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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포럼] ‘폭풍전야’ 부동산 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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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2-07-06 23:22:00 수정 : 2022-07-06 23:2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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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정부 집값 하락세 가팔라져
고금리 겹쳐 거래절벽도 심각
잦은 제도·정책 변경 신뢰 잃어
타이밍, 심리 살핀 연착륙 절실

흔히 ‘경제는 심리’라고 한다. 부동산 시장은 더 심하다. 기본적으로 수요·공급의 원칙이 작동하는 곳이지만 인간의 욕망까지 어우러져 충돌하는 곳이다 보니 시장원리보다 감정이 앞서는 경우가 허다하다. 역대 정부마다 집값 안정을 국정 최우선 순위로 두는 이유도 그만큼 정책 효과를 거두기 어렵기 때문이다.

규제 일변도의 문재인정부 부동산 정책은 실패로 귀결됐다. 26차례에 걸친 크고 작은 부동산 대책과 각종 규제를 쏟아냈지만 항상 과도한 정치화·이념화가 문제였다. 선량한 다주택자까지 ‘악(惡)’으로 규정하며 궁지로 내몰았다. 규제 대신 공급으로 눈을 돌리라는 전문가들의 말은 ‘나 몰라라’ 했다. 결과는 어땠는가. 부동산 폭등에 기대어 투기로 한몫 보려는 세력이 득실댔다. ‘벼락거지’에서 벗어나려는 ‘영끌족’을 양산하며 과잉 수요를 촉발했다. 부동산 시장에 몰아친 패닉 바잉(Panic Buying)은 부동산 시장을 움직이는 힘이 ‘심리’라는 걸 여실히 보여줬다.

김기동 논설위원

새 정부 출범 이후 부동산 시장이 방향을 잃고 표류하고 있다. 폭풍전야와 같은 고요함마저 느껴진다. 전국 아파트값 하락세가 가팔라지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의 6월 넷째주 주간 아파트 매매가격이 전주보다 0.04% 내렸다. 하락폭만 보면 2019년 8월 셋째주 이후 149주 만에 최대다. 더 우려스러운 건 거래절벽이다. 올 1∼5월 전국 아파트 매매건수(신고일자 기준)는 고작 15만5987건에 그쳤다. 전년 동기 절반 수준인 데다 2006년 관련 통계 작성 이래 가장 적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이어진 금리인상과 경기침체 우려가 겹치면서 매수세가 급감한 탓이다.

혹자는 ‘집값거품을 걷어내는 게 무슨 대수냐’고 반문할지 모른다. 한국인에게 집이 갖는 의미는 남다르다. 국민들의 자산 70%가 부동산에 묶여 있다. 과유불급(過猶不及)이라고 하지 않던가. 갑자기 체중이 늘거나, 살이 빠지는 건 건강의 이상신호다. 집값 폭등으로 인한 피로감에 거래절벽까지 겹치면 투매가 일어나고 가격이 폭락한다. 부동산 폭락에 따른 경제 충격파는 상상을 초월한다. 지난해 말 가계부채는 1870조원에 이른다. 60%가 주택담보대출이고, 집과 연관된 신용대출까지 합치면 비중은 더 높다.

한때 최고 7%까지 올랐던 대출 금리는 ‘하우스 푸어’ 공포를 키운다. 언제 터질지 모르는 경제의 시한폭탄이다. 부동산에 대한 비관적 전망은 수요를 더욱 위축시키는 악순환을 가져온다. 고물가에 자산에 기댄 소비마저 타격을 입으면 경제는 불황에 빠지기 마련이다. 연착륙이 필요한 이유다.

윤석열정부는 출범 이전부터 과거 정부와의 정책 차별화를 예고했지만 시장은 무덤덤하다. 왜일까. 정책에 대한 불신 탓이다. 시장이 신뢰하지 않으면 백약이 무효다. 이전 정부에서 잦은 제도 변경과 숱한 대책, 들쭉날쭉한 부동산 세제가 시장 기능을 왜곡시켰다. “혜택을 줄 테니 임대사업 하라”고 권하더니 1년 만에 투기세력으로 눈밖에 났다. “강남 집값은 거품”, “집으로 돈 버는 시대는 끝났다”고 목청 높이던 이들도 자기 집은 꼭꼭 지켰다.

윤석열정부 역시 부동산 정책에 대한 믿음을 주지 못하고 있다. 재건축 규제 완화를 공언하더니 슬그머니 신중론으로 태세를 전환했다. 공약파기 비판에 직면하자 흔들림없는 추진을 약속했지만 이미 시장엔 불신만 가득하다. 새 정부 첫 부동산 대책으로 내놓은 6·21 대책 역시 기대에 못 미친다. 양도 시 비과세 요건 완화 및 취득세 중과 배제기한 확대, 생애최초주택 LTV(주택담보대출비율)한도 상향 등 규제완화에 초점이 맞춰졌다. 다만 “빚내서 집 사라는 거냐”며 비판받던 박근혜정부 기조와 닮은 데 대한 우려도 크다.

물이 차갑거나 뜨겁다고 밸브를 급격히 돌리면 화상을 입거나 찬물세례를 받기 십상이다. 노벨상 수상자인 밀턴 프리드먼은 이런 행동을 ‘샤워실의 바보’라고 했다. 민감한 시장에서 급격한 정책변경은 금물이다. 타이밍과 심리를 살펴야 한다. 그릇된 처방은 부작용을 수반한다. 공자는 논어에서 무신불립(無信不立)을 강조했다. 새 정부는 백성의 믿음이 없이는 나라가 서지 못한다는 의미를 새겨들어야 한다.


김기동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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