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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든의 대법원 비난…낙태 선고 앞두고 견제구 날렸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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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2-06-24 11:12:28 수정 : 2022-06-24 11:1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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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기 소유 허용’ 대법 판결에 "크게 실망했다"
국민들 향해 "총기 규제 목소리 내달라" 촉구
낙태 금지 판결 땐 ‘사법개혁’ 목소리 커질 듯
미국 연방대법원. AFP연합뉴스

미국 연방대법원이 낙태 관련 판결 선고를 앞두고 ‘보수’ 본색을 거침없이 드러냈다. 최근 벌어진 총기난사 참극에도 불구하고 공공장소에서의 권총 휴대를 허용한 것이다. 이에 따라 낙태도 제한을 대폭 강화하는 방향의 결정이 나오리란 전망에 더욱 무게가 실리는 가운데 조 바이든 행정부가 대법원을 강력히 비난하는 등 ‘견제구’를 던지고 나섰다.

 

미 대법원은 23일(현지시간) 일반인이 집안 말고 야외에서는 권총을 소지할 수 없고, 필요에 의해 휴대하는 경우에도 사전에 면허를 받도록 한 뉴욕주(州)의 주법에 대법관 6 대 3 의견으로 위헌 판결을 내렸다. 1913년 제정돼 100년 넘게 지켜져 온 법률이 한순간에 휴지 조각으로 전락한 것이다.

미국 연방대법원이 뉴욕주의 공공장소에서 일반인이 권총을 소지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판결을 내린 23일(현지시간) 캘리포니아주 버뱅크의 한 총포상에서 시민이 진열된 권총들을 바라보고 있다. 버뱅크=AP연합뉴스

다수의견에 가담한 대법관들은 민간인의 총기 보유를 허용한 수정헌법 2조를 근거로 “개인이 무기를 소지할 권리의 행사를 막는 것은 헌법 위반”이라고 판시했다. 지난달 텍사스주에서 어린이 19명과 교사 2명 등 21명의 목숨을 앗아간 총기난사 참극을 계기로 미 전역에서 ‘총기 규제를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으나 대법원이 이런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은 셈이다.

 

마침 대법원은 낙태 관련 사건의 판결 선고를 앞두고 있다. 임신 후 15주일이 지나면 낙태를 할 수 없도록 한 미시시피주의 주법이 위헌이냐, 합헌이냐가 쟁점인 이 사건은 대법원이 이미 합헌 쪽으로 기울었음을 보여주는 판결문 다수의견 초안이 언론에 유출돼 큰 파장을 일으킨 바 있다. 총기 관련 판결에서 보수 성향 대법관 6명이 똘똘 뭉쳐 다수의견을 형성한 것처럼 낙태 관련 사건도 보수 대법관 5명 이상만 뜻을 모으면 여성의 낙태를 폭넓게 허용한 1973년의 ‘로 대 웨이드’(Roe v Wade) 판례를 뒤집을 수 있는 상황이다.

 

자연히 진보 진영에선 이번 권총 소지 허용 판결을 ‘보수 대법원에 의한 낙태 금지 판결의 전초전’으로 받아들이며 잔뜩 경계하는 모습이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3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주지사, 노동계 지도자 등과 만나 대화하는 모습. 워싱턴=AP연합뉴스

바이든 대통령은 이례적으로 “크게 실망했다”며 대법원을 맹비난했다. 그는 판결 직후 발표한 성명에서 “미 대법원이 시민들을 보호하기 위해 오랫동안 확립돼 온 장치를 허물기로 작정했다”며 “이 판결은 상식과 헌법에 어긋나는 것은 물론 우리 모두를 심하게 괴롭힐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생명이 위협받고 있다”며 미국 국민들한테 “총기 관련 안전을 원하는 목소리를 들려달라”고 외쳤다. 요즘 미국에선 주말마다 대도시를 중심으로 총기 규제 강화를 촉구하는 시위가 열리고 있는데 이번 주말에도 대규모 집회를 통해 총기 규제에 소극적인 보수 정치권, 덧붙여 대법원까지 성토해달라고 촉구한 셈이다.

 

일각에선 바이든 대통령이 낙태 관련 판결 선고를 앞두고 대법원에 강력한 경고장을 보낸 것이란 해석을 내놓는다. 그는 대선 선거운동 당시부터 보수 절대우위 구도의 대법원을 혁파할 필요성을 역설했다. 심지어 현행 대법관 종신제를 폐지하고 임기제를 도입함으로써 나이 든 보수 대법관들이 빨리빨리 물러나게 만드는 방안까지 구상했다. 진보 성향 정치권과 법조계를 중심으로 사법개혁 논의가 여전히 진행 중인 가운데 대법원이 낙태 제한을 대폭 확대하는 방향의 판결을 내놓는 경우 대법관 임기제를 비롯한 기존의 연방법원 개혁 논의가 다시 활활 타오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김태훈 기자 af103@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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