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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영의도시산책] 주택시장의 ‘비정상의 정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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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2-07-04 23:38:26 수정 : 2022-07-04 23:3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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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값 폭등만큼 폭락도 큰 문제
치솟는 대출금리에 거래절벽
소유·거래에 대한 규제 최소화
꽉 막힌 부동산시장 열어줘야

경제위기 징후가 보이고 있다. 그동안 낮은 금리와 넘치는 통화량에 중독되어 거품에 쌓였던 경제에 심각한 균열이 생기고 있는 것이다. 증권 시세는 금년 들어 30% 이상 폭락하였다. 부동산이라고 장사일까. 여기저기서 급매물이 나오고, 지방에서부터 미분양이 나타나고 있다. 이제 부동산 시장의 연착륙에 유의해야 할 시점이다.

문재인정부 기간은 부동산 흑역사였다. 끔찍했던 기억이지만 잠깐 복기해보자. 약자의 눈물을 닦아주겠다며 구세주처럼 나타난 진보정권, 투기소득이라 볼 수 있는 집값 상승은 결단코 용납할 수 없는 적폐였다. 그래서 집값 잡는다고 온갖 규제와 강압책을 쏟아내었다. 피리를 불고 장구를 치며 굿을 해대었다. 때려잡자 집값, 쳐부수자 적폐. 지난 5년간 서울 집값은 평균 6억원에서 13억원으로 올랐다. 매년 500조원 가까운 자산소득(KB국민은행 자료). 한 해 서울시민이 땀 흘려 번 근로소득의 3배에 달하는 규모다. 점잖은 말로 해서 자산소득이지 부자들에게 공중 살포된 축복이었다. 결과적으로 강남 부자는 내내 웃었고, 집 없는 가난한 사람들은 내내 배가 아팠다. 그만큼 양극화는 심화되었다.

이건영 전 국토연구원장·소설가

그동안 정부는 집값이 춤출 때마다 특정 지역을 투기지역으로 지정하고, 재건축조합원 거래를 틀어막고, 양도세를 강화하고, 주택분양제도를 조이고, 입주권 거래를 금지하고, 분양가상한제를 강화하고, 대출을 쥐어짜서 돈줄을 말리고, 재산세 거래세 양도세를 올리고, 임대주택에 세제 혜택을 주었다가 빼앗고, 표준공시가격을 올리고, 다주택자 공직을 박탈하고, 전세난민을 거리로 내몰고… 등등 융단폭격을 퍼부었다.

그리고 연일 다주택자에게 집 팔라고 공격하고, 집 사려는 사람에게는 대출을 제한한다, 세무조사 한다며 제발 제발 집 사지 말라, 부동산중개소 근처에도 가지 말라고 다그쳤다. 시장경제의 원칙은 제쳐놓고 온통 ‘규제’만 넘실댔다. 이 같은 규제의 밑자락에는 주택시장이 ‘주거약자’와 ‘재테크강자’의 전쟁터라는 인식이 자리 잡고 있었다. ‘주택정의’를 실현한다고? 주택에도 정의가 있나?

연금 없는 직장 은퇴자가 집 한 채 더 사서 임대하는 게 죄인가? 변상 가능한 범위 내에서 대출을 받아 집을 사려는데 왜 막는가? 재건축 기다리다 급전이 필요해 파는 게 잘못인가? 이산가족이 근무처에 조그만 집 하나씩 가진 게 악인가? 직장 관계로 내 집 세주고 남의 집 살이 하면 왜 세금폭탄을 맞는가? 은퇴해 수입이 줄어도 큰 집 살면 안 되나?

집은 우리의 가장 기본적인 재산이다. 개인재산의 75%가 집이다. 우리는 집에 소박한 꿈을 갖고 있다. 처음에는 셋방살이에서 시작한다. 거기서 저축해서 시드머니가 모이면 전세로 옮기고, 차차 대출 보태서 보금자리를 갖는다. 여유가 생기면 조금 큰 집으로 옮기고, 은퇴할 때까지 대출금을 차곡차곡 갚아 나가면 내 집이 된다. 그런데 이런 사다리를 문재인정부가 걷어차 버렸다.

지난 5년간 쏟아져 나온 그 많은 규제의 내용은 전문가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다. 이 같은 규제 사슬에 옭아 매인 것은 시장이 아니고 ‘국민의 삶’이었다. 서민들은 ‘부동산 소유’ 자체가 고통스러운 짐이었다. 사기도 힘들고 팔기도 힘들고 옮기기도 힘들면, 내 집이면서 내 집이 아니다. 큰 집 살다 팔아서 세금잔치 하고 나면 집만 쪼그라든다. 사정이 이러니 ‘똘똘한 한 채’ ‘매매보다 증여’ ‘갭투자’ ‘영끌’ 등 편법적 재테크가 유행하였고, 대부분은 조용히 엎드려 정권교체만 기다렸다.

새 정부가 들어섰다. 무엇보다 망가진 시장을 바로잡아야 한다. 이제 비정상적 시장의 ‘정상화’ 기회다. 곳곳에 박힌 규제의 가시를 뽑아내고 엉망이 된 제도를 바로잡아야 한다. 주택시장 규제는 토지 이용과 건축 규제에 국한하고, 주택의 소유와 거래에 대한 규제는 최소화해야 한다. 시장 순화적인 방향으로 바꿔서 닫힌 시장을 열어주자.

지금 시장 상황은 문재인정부 시절과 다르다. 우리뿐 아니라 전 세계가 총체적 경제침체를 앞두고 있다. 금리는 계속 오르고 있다. 가령 주택담보대출 5억원이면 매달 250만원 정도 갚아야 하는데, 금리가 올라 이것이 두 배가 된다면 서민들이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다. 집값 폭등도 문제이지만 폭락도 문제다. 주택경기 하향세가 뚜렷한데, 이에 대비하여야 하지 않겠나?

그런데 새 정부가 지금까지 내놓은 정책들은 도무지 번지수가 맞지 않는다. 종부세를 낮추고 재건축용적률을 높이는 것은 분명 대선 때 특정 지역이 준 표에 대한 보답인 듯하다. 여기에 끼워넣기로 양도세 완화와 주택 250만호 공급 방안을 내놓았다. 부동산파티는 끝났는데도, 왜 하필 문재인정부가 막바지에 만지작거리던 카드를 내놓는가?

부동산 관련 세금이 ‘2% 부자 털기’ 탓에 높아져 손질이 필요한 것은 맞는다. 우리나라 부동산 세수가 총 세수의 3.66%인데 이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평균의 2.2배나 된다. 종부세는 폐지하여 재산세로 통합하여 낮추고, 거래세는 수수료 정도로 낮춰야 한다. 특히 국민주택 규모(25.7평, 약 85㎡) 이하 주택은 ‘고가주택’의 기준에서 제외하여 서민들의 세금 무게를 줄여주어야 한다. 그리고 분양제도, 의무거주제도, 분양권 등의 거래제한, 임대주택업에 대한 규제, 주택구입에 대한 여신규제, 임대차에 대한 간섭, 양도세의 황당하고 오묘한 계산법도 적절하게 조정하여 다가올 불경기 시장에 대비하여야 한다. 윤석열정부는 응답하라.


이건영 전 국토연구원장·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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