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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리포트] 서두르는 한국, 냉담한 일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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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2-07-24 23:24:04 수정 : 2022-07-24 23:2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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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진 訪日, 한·일 관계개선 의지 피력
日정부 ‘해법제시 먼저’ 태도로 일관
일각 “굴욕적 대일외교” 비판 일어
양국 온도차 해소·협상 향배 주목

박진 외교부 장관은 지난 18일 도쿄 하네다 공항에서 만난 기자들에게 한·일 관계 개선에 대한 강한 의지를 밝혔다.

“윤석열정부의 외교부 장관으로서 일본을 첫 공식 방문하게 돼 기쁘다. 과거를 직시하면서 미래를 지향하는 진정한 파트너십을 만들기 위한 셔틀 외교가 본격적으로 출발하는 시점이다.”

강구열 도쿄특파원

2박3일의 방일 일정을 시작하며 내놓은 이런 메시지의 기조는 내내 유지됐다. 방일 마지막 날인 20일 한국특파원들과 가진 간담회에서는 “일본도 관계 개선을 위한 우리의 노력에 성의 있게 호응할 용의가 있다고 느꼈다”고 말했다. 방문 성과에 대한 자평이자 향후 일본의 태도가 어떠해야 할지에 대한 강한 바람이자 요구였다.

일본의 반응은 우리의 적극적인 의지에 비하면 차가웠다. 박 장관을 만난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총리는 “현안 해결을 위해 (한국 정부가) 계속 노력해 달라”고 말하며 관계 개선을 위해서는 한국 측의 해법 제시가 선행되어야 한다는 일본 정부의 이른바 ‘일관된 입장’에서 조금도 물러서지 않았다.

윤석열 대통령이 당선되고 한·일 관계 개선에 적극적으로 나서기 시작한 뒤 지금까지 양국의 이런 온도 차는 내내 이어지고 있다.

윤 대통령이 당선인 시절이던 지난 4월 일본에 파견한 정책협의단의 단장을 맡았던 정진석 국회부의장은 ‘혼자서는 일을 이루기 힘들다’는 의미의 사자성어 ‘고장난명’(孤掌難鳴)을 여러 번 언급하며 일본의 호응을 요구했다. 지난달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 정상회의가 열리기 전 우리 정부는 윤 대통령과 기시다 총리의 단독 정상회담을 기대했으나 성사되지 않았다. 나토정상회의 만찬, 다자회담 등을 통해 처음 만난 기시다 총리에 대한 “공동 이익을 위해 양국 관계를 발전시킬 수 있는 파트너가 될 수 있다고 확신하게 됐다”는 윤 대통령의 평가는 이번 박 장관의 방일 기간에도 표현됐다. 정상회담 개최를 두고도 우리 정부는 “서로가 편한 시기에 자연스럽게 만날 수 있을 것”이라며 적극적이지만 일본 정부는 가타부타 말이 없다.

박 장관을 맞은 일본 정부의 태도를 전한 일본 언론의 보도를 보면 모욕감마저 느끼게 된다. 요미우리신문은 박 장관과 하야시 요시마사(林芳正) 일본 외무상의 회담 소식을 전하면서 최대 현안인 일제강점기 강제동원 피해 배상 판결과 관련해 “한국 정부가 해결 의지를 표현하고 있지만 (일본이 수용할 수 있는) 해결책을 제시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라는 외무성 간부의 말을 보도했다. 회담장에서 두 장관의 모두발언을 공개하지 않은건 “우호적인 분위기를 드러내지 않기 위한 것이었다”고 한다. 아사히신문은 “한국 측이 기시다 총리와의 만남을 희망했지만 (일본 정부는) 외교장관회담의 결과가 나올 때까지 만날지 말지를 결정하지 않았다”며 “관계 개선을 서두르는 한국과 신중한 일본의 생각이 이번에도 엇갈렸다”고 평가했다.

지난 22일 대학생 단체들이 ‘윤석열정부의 굴욕적 대일 외교’를 비판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고 한다. 일본군 위안부 문제, 강제동원 피해 등에서 우리 정부가 일본에 면죄부를 주는 외교를 하고 있다는 주장이었다. ‘굴욕’의 딱지를 붙여야 할 정도인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 외교란 결과가 나올 때까지 공개하기 힘든 내밀한 것이 있기도 한 만큼 서로가 만족할 수 있는 성과를 도출하기 위한 과정으로 이해할 부분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양국 정부의 태도 차이가 당혹스러울 정도로 선명한 건 분명하다. 이 간극을 우리 정부는 국민들에게 어떻게 설명하고, 해결책에 대한 동의를 구해가려는 것일까, 라는 의문이 든다. 강제동원 피해 배상 판결, 위안부 문제는 일본의 가해에서 비롯된 것인 만큼 외교 분야에 한정되지 않는 올바른 역사 정립, 국가적 자존심이 걸린 현안이다. 관계 개선이라는 당위에 집착해 국민적 동의, 지지를 받지 못하는 결과가 나온다면 지금과 같은 논란이 언제든 다시 불거질 수 있다.

한국, 일본 양국 정부가 지금의 차이를 어떻게 해소해가며 협상을 전개해 갈지 주목해야 하는 이유다.


강구열 도쿄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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