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검색

[사이언스프리즘] 복합 재해와 기후위기

관련이슈 사이언스 프리즘 , 오피니언 최신

입력 : 2022-07-13 23:31:00 수정 : 2022-07-13 23:30:59
예상욱 한양대 교수·기후역학

인쇄 메일 url 공유 - +

지구촌 폭염→가뭄→산불 잇달아
이상기상·기후發 복합재해 속출
정확한 예측으로 불확실성 해소
기후위기 시대 ‘게임체인저’될 것

지난 6월 전국 평균 열대야 일수가 전국적인 기상 관측이 시작된 1973년 이래 처음으로 1일을 넘어 역대 가장 높은 값을 기록하였다. 특히 서울과 수원을 포함한 곳곳에서 관측 사상 6월 열대야가 처음 발생했다. 기상청에 따르면 지난 6월 평균 기온은 22.4도로 평년보다 1.0도 높아 역대 세 번째로 더웠다. 우리나라만이 아니라 미국과 유럽을 포함해서 중국·일본·인도를 비롯한 아시아 전역이 기록적인 폭염에 시달리고 있다.

매년 여름을 맞이할 때마다 역대급 폭염·가뭄·홍수에 대한 소식이 이제는 크게 이상하지 않은 기후위기 시대의 한가운데 우리가 살고 있음을 부인할 수 없다. 특히 올여름 우리나라는 지역적으로 폭염과 폭우가 반복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폭우가 있으면 대기 중에 잔류해 있는 수증기량이 많아지게 된다. 수증기는 지표면에서 방출되는 에너지를 흡수해 대기와 지표면의 온도를 높이는 온실 효과를 가져온다. 그래서 태양으로 인한 일사 효과가 사라진 밤에도 대기 중에 수증기가 많으면 온도가 쉽게 내려가지 않아 열대야가 발생하기 좋은 조건이 되는 것이다.

예상욱 한양대 교수·기후역학

최근 이상 기상·기후 현상으로 하나의 재해가 발생하고 직후에 앞의 재해와 동일한 정도 혹은 보다 큰 규모의 재해가 일어나는 복합 재해의 발생 빈도가 전 지구적 규모로 커지고 있다. 한 예로 2021년 6월 하순 캐나다 서부 브리티시컬럼비아주에서 관측 사상 최고 기온(49.6도)을 기록한 다음 날 극심한 가뭄으로 대규모 산불이 발생하였다.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어서 최초의 6월 대형 산불인 지난달 경남 밀양 산불 또한 5월에 발생한 최악의 가뭄과 더불어 복합 재해로 생각할 수 있다. 참고로 올해 5월 강수량은 기후학적 평년값의 6%에 불과하였다. 2021년 발간된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 6차 보고서에서도 폭염과 가뭄이 함께 발생하는 등 복합적인 영향의 위험성이 새로운 화두로 떠올랐으며 지구온난화로 인한 복합 재해의 발생 빈도가 증가할 것으로 전망하였다.

기후위기 시대 복합 재해 발생 빈도의 증가는 왜 우리에게 또 다른 도전으로 다가오는가? 첫째, 이상 기상·기후 현상에 기인한 복합 재해는 종종 단독으로 발생하는 재해보다 생태계와 사회에 더 강한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결국 그 피해 규모 측면에서도 복합 재해는 단독 재해의 그것보다 훨씬 광범위하고 크다. 둘째, 복합 재해 발생을 야기하는 이상 기상·기후 현상의 과학적 원인과 진단에 대한 탐구가 이제 막 시작 단계에 있기 때문이다. 최근 연구 결과에 의하면 동아시아 지역에서 복합 재해를 야기하는 기상 및 기후학적인 조건은 단독 재해의 그것보다 복잡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복합 재해의 발생 원인이 지역적으로 서로 달라 그 이유를 찾는 것이 더욱 어려운 것으로 확인되었다. 이러한 특징 때문에 복합 재해에 대한 가장 큰 도전은 결국 예측과 전망의 불확실성에 관한 문제로 귀결된다. 복합 재해를 야기하는 이상 기상·기후 현상에 대한 불확실성이 줄어든 예측 및 전망 결과야말로 복합 재해가 가져올 인명 피해를 최소화하면서 경제·산업·사회적인 측면에서 선제적인 대응 방안을 세울 수 있는 가장 핵심적인 요소인 것이다.

이상 기상·기후의 원인에 대한 이해, 그리고 진단, 나아가 예측의 정확도를 높이는 것은 비단 복합 재해 현상에만 국한된 것은 아니다. 이 문제가 기후위기를 단순한 위기가 아니라 기회로 바꿀 수 있는 게임체인저의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금융 용어인 게임체인저는 시장의 흐름을 통째로 바꾸거나 판도를 뒤집어 놓을 만한 결정적 역할을 한 사람, 사건, 서비스, 제품 등을 가리키는 단어다. 정확한 기후 전망 결과는 기후위기 시대 경제·산업·사회 모든 영역에서 게임체인저가 될 것이다.

기후위기는 앞으로 올 수도 있고 오지 않을 수도 있는 불확실한 현상이 아니다. 지금 우리가 맞닥뜨리고 있는 현실이다. 이상 기상·기후에 대한 이해, 그리고 진단, 나아가 정확한 예측 정보 생산으로 기후위기를 새로운 도약의 기회로 바꿀 국가적인 관심과 환기가 필요하다.


오피니언

포토

박보영 '뽀블리의 미소'
  • 박보영 '뽀블리의 미소'
  • [포토] 고윤정 '반가운 손인사'
  • 임지연 '매력적인 미소'
  • 손예진 '해맑은 미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