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검색

“교육청 예산 대학에 나눠주자”는 정부에 교육계 반발 이어져

관련이슈 디지털기획

입력 : 2022-07-15 09:23:47 수정 : 2022-07-15 09:23:46

인쇄 메일 글씨 크기 선택 가장 작은 크기 글자 한 단계 작은 크기 글자 기본 크기 글자 한 단계 큰 크기 글자 가장 큰 크기 글자

교부금 개편안, 현장 거부감에 법안 통과 어려울 전망
교총 “땜질식 처방, 유·초·중등 교육 약화로 이어질 것”
교사노조연맹, 전국교육대학생연합, 전국교직원노조 등 관계자들이 지난 14일 서울 용산구 대통령 집무실 인근에서 유초중등 교육교부금 일부를 고등교육으로 확대하는 취지의 지방교육재정교부금법 개편안 반대 공동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가 유·초·중·고에 지원되던 지방교육재정교부금(교부금)의 일부를 대학 지원에도 쓰겠다는 방안을 내놓은 뒤 초·중등 교육계의 반발이 이어지고 있다. 현장의 거부감이 커 실제 교부금 개편 관련 법안이 통과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15일 교육부에 따르면 현재 교부금은 매년 걷히는 내국세 총액의 20.79%와 교육세(유아교육지원특별회계 전출금 제외)로 조성된다. 교부금은 전국 시도교육청 예산의 70%를 차지하는 시도교육청의 주요 재원이다. 정부는 지난 7일 교부금 중 교육세분을 고등교육 지원에 쓰겠다는 개편안을 발표했다. 경제가 성장하면서 내국세 규모가 커져 자연스레 매년 교부금 규모도 커지는데, 학생 수는 줄고 있어 교부금이 과도하게 많이 걷히는 만큼 이를 쪼개 대학에도 쓰겠다는 것이다. 올해 교부금은 81조원 규모이고, 이중 교육세분은 3조6000억원 규모다. 

 

개편안이 발표된 뒤 교육계에선 반발이 이어지고 있다. 교부금을 갈라서 대학에 나눠주지 말고, 대학에 필요한 재정은 따로 마련해 지원하라는 것이 골자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교사노동조합연맹·전국교수노동조합·전국교육대학생연합 등 교사·교대생 단체들은 전날 서울 용산구 대통령 집무실 앞에서 공동 기자회견을 열고 ”유·초·중등과 고등교육을 갈라치기 하는 교부금법 개편안에 반대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학교 현장은 학교급을 막론하고 지원과 투자가 절실하다”며 “유·초·중등은 지난 몇 년간 시급한 학급당 학생 수 상한제 도입과 정규교원 확충을 요구해왔으나 정부는 학교 수·학급 수가 늘어나는 현황은 무시하고 단순 학생 수를 기준으로 교원 정원 및 예산을 감축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대학이 안정적으로 운영되기 위해서는 교부금을 나눠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고등교육재정교부금법으로 지금까지 방치돼 온 고등교육을 장기적으로 책임질 별도 재정 대책을 보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정한철 부위원장은 “(재정당국은) 교부금 불용액과 이월액이 많다고 하지만 이는 학생 교육을 위해 학교 시설, 공사 등을 방학에 실시하기 때문에 보이는 현상이다. 1만2000개 학교 중 3000개 이상이 노후학교”라며 “영유아 무상교육, 과밀학급 해소, 미래 교육 환경 조성 등 유·초·중등교육에 필요한 재정 수요를 고려할 때 교육재정은 확대되고 안정적이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초중등학교 교육비 지출 단위는 학급 중심이어야 한다. 학생 수가 감소하니 교육재정을 전용해야 한다는 발상은 미래 교육의 방향이 무엇인지, 전 세계적인 교육의 흐름이 무엇인지 모르는 무식한 발상”이라며 “이 기회를 교육의 양적, 질적 도약의 기회로 삼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난 13일 서울시내 한 중학교에서 학생들과 선생님이 마스크를 착용하고 수업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혜진 전국교육대학생연합 의장(서울교대 총학생회장)도 “아직도 교육 현장 곳곳엔 교육 투자가 필요한 부분이 많다. 교육 예산은 가능한 줄이는 것이 아니라 정확하게 현장에서 필요한 투자를 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정부는 유·초·중등과 고등교육을 갈라치지 말고 각자에 필요한 예산을 보장하고 전체적인 교육 예산을 늘리는 것으로 응답하라”고 밝혔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교총)는 교육부와 기재부에 ‘교부금 개편 추진에 대한 의견서’를 전달했다. 교총은 “정부가 추진하는 교부금 개편 방식은 땜질식 처방이며, 유·초·중등 교육력 약화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재정당국은 저출산 기조가 이어지면서 학생 수가 줄어드는 만큼 교부금 규모가 과도하게 커 개편이 필요하다는 입장이지만, 교총은 학급 증설, 교원 증원에 추후 많은 예산이 필요하다고 반박했다. 교총은 “학급당 28명 이상인 과밀학급이 4만개가 넘는다. 과밀학급 해소가 무엇보다 시급하다”며 “학급당 20명 이하로 감축해 학생 개별 지도, 촘촘한 학력 신장 지원을 해야 기초학력 보장과 학력 격차 해소가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또 “노후학교, 재래식 화장실, 석면 교실 등 여전히 유·초·중등학교는 열악한 교육환경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며 “지금은 교부금을 줄일 때가 아니라 지속적으로 투자를 확대해야 할 시점”이라고 밝혔다.

세종시 어진동 정부세종청사 교육부. 뉴시스

대학들은 재정 지원을 해준다는 정부의 방침 자체에 대해서는 환영하고 있지만, 지원 규모는 만족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이 때문에 대학에서도 교부금을 나눠서 주는 것보다 안정적인 재정을 따로 마련해주기를 원하는 목소리가 크다. 정부는 향후 교부금법 개편을 추진한다는 방침이지만, 반발이 거센 상황이어서 진통은 계속 이어질 전망이다.


김유나 기자 yoo@segye.com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피니언

포토

한지민 '우아하게'
  • 한지민 '우아하게'
  • 정은채 '반가운 손 인사'
  • 아일릿 원희 '시크한 볼하트'
  • 뉴진스 민지 '반가운 손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