국의 토니 블링컨 국무부 장관, 지나 러몬도 상무부 장관, 일본의 하야시 요시마사(林芳正) 외무상, 하기우다 고이치(萩生田光一) 경제산업상이 참석했다.
이번 합의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양국이 회로 선폭 2나노(㎚, 10억분의 1m)의 최첨단 반도체 개발에 협력하기로 하고, 일본에 연구개발센터를 두기로 한 것이다. 10나노 이하의 반도체는 TSMC 등 대만 업체가 세계 시장의 90%를 차지하고 있다. 이 때문에 중국과의 갈등으로 인한 대만 유사 사태 발생 시 반도체 공급이 중단될 수 있다는 우려가 크다.
요미우리신문은 “미국은 반도체의 설계와 개발, 일본은 제조장치와 재료에 강점을 갖고 있어 서로를 보완해 가며 대만 의존에서 탈피하려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양국은 “(미국 주도의) IPEF에서 공급망 강화의 핵심은 반도체”라고 강조했다.
탈탄소사회 실현에 필수인 축전지의 공급망 확대, 희토류 등 중요 광물 확보에 대한 재정 지원 합의 등도 중국 견제 의도가 강하다. 축전지의 원료인 리튬과 코발트의 50%, 니켈의 30%를 중국에서 가공하고 있어 “중국이 수출을 중단하면 세계 전지산업은 성립할 수 없다”는 지적까지 나온다.

고속·대용량 통신규격인 5G에서의 협력도 가속화해 중국 통신기기 기업 화웨이 등의 국제시장 석권에 맞서기로 했다. 액화천연가스(LNG)의 안정적 확보, 원자력 공급망 구축 등 에너지 안보 관련 합의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후 현실화된 에너지 위기에 대한 대응이다.
한편 존 커비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전략소통조정관은 29일 조 바이든 행정부가 한국, 대만, 일본과의 반도체 협력 강화를 위해 추진 중인 ‘칩4(Chip 4) 동맹’에 한국 가입과 관련해 “나는 한국의 입장을 대신 말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 정부는 중국이 국가로 인정하지 않는 대만이 참여국으로 포함된 데다 미국의 대중국 견제 강화 움직임과도 맞물려 있는 만큼 참가 여부를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커비 조정관은 “그들(한국)은 마이크로칩 기술 분야에서 그들 역할과 관련해 스스로 말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바이든 대통령이 원하는 것은 우리가 생산 면에서 세계를 선도할 역량뿐 아니라 자국에서도 역량을 갖추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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