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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엽처럼 우수수 출산후 탈모… 되돌리려면 [토닥토닥 엄마건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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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2-07-23 20:00:00 수정 : 2022-07-24 07:19: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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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산후 탈모 - 걱정보단 꾸준한 관리를
임신기 풍성한 머릿결 출산 후 급격히 나빠져
호르몬 영향… 12개월까지 탈모 이어질 수도
보통 회복되지만 스트레스·기저질환 등 영향
잘 먹고 잘 자는게 중요…심할 땐 병원 찾아야
콩·현미·비타민 도움…물 많이 마시는게 좋아

육아휴직 중 같은 아파트 단지에서 만난 다영(가명)씨는 늘 두건처럼 두꺼운 머리띠를 하고 다녔다. 첫째를 어린이집에 보낸 뒤 둘째를 유모차에 태워 산책하는 게 일상이던 그를 동네 엄마들은 ‘머리띠한 엄마’라고 불렀다.

 

하루는 다영씨를 집에 초대했다. 그는 커피를 마시며 자신의 머리띠에 담긴 사연에 대해 먼저 얘기를 꺼냈다.

 

“출산 후 우수수 빠진 머리 때문에 스트레스가 심해서. 휑해진 정수리를 가리기 위해 머리띠를 하기 시작했어요.” 

 

내 예상이 맞았다. 마찬가지로 당시 정수리가 빈약한 상태였던 나는 맞장구를 쳤다. 우리는 탈모에 대해 한참을 얘기했다.

 

출산 후 탈모는 호르몬 변화에 따라 자연스럽게 나타나는 증상이다. 하지만 모발이 회복되는 시기에 영양이 부족하거나 스트레스 받는 등 문제가 생기면 머리카락이 다시 이전만큼 나지 않을 수 있으며, 이후 여성형 탈모로 이어질 수도 있어 관리가 필요하다.

 

◆우수수 떨어지고 1년 안에 다시 난다 

 

원래도 머리숱이 많지 않았던 내가 임신기간 중 가장 좋았던 점은 머리카락이 잘 빠지지 않는 것이었다. 임신 중엔 가르마 라인이 이전보다 촘촘했고 모발도 굵었고 윤기가 더 돌았다. 이는 대부분 임신부들이 경험하는 현상이다.

 

모발은 모낭에서 나와 성장한 뒤 유지되다가 빠지는 주기를 반복하는데, 임신 기간에는 유지기간이 길어진다. 여성호르몬인 에스트로겐, 그 중에서도 태반에서 생성되는 가장 강력한 에스트라디올이 분비돼 머리카락을 두피에 오래 붙잡아두는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안타깝게도 이 아름다운 머릿결은 출산과 함께 사라지게 된다. 아기를 낳고 태반이 몸 밖으로 배출되면 호르몬 수치도 이전 수준으로 되돌아간다. 그간 호르몬 덕에 단단히 붙어있던 머리카락들이 탈락하게 되는데 이것이 산후 탈모다. 하루에 머리카락이 100개 이상 빠지면 탈모로 간주하는데, 출산한 여성 10명 중 8명이 출산 후에 탈모를 겪는다.

 

산후 탈모의 기간과 정도는 개인마다 차이가 있다. 빠르면 2개월, 늦으면 6개월부터 산후 탈모가 시작되며 6개월에서 12개월까지 증상이 지속된다. 그 이후엔 다시 임신 전의 모발 생장 주기를 되찾으면서 이전의 상태로 회복된다. 

 

다시 말해 산후 탈모는 산후 관리가 부실해 생기는 질병이 아니라 임신과 출산 과정에서 호르몬에 의해 자연스럽게, 당연하게 나타나는 증상인 것이다. 

 

실제 돌 전후 아기를 키우는 엄마들을 보면 우수수 빠졌던 머리가 다시 우르르 나면서 잔머리가 고슴도치처럼 삐죽삐죽 솟아 있다. 그 머리가 길어 가라앉기 전에는 헤어라인에 난 머리들도 앞으로 뻗는다. 

 

한 엄마는 맘카페에 올린 글에서 “산후 탈모 때문에 스트레스가 컸는데 지금은 다시 풍성하게 자라고 있다”면서 “기쁘긴 한데 보기엔 ‘김무스’같아서 좀 우습다”고 했다.

