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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몰디브 대사관 개설… 中 ‘일대일로’ 견제 본격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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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2-07-29 07:10:54 수정 : 2022-07-29 07:1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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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어 유창한 ‘경제通’ 외교관 보낸다
"몰디브, 스리랑카처럼 되는 것 막아야"

미국이 인도양 섬나라들 사이에서 갈수록 커져가는 중국의 영향력 차단에 나섰다. 스리랑카와 더불어 이 지역의 대표적 국가인 몰디브에 정식으로 대사관을 개설하고 대사를 보내기로 결정한 것이다. 몰디브에 주재할 초대 미국대사 후보자로는 중국어에 능통한 중국계 외교관이 발탁됐는데, 이 또한 중국을 제대로 견제하기 위한 의도로 풀이된다.

 

28일(현지시간) 미 백악관에 따르면 조 바이든 대통령은 전날 휴고 욘 국무부 경제성장·에너지·환경 담당 차관실 선임보좌관을 신임 몰디브 주재 미국대사 후보자로 지명했다. 바이든 대통령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전화 통화를 하기 하루 전에 내려진 조치다. 욘 후보자의 임명동의안은 이날 상원에 제출돼 조만간 인사청문회 및 인준안 표결 절차를 밟을 것으로 보인다.

 

휴고 욘 몰디브 주재 미국대사 후보자. SNS 캡처

욘 후보자는 미 국무부의 대표적인 인도태평양 지역 전문가로 꼽힌다. 현재 공사참사관 직급인 그는 중국, 인도, 인도네시아 등에 있는 미국대사관에서 오래 해외근무를 했다. 정무보다는 경제협력 분야에서 잔뼈가 굵은 외교관으로 통한다. 중국계 미국인은 그는 중국어와 인도네시아어를 능숙하게 구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은 원래 영국 식민지였다가 독립한 몰디브와 1966년 수교했으나 대사관을 개설하지 않고 스리랑카 주재 미국대사로 하여금 몰디브를 겸임토록 했다. 이는 몰디브도 마찬가지여서 미국 수도 워싱턴에 대사관이 없고 대신 뉴욕에 있는 주(駐)유엔 몰디브 대표부가 주미 대사관 역할을 한다.

 

최근 미국은 몰디브의 중요성을 깨닫고 현지에 대표부를 만들어 몰디브만 전담하는 대사대리를 임명했다. 욘 후보자가 상원 인준 절차를 무사히 마치면 몰디브에 상주하는 최초의 미국대사가 되는 것이다.

 

중국의 이른바 ‘진주 목걸이 전략’을 표시한 지도. 일대일로 사업을 뒷받침하기 위한 이 전략은 태평양부터 인도양을 거쳐 아프리카까지 주요 항구를 묶어 관리하는 것인데, 인도양의 스리랑카와 몰디브가 그 경로에 포함돼 있다. 연합뉴스

이는 두 가지 의미가 있다. 먼저 최근 초유의 국가부도 사태로 사실상 무정부 상태에 휩싸인 스리랑카 주재 대사관의 업무 부담을 줄여 스리랑카의 정상화에만 전념토록 하려는 뜻으로 풀이된다. 또 스리랑카와 마찬가지로 중국의 일대일로(一帶一路: 육상·해상 실크로드) 사업 파트너인 몰디브가 중국 영향권에 편입되는 것을 막고, 인도양 일대에서 갈수록 커지는 중국 세력을 차단하기 위한 결단으로 해석된다.

 

스리랑카의 경우 “우리가 인프라 건설을 돕겠다”는 중국의 제안을 덥썩 받아들이고 중국에서 빚을 마구 얻어 쓰다가 나라가 거덜이 났다. 주민 생존에 필수적인 석유와 식량조차 구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자 반정부 시위가 격화했고 결국 대통령이 나라 밖으로 줄행랑을 쳤다.

 

27일(현지시간) 스리랑카 수도 콜롬보에서 시민들이 생계난을 호소하며 반정부 시위를 벌이고 있다. 콜롬보=EPA연합뉴스

몰디브 역시 스리랑카와 비슷한 처지에 놓일 가능성이 있다. 중국은 올해 초 왕이(王毅) 외교부장을 이 나라에 보내 중국이 인프라 건설 지원 명목으로 6300만달러(약 758억원)의 보조금을 지원하는 내용의 합의서를 채택했다. 몰디브 국민들이 30일간 비자 없이 중국을 여행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비자면제 협정도 함께 체결됐다.

 

미국은 몰디브가 중국에서 돈을 갖다 쓰다가 스리랑카처럼 ‘채무의 늪’에 빠지는 건 아닌지 우려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어를 잘하는 욘 후보자를 몰디브 대사로 내정한 것 자체가 현재 이 나라에서 활동 중인 중국 외교관 및 경제인들의 동향을 면밀히 주시하고, 선제적 대책을 마련하기 위한 조치란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더욱이 욘 후보자는 개발도상국 경제성장 전문가다. 몰디브을 향해 “미국이 당신네 나라의 인프라 건설 등 개발을 힘껏 도울 테니 ‘위험한’ 중국 측 자본에 너무 의존하지 말라”는 강력한 메시지를 던진 것으로 평가된다.


김태훈 기자 af103@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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