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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어·한류에 푹 빠져… 글로벌 청년들 “세종학당 다녀요” [이슈 속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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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2-07-24 12:00:00 수정 : 2022-07-24 09: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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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84개국 244곳 운영

2007년 몽골에 1호 학당 세워
15년 만에 학당수 19배 늘어나
年 수강생은 무려 110배 급증
한국 알리는 전진기지로 활약

수강생 84%가 여성… 남성 5배
유학·관심·취업 등 목적順 학습
예산 적어 강좌 수요 못 따라가
문화경쟁력 제고위해 지원 절실

이해영 세종학당재단 이사장
재정당국과 협의로 내실화 추진
입양인 위한 ‘서울 학당’도 개설
#프랑스 서부의 샤랑트마리팀주 행정수도로 아름다운 풍광을 자랑하는 도시 라로셸에 있는 라로셸대학교는 한국어 학습 열기가 뜨거운 곳 중 하나다. 이 대학에 개설된 한국어과는 신입생 정원이 75명인데, 지원자가 900명 이상이다. 그만큼 대학 내 자리한 ‘라로셸 세종학당’도 인기다. 한국어 전공자나 비전공자 모두에게 한국어와 한국 문화를 더 잘 배울 수 있게 해주기 때문. 2015년 문을 연 이곳 세종학당 수강생 소피 플레는 “한국어 사용에 능숙해지면 한국에서 제 사업을 하고 싶다”며 “4학기 동안 많은 것을 배웠는데 프랑스와 한국 문화의 차이, 한국 문화 요소를 배운 ‘나라에 따라 다른 문화’ 수업 등 모든 수업이 기억에 남는다”고 했다.

#2018년 인도 뉴델리 자와할랄 네루대학교 석사과정(국제관계학)을 밟던 아누부띠 가가티는 우연히 K팝 뮤직비디오를 보고 한국 문화를 접한 뒤 방탄소년단(BTS)과 아이유 등의 팬이 됐다. 이후 K팝 매력을 더욱 생생하게 느끼고자 주인도한국문화원 세종학당을 찾아가 한국어를 배웠다. 그는 알면 알수록 재미있어지는 한국어 매력에 푹 빠졌고, 그 매력을 널리 알리려 2020년 현지 한국어교원 양성과정까지 수료했다. 가가티는 현지 학교에서 초급 한국어를 가르치다 지난해 10월 ‘2021 세종학당 말하기 대회’ 대상을 차지하고 어학연수 기회도 얻었다. 서울 한 대학에 다니는 그는 “한국에 있는 동안 원어민의 표현력과 발음, 억양을 구사하도록 열심히 공부해서 한국어로 세계를 품는 멋진 선생님이 되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세종학당이 우리 말과 글, 문화를 세계 곳곳에 전파하는 전진 기지로서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우리 기업 해외 진출과 국력 신장에 더해진 대중가요와 드라마·영화 등을 앞세운 ‘한류’ 열풍에 한국어와 한국 문화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세종학당 중요성도 커졌다.

22일 문화체육관광부와 세종학당재단에 따르면, 세종학당이 처음 들어선 방글라데시·사우디아라비아·쿠웨이트(이상 아시아), 남아프리카공화국·튀니지(아프리카), 룩셈부르크·핀란드(유럽)를 포함, 올해 19개국에 23곳이 새로 지정되면서 세종학당은 세계 84개국 244곳으로 확대됐다. 앞서 이뤄진 올해 신규 세종학당 공모에 39개국 82개 기관이 참여했고, 4개월가량 서류심사와 화상 면접, 현지 실사 등을 거쳐 운영 역량과 여건이 우수한 기관이 선정됐다. 세종학당 ‘1호’(몽골 울란바토르)를 포함해서 개설 첫해인 2007년 전 세계 3개국 13곳(수강생 740명)과 비교하면 15년 만에 19배가량 늘어난 것이다.

전 세계 세종학당 수강생은 한국어뿐만 아니라 K팝 댄스와 K뷰티, 한식 요리 등 다양한 문화체험을 하면서 대한민국을 알아간다. 사진은 인도네시아 세종학당 활동 모습. 세종학당 제공

세종학당 연간 수강생은 지난해 기준(8만1476명)으로 무려 110배나 증가했다. 2007∼2021년 누적 수강생 수는 58만4174명에 달한다. 세종학당 수강생뿐 아니라 한국어를 공부하고 싶은 외국인 누구나 배울 수 있는 온라인 학습플랫폼 ‘온라인 세종학당’과 한국어·한국문화 정보 포털인 ‘누리 세종학당(nuri.iksi.or.kr)’ 가입자 수도 지난해 기준 40만3000여명이다. 한국어 교원은 지난해 기준 한국에서 파견한 232명을 포함해 911명에 달한다.

지난해 10월부터 올해 1월까지 76개국 222개소 세종학당 학습자를 상대로 온라인 조사를 한 결과, 전체 응답자 1만284명 중 여성이 8648명(84.1%)으로 남성(1636명)보다 5배 정도 많았다. 학습자 연령대는 20대(57.0%)가 절반이 넘었고, 이어 10대(18.5%), 30대(16.0%) 등 순이었다. 응답자들은 한국어 학습 목적으로 ‘한국 유학’(30.4%)을 가장 많이 꼽았고, 이어 ‘한국 문화에 대한 관심’(23.1%), ‘한국기업 근무나 취업’(17.6%) 등 순이었다.