 

김무스가 누구인지 몰랐던 나는 검색해보고 빵 터질 수밖에 없었다. 정말 절묘한 비유다. 애엄마들끼리만 알아볼 수 있는 이 잔머리는 톱스타도 예외가 없다.

 

나와 비슷한 시기 출산한 배우 A씨는 출산 후 1년도 되지 않아 드라마로 복귀했다. 출산 전과 다름없는 미모에 ‘세상 참 불공평하다’ 생각하며 드라마를 봤는데, 그가 물에서 나오는 장면에서 이마에 착 붙은 잔머리가 유독 눈에 들어왔다. ‘저 언니도 머리 빠지고 다시 나는구나.’ A배우에게 급 친근감이 들었다.

 

◆당연한 듯 당연하지 않은 산후 모발 회복

 

대부분 산모들은 산후 탈모가 자연스러운 것임을 알고 있다. 하지만 빠져야할 때 안 빠졌던 머리가 한꺼번에 탈락하면서 두피가 비어보이는 기간엔 스트레스가 상당할 수밖에 없다.

 

남성들과 마찬가지로 모발은 여성의 외모에서 큰 부분을 차지한다. 나 역시 머리를 감을 때마다 손가락 사이에 한 움큼씩 감겨 나오는 모발을 보며 ‘이러다 복직할 때 가발을 맞춰야하는 게 아닌가’ 걱정했다.

 

머리카락이 다시 나기 시작하면 조금 안도한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많은 여성들이 출산 이전의 풍성하고 윤기 있는 머리카락을 100% 회복하지는 못한다.

 

나의 육아동지들은 아이가 4~7살이 되었어도 여전히 ‘머리가 많이 빠진다’ ‘머리카락이 가늘어지고 숱이 적어졌다’ ‘머리가 빗자루처럼 푸석푸석하고 거칠어졌다’고 토로한다.

 

탈모가 심해 우울감까지 생기는 경우도 있다. 아이 둘을 키우는 회사원 B는 출산 후 3년이 됐지만 여전히 머리카락이 많이 빠진다. 가르마라인이 넓어져 두피가 훤히 드러나게 되자 B는 스트레스가 심해졌다.

 

그는 “만나는 사람들마다 내 머리만 쳐다보는 느낌이 들고 자신감이 떨어졌다. 사람 만나기가 싫고 일할 의욕도 없다”면서 “탈모가 인생에 이렇게 큰 영향을 미치는 줄은 몰랐다”고 말했다.

 

출산 후 1년 정도엔 이전의 모발과 두피 상태를 회복하는 게 ‘정상’인데 왜 많은 엄마들이 그렇지 못할까.

출산 수년 뒤까지도 탈모가 진행되는 사람들은 사실 호르몬 변화에 의한 산후 탈모가 지속된다기 보다 다른 요인으로 탈모가 온 것일 가능성이 크다. 탈모는 ‘유전적 요인’이 가장 큰 영향을 차지한다고 하지만, 여성형 탈모는 원인이 복합적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어린 아이를 키우는 엄마라면 건강상태가 모발상태에 영향을 미쳤을 수 있다. 적게 먹거나, 영양이 불균형하면 모발에도 영양 공급이 줄어든다. 수면상태가 불량하거나 스트레스가 심한 경우에도 신진대사가 원활하지 않고 호르몬 불균형이 생겨 탈모가 올 수 있다.

 

기저질환이 있는 경우에도 탈모가 생길 수 있다. 산후 탈모 기간 이후에도 탈모가 지속된다면 갑상선호르몬 이상이나 다낭성난소증후군 등을 의심해볼 수 있다.

 

◆잘먹고 잘자고…꾸준한 관리가 정석

 

사실 산후 탈모는 일반적인 상황에서라면 자연스럽게 사라지기 때문에 특별히 치료를 받을 필요가 없다. 다만 예전처럼 건강한 모발을 되찾고 싶다면 노력이 필요하다.

