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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신중지, 입법공백은 핑계… 진짜 문제는 정치적 책임 공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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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2-06-29 08:00:00 수정 : 2022-06-28 17:5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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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연방대법원이 임신중지 권리를 보장한 ‘로 대(對) 웨이드’ 판결을 폐기한 뒤 국내 상황에도 관심이 주목되고 있다. 헌법재판소의 ‘낙태죄’ 헌법불합치 결정 이후 발생한 입법공백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나오지만, 진짜 문제는 ‘정치적 책임 공백’이라는 지적도 제기된다.

 

28일 국내 낙태죄 폐지 운동을 이끌어온 시민단체인 ‘성적권리와 재생산정의를 위한 센터 셰어(SHARE)’의 나영 대표는 “국내 임신중지 상황은 입법공백이 아니라 이를 방관하고 있는 정치적 책임 공백의 문제”라고 강조했다.

 

그는 “임신중지 권리를 보장하기 위해서는 법 제정도 필요하지만, 법을 통해서만 할 수 있는 건 아니다”면서 “보건당국을 비롯해 교육, 노동, 사회복지 등 각 책임부처가 제도적 변화를 만드는 방법도 있다”고 설명했다. 예컨대 보건당국은 △유산유도제 승인 △건강보험 적용 △의료인·상담 현장에 필요한 가이드 제공 △임신중지 정보 제공 플랫폼 구축 △1차 의료기관부터 3차 의료기관까지 연결하는 의료체계 구축 등에 나서야 했다는 것이다.

 

나영 대표는 “입법공백이 있더라도 임신중지가 비범죄화 된 2021년 1월1일부터 바로 필요한 조치를 취했어야 하는데, 지금 당국은 오히려 입법공백을 핑계 삼아 조치를 지연시키고 있다”고 꼬집었다. 이어 “국민의 건강과 안전을 생각했다면 빠르게 나섰어야 한다. 그렇지 않았던 건 당국의 책임이 부족했던 것”이라고 덧붙였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나영 대표는 “현재로서는 임신중지에 건강보험을 적용하고 유산유도제를 승인하는 게 가장 시급하다”고 말했다. 안전한 임신중지를 위해 우리 의료체계 안에서 자신의 상태에 맞는 약을 처방받고, 정해진 방법대로 약을 복용할 수 있게 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현재 국내에서는 식품의약안전처의 허가를 받은 유산유도제가 없어서, 유산유도제를 구매하려면 온라인으로 불법 거래해야 하는 실정이다. 유산유도제를 유통하다가 적발되는 경우 법적 처벌을 받기도 한다.

 

지난해 5월 대전지법은 2019년 11월∼2021년 1월 중국에서 유산유도제 ‘미프진’을 들여와 온라인에서 유통한 판매자에게 약사법 위반 혐의로 징역 8개월을 선고했다.

 

같은 해 4월 부산지법 서부지원도 베트남에서 유산제를 들여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판매한 사람에게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의약품의 정당한 유통 질서를 교란하고 국민건강에 심각한 폐해를 초래할 우려가 있어 이를 엄하게 처벌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조희연 기자 choh@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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