세종학당이 세계 곳곳으로 뻗어 나간 데는 국어기본법 개정을 통해 2012년 세종학당재단이 출범한 게 분수령이 됐다. 이 재단은 세종학당을 체계적으로 관리·지원하고, 해외 한국어 교육과 한국 문화 보급 사업을 총괄하기 위해 설립된 문체부 산하 기관이다. 민간(한국어세계화재단)에서 정부 지원을 받아 운영하던 시기(2007∼2011년) 5년간 31개국 60곳이던 세종학당은 이후 5년간 58개국 174곳으로 크게 늘었다.

라트비아 세종학당 활동 모습.

세종학당재단은 △세종학당 지정 및 운영지원 △표준 한국어 교육 과정 및 교재 보급, 교원 양성 △온라인으로 한국어·한국문화를 배울 수 있는 ‘온라인·누리 세종학당’ 및 모바일 한국어 학습 앱 개발과 보급 △우수학습자 초청 연수 등 다양한 사업을 하고 있다. 재단은 대륙별 주요 거점 세종학당도 올해는 프랑스 파리에 추가해 기존 3곳(미국 로스앤젤레스, 베트남 호찌민,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서 4곳으로 늘렸다. 프랑스는 K팝 그룹 BTS와 샤이니에 대한 인기가 유럽에서 가장 높고, 지난해 파리에 열었던 ‘오징어 게임’ 체험관은 1일 대기자가 3000명 정도나 될 만큼 한국 문화에 대한 관심과 수요가 많아졌다. 라로셸 세종학당 김태은 교사는 “전에는 수강생 대부분 ‘K팝과 드라마를 좋아해서 한국어를 배운다’고 했는데 이제는 한국 요리나 문화, 역사 공부, 한국 방문 등 다양한 이유로 한국어를 배우려 한다”며 “프랑스는 지리적으로 유럽 중심에 있고, 아프리카 나라들과 시차도 크지 않아 세종학당 거점 지역으로도 아주 적합한 것 같다”고 했다.

베트남 세종학당 활동 모습.

세종학당이 풀어야 할 과제도 적지 않다. 무엇보다 예산과 인력이 부족해 해외에서 확산하는 한국어와 한국 문화 배움에 대한 열기를 따라가 주지 못하고 있다. 실제 수요 대비 개설 강좌가 부족해 등록 대기 중인 세종학당 수강생은 지난해 10월 기준으로 32개국 49개소에서 모두 합쳐 1만1900여명에 달한다. 이집트한국문화원 세종학당 대기자가 2800여명으로 가장 많고, 터키(2588명)와 이란(1050명), 러시아(910명), 브라질(832명) 등 순이다.

세종학당이 국가 브랜드 위상과 지한(知韓)·친한(親韓) 외국인 확대를 통한 국가 경쟁력 제고 등에 기여할 수 있는 점을 감안, 정부 차원의 적절한 지원 대책이 필요한 대목이다. 전통적인 문화강국으로 오래전부터 자국어와 문화를 전 세계에 알려온 독일(괴테인스티튜트)·프랑스(일리앙스프랑세즈)·영국(브리티시카운슬)의 연간 수강생은 27만8000∼42만명 수준으로 세종학당 3∼5배 규모다. 마침 윤석열정부도 우리 문화의 경쟁력 강화를 위한 국정과제 중 하나로 ‘세종학당 내실화’를 약속했다.

문체부 이진식 문화정책관은 “한국어 수요가 높은 곳 등 전략적 확산이 필요한 지역을 중심으로 신규 세종학당과 권역별 직영 거점 학당을 확대할 것”이라며 “한국어 확산의 주역인 현지 교원들의 처우도 개선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 “한국어 학습 수요 폭발적  현지 교원들 헌신에 감사”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헝가리 명문 국립 엘테대학에 세종학당이 개설돼 그 대학 총장님이 재단을 방문한 적 있어요. 그런데 공간적 한계로 한글의 우수성과 세종학당 의미 등을 생생하게 알리기 어려워 많이 아쉬웠습니다.”

 

22일 서울 서초구 세종학당재단 집무실에서 만난 이해영(57·사진) 이사장은 재단 위치가 아쉽다는 점부터 지적했다. 이화여대 국제대학원 한국학과 교수인 이 이사장은 지난해 9월 취임해 3년간 재단을 이끌게 됐다. ‘한국어 교육학 1호 교수’이기도 한 그는 세계에 한국어를 알리고 어떻게 하면 한국어 교육을 잘할 수 있을지 연구해온 전문가다.

이 이사장은 “‘백문이 불여일견’이란 말처럼 우리가 ‘세종학당은 이런 곳이야’라고 구구절절 얘기하는 것보다 외국인 방문객들이 직접 경험해보고 ‘우리나라에도 세종학당 생기면 좋을 것 같다’는 느낌이 들도록 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그동안 세종학당 관련 예산이 늘어난 건 감사하지만 폭발적인 한국어 학습 수요를 감안하면 많이 부족한 편”이라며 “이 때문에 인력 충원이 더뎌 직원들 업무 부담도 상당하다. 현지 교원들의 헌신이 감사할 따름”이라고 말했다. 이에 재단은 상급기관인 문화체육관광부를 비롯해 국회, 재정당국 등과 협의해 세종학당 내실화에 힘쓰는 한편 유학생이 많은 국내 대학과도 협의해 외국인 대상 한국어 교육을 활성화할 방침이다. 해외로 입양됐다가 귀국한 이들이 한국어와 한국문화를 교육받고 잘 정착하도록 돕는 ‘서울 세종학당’도 국내에 처음 개설한다.


이강은 선임기자 kele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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