 

탈모 전문 병원인 모제림성형외과의 박재준 원장은 산후 탈모 극복을 위한 제1원칙으로 ‘잘 먹는 것’을 꼽았다. 그는 “두피, 머리카락도 신체의 일부이기 때문에 건강해야 우선”이라면서 “영양을 충분히 섭취하고 특히 머리카락을 구성하는 단백질을 많이 먹어야 한다”고 말했다.

 

널리 알려진대로 콩류를 많이 섭취해야 한다. 현미와 맥주효모에도 모발 생장에 도움을 주는 물질이 다수 함유돼 있다. 

 

신진대사를 활발히 하기 위해 물을 많이 마시고 비타민제를 챙겨 먹는 것도 좋다. 모발 건강 비타민으로 알려진 비오틴(비타민B군의 일종)을 비롯해 다양한 군의 비타민을 골고루 섭취하면 좋다.

 

약국에서 구할 수 있는 모발영양제도 도움이 된다. 혈액순환이 잘 되도록 셀프 두피 마사지를 하는 것도 좋다. 샴푸에도 신경 쓸 필요가 있다.

 

박 원장은 “샴푸의 거품을 내는 계면활성제, 보존을 위한 방부제 등은 두피에 트러블을 일으킬 수 있기 때문에 해당 성분이 없는 샴푸를 고르는 게 좋다”면서 “시중에 ‘탈모 케어’라는 이름으로 출시된 샴푸를 고르면 된다”고 말했다.

 

산후 탈모가 12개월 이상 지속되고 숱이 많이 적어졌다면 머리를 다시 자라게 하는 약물의 도움을 받는 것을 고려해볼 수 있다.

 

피부과 전문의들은 미국 FDA 승인을 받은 유일한 탈모약인 미녹시딜을 최소 4개월 이상 두피에 꾸준히 바르면 효과를 볼 수 있다고 공통적으로 밝힌다. 바르는 미녹시딜은 일반의약품이어서 병원 처방 없이 약국에서 구입할 수 있다. 단, 모유 수유 중인 산모나 임신 가능성이 있는 여성은 사용하지 않는 것이 좋다. 또 먹는 약의 경우 혈압을 낮추거나 심장눌림증 등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으므로 반드시 전문의와 상의해 결정해야 한다. 

 

물론 탈모가 발생하는 원인은 사람마다 다르기 때문에 산후 탈모가 회복되지 않고 12개월 이상 지속된다면 정확한 원인 파악을 위해 병원을 찾는 것이 좋다.

 

박 원장은 마지막으로 “시험에 합격하려면 교과서 위주로 공부하되 참고서, 기출문제, 응용문제도 다 풀어봐야하는 것처럼, 탈모도 할 수 있는 노력은 다 해야 극복할 수 있다”고 말했다.

 

결국 음식을 신경써서 먹고, 비타민을 보충하고, 충분히 자고, 시간날 때 두피 마사지를 하고, 탈모 샴푸를 쓰고, 필요하면 약을 바르며 여유가 되면 병원 치료를 받는 등 노력을 최소 몇 개월 이상 꾸준히 해야 좋아질 수 있다는 말이다.

 

아이가 먼저인 엄마들이 실행하기는 참 쉽지 않은 일이다. 산후 탈모는 자연스럽게 회복된다더니 뭔가 부족했던 이유를 알 것 같다.

 

하지만 포기하면 평생 듬성듬성한 머리를 보며 한숨짓게 된다. 지금부터 하나씩 시작해도 늦지 않는다. 모발 건강을 위한 노력을 습관화 하면 1년 뒤 거울을 보며 이렇게 말할 수 있을 것이다. 

 

“1년 전의 나야, 잘했어!”

 

<건강한 모발 회복을 위한 노력>

△모발 건강에 좋은 음식을 챙겨 먹는다. 단백질 함량이 높은 콩류와 맥주효모, 현미 등이 도움이 된다

△신진대사를 원활히 하기 위해 물을 많이 마신다. 하루 2L가 권장된다

△여러군의 비타민을 골고루 섭취한다

△탈모 전용 샴푸를 쓴다

△충분한 수면을 취한다

△혈액순환을 위해 두피 마사지를 한다

△산후 탈모가 12개월 이상 지속되면 병원에 방문해 원인을 찾는다

 


김희원 기자 azahoit@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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