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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소중립’ 쏙 빠진 원전 부흥정책… 장기플랜이 안 보인다

입력 : 2022-07-05 18:31:10 수정 : 2022-07-05 23:3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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尹정부 에너지 정책

원전 확대 비중 최대치 못 박고
석탄발전 ‘합리적 감축’ 내세워
재생에너지 비중도 축소 시그널

정부 에너지원별 비중 연말 공개
전문가 “탄소중립이 먼저” 지적
文 정부처럼 5년 단기성 우려 커
정부가 5일 2030년 원전 비중 30% 이상 확충을 담은 ‘새 정부 에너지정책방향’을 발표했다. 사진은 경북 울진의 신한울 1·2호기.
세계일보 자료사진

5일 발표된 ‘새 정부 에너지정책방향’의 키워드는 ‘원전’과 ‘합리’다. ‘원전’은 현재 상황에서 기대할 수 있는 최대치인 30%(2030년 기준)까지 발전 비중을 늘리고, 재생에너지 비중은 ‘합리적’으로 재정립하겠다는 메시지가 반복된다.

 

문제는 ‘합리적’이라는 단어가 재생에너지에 그치지 않고, 석탄과 천연가스(LNG) 같은 화석연료에도 함께 등장한다는 것이다.

 

정부는 “전력 수급상황·계통을 신중하게 고려하여 합리적 감축을 유도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2019년에 수립된 ‘제3차 에너지 기본계획’이 “미세먼지와 온실가스 문제 대응을 위해 석탄발전을 과감하게 감축하겠다”고 언급한 것과는 온도차가 있다. 결국 탈석탄을 앞당기기보다는 2030년 30%로 계획된 재생에너지의 비중을 줄이기 위해 ‘합리적’이라는 단어를 내세운 것 아니냐는 해석이 가능하다.

 

문재인정부의 탈원전 정책이 그랬듯 이번 정부도 탈(脫)탈원전을 정치적으로 밀어붙이는 모양새여서 결국 또다시 ‘5년짜리 에너지 정책’으로 그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탈석탄 로드맵 없이 나온 원전 정책

 

새 정부 에너지정책방향은 원전으로 시작해 원전으로 끝난다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원전산업 부흥에 강하게 무게를 실었다. 그동안 원전업계는 탈원전으로 고사 직전에 처했다고 어려움을 토로해 왔다. 이날 발표에는 “신한울 3·4호기 건설 재개를 확정해 올해 신한울 3·4호기 설계 분야 일감 120억원의 조기 집행 근거를 마련했다”는 내용이 포함됐는데, 원전산업 부흥에 대한 정부의 의지가 읽히는 대목이다.

 

아울러 건설 중인 원전은 적기에 준공될 수 있도록 관리하기로 했다. 신한울 1호기는 이미 시험가동을 시작했고, 신한울 2호기는 내년 하반기, 신고리 5호기와 6호기는 각각 내년 2024년과 2025년 준공될 예정이다.

 

원전에 대해서는 ‘발전 비중 30% 이상’이라는 목표가 뚜렷이 나온 반면, 재생에너지와 화석연료에 대한 구체적 계획은 빠졌다. 대신 정부는 ‘안정적인 전력수급 및 전력 시장상황 등을 고려해 석탄발전을 탄력적으로 운영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최근 글로벌 에너지 대란으로 연료 가격이 급등했다는 점과 재생에너지의 최대 약점으로 꼽히는 들쑥날쑥한 발전량으로 미뤄 늘어나는 원전 비중을 석탄이 아닌 재생에너지에서 가져오는 것 아닌지 짐작할 수 있을 뿐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5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국기에 경례하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에너지 정책, 각론에서 총론으로?

 

정부는 에너지원별 발전 비중은 연말 ‘제10차 전력수급기본계획’(전기본)에서 밝히겠단 계획이다. 내년 3월엔 ‘탄소중립 기본계획’이 나온다. 세부계획이 나온 뒤 거대 담론이 뒤따르는 어색한 상황이다. 지금까지 한국은 5년 단위로 ‘녹색성장 5개년 계획’이라는 큰 틀의 온실가스 감축 국가전략을 짜고, 온실가스 최대 배출원인 에너지와 관련해서는 ‘에너지 기본계획’(에기본)을 통해 장기 방향성을 그렸다. 에기본에 맞춰 전기본과 신재생에너지기본계획 등 10여개의 하위 계획이 짜여진다. 에기본이 에너지 분야의 헌법이라고 불린 것도 이 때문이다.

 

그런데 에기본의 근거법인 ‘저탄소 녹색성장 기본법’이 지난 3월 폐기되면서 모든 게 뒤죽박죽이 됐다. 정책의 정합성을 고려하면 총론에서 각론으로 논의가 흘러야 하는데 지금은 거꾸로 각론인 전기본이 먼저 나오고 여기에 총론인 탄소중립 기본계획을 짜 맞추게 됐다.

 

장다울 그린피스 정책 전문위원은 “화석연료 발전을 빨리 줄이면서 원전과 재생에너지 조합을 기술과 비용, 수용성 측면에서 어떻게 가져갈지에 대한 판단이 우선되어야 한다”며 “그러나 정부는 감축 목표는 그대로 두고 원전 비중은 30% 이상을 기본 전제로 고정시켰다. 그만큼 선택할 수 있는 조합의 폭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윤세종 플랜1.5 변호사도 “장기전략이 부재한 상황에서 원전 30% 이상을 포함한 세부계획을 짜게 되면 ‘이건 이미 정해진 거니까 바꿀 수 없다’고 돼 버리는 경우가 생길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윤지로 기자 kornyap@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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