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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의눈] 강제동원 민관協, 피해자 우선 해법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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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2-07-05 23:38:46 수정 : 2022-07-05 23:38: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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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日 재계 만남서 ‘미래’ 강조
尹정부 메시지도 ‘과거’는 빠져
日 진정한 사죄·배상 뒷전 우려
피해자 설득·당당한 외교 중요

일제강점기 강제동원 배상 해법을 모색하기 위한 민관협의회가 출범한 4일 재계가 1998년 ‘김대중·오부치 선언’(21세기 새로운 한·일 파트너십 공동선언)을 소환했다. 허창수 전국경제인연합회장은 3년 만에 다시 열린 ‘한·일 재계회의’에서 “한·일 관계 개선은 김대중·오부치 선언에 답이 있다”며 “과거가 아닌 미래를 보고, 모든 분야에서 협력을 강조한 이 선언을 지금에 맞게 업그레이드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대중·오부치 선언의 핵심은 “양국이 21세기의 확고한 선린 우호 협력관계를 구축해 나가기 위해서는 양국이 과거를 직시하고 상호 이해와 신뢰에 기초한 관계를 발전시켜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대내외에 천명한 것이다. 허 회장의 ‘덕담’에서 우려스러운 점은 미래지향적인 한·일 관계 구축 노력과 병행해야 할 과거에 대한 직시, 즉 일본의 진정한 사죄와 배상 문제에 대해서는 침묵했다는 것이다.

송민섭 외교안보부장

물론 수익 극대화가 목표인 재계는 그럴 수 있다. 하지만 국민의 생명과 안전, 재산, 국익을 최우선해야 할 정부는 그래선 안 된다. 하지만 대일정책 기조로 ‘김대중·오부치 선언 정신의 발전적 계승’을 제시한 윤석열 대통령의 최근 발언은 허 회장 발언만큼 찝찝하다. 윤 대통령은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 정상회의 직후 “과거사 문제가 양국 간에 진전이 없으면 현안과 미래의 문제에 대해서도 논의할 수 없다는 사고방식은 지양돼야 한다”고 밝혔다.

한·일 양국이 미래를 위해 협력할 수 있다면 과거사 문제 해결의 여지도 열릴 것이라는, 이른바 역사 갈등 사안과 안보·경제 현안을 분리하겠다는 투트랙 접근법이다. 하지만 외교는 상대가 있고, 과거사 문제는 휘발성이 강해 안보·경제 현안과 맞물리기 일쑤다. 전후 외교에서 ‘정·경 분리’를 원칙으로 내세웠던 일본 자민당 정부는 2018년 한국 대법원의 강제동원 피해 배상 판결이 나오자 그간의 정·경 분리 원칙을 깨고 한국에 대한 소재·부품·장비 수출 규제에 나섰고 문재인정부도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지소미아) 무력화 조치 등에 나섰다.

문재인정부는 더욱이 한·일 과거사 현안을 ‘토착왜구’ 논란 등 국내 정치에 활용해 한·일 관계를 역대 최악의 상황으로 빠뜨렸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원트랙 접근법도 위험하다. 일본군 위안부 문제에 대한 해결 없이는 일본과 대화하지 않겠다고 한 박근혜정부는 미국의 압력 등으로 피해자 설득이나 국민적 합의 과정 없이 2015년 ‘한·일 위안부 합의’를 체결했다가 국민적 반발을 샀다.

이제 첫발을 뗀 강제동원 관련 민관협의회를 향한 시선은 대체로 두 가지다. 이르면 8∼9월 대법원의 일본 가해 기업들의 한국 내 자산 매각(현금화) 관련 판결을 앞두고 강제동원 피해자와 전문가, 정부가 직접 소통할 수 있는 창구를 마련했다는 점에서 유의미한 합의점을 도출할 것이라는 기대가 나온다. 하지만 새 정부가 ‘톱다운(하향식) 방식의 속도감 있는 사안 해결’을 위해 대위변제 같은 방식으로 피해자들의 양보를 압박할 것이라는 우려가 있는 것도 사실이다.

윤석열정부는 전임 두 정부의 실패를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 우선 민관협의회 회의 등을 통해 피해자들이 납득할 수 있는 해법안을 마련해야 한다. 정부가 유력하게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한·일 기업의 자발적 출연으로 조성한 300억원 기금을 통한 대위변제 이외 피해자들 단체들이 요구한 ‘일본 가해기업과의 직접 협상’도 검토해야 한다. ‘1965년 한·일 청구권 조약’ 제3조에 근거해 국제 중재위원회에 판단을 맡기는 안도 논의해봄 직하다.

이 과정에서 중요한 것은 치밀한 해법안 모색과 진솔한 피해자 설득 작업, 그리고 당당한 외교 자세다. 정부가 답과 시한을 정해놓고 ‘한·일 관계 파국이 임박했다’고 을러선 곤란하다. 강제동원 피해자들이 모두 동의하는 해법안이 마련되면 이를 근거로 일본 정부에 반인도적 불법행위에 대한 사죄와 피해자들에 대한 기념위령사업, 역사교육 등 상응조치를 요구해야 한다. 강제동원 배상 문제를 방치하거나 어정쩡하게 봉합하기엔 피해자들 고통과 북한의 핵위협, 신냉전 시대 등 국제 정세가 너무 엄중하다.


송민섭 외교안보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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