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21발 조총으로 ‘최고의 예우’
조태용 대사 “한미동맹 발전 기원”

‘탕, 탕, 탕’
미국 버지니아주 알링턴 국립묘지에 세 차례 총성이 울렸다. 미군 의장대 7명이 모두 세 차례씩 울린 21발의 조총(弔銃)은 ‘최고의 예우’를 의미한다.
6·25전쟁에 참전해 오른팔과 다리를 잃고도 전장을 지킨 윌리엄 웨버 예비역 대령(1925∼2022년·사진)이 6·25전쟁 72주년을 앞둔 22일(현지시간) 영면에 들어갔다. 알링턴 국립묘지에서 엄수된 이날 안장식은 처음부터 끝까지 최고의 예우를 갖춰 진행됐다. 웨버 대령의 관에는 미국 국기인 성조기와 태극기가 나란히 들어가 있다고 한다. 나팔수의 진혼곡과 군악대의 조곡이 이어지면서 흐렸던 하늘에서 굵은 빗줄기가 쏟아져 내렸다.
웨버 대령은 1950년 8월 육군 공수부대 작전장교로 참전해 여러 전투를 치렀다. 강원 원주 전투에서 적의 수류탄과 박격포 공격에 팔과 다리를 잃고도 전투를 지휘해 고지를 지켜 냈다. 미국에서 1년여의 수술과 치료를 거쳐 현역에 복귀하고 1980년 대령으로 예편했다. 이후 6·25전쟁을 알리는 일에 매진했다.

웨버 대령은 1995년 워싱턴 링컨기념관 인근에 있는 한국전 참전용사 기념공원 건립을 이끌었다. 6·25전쟁에서 전사한 미군 3만6634명, 카투사 7174명의 이름이 새겨진 ‘추모의 벽’ 건립을 업으로 삼았다. 다음 달로 예정된 완공을 끝내 보지 못하고 지난 4월9일 97세로 별세했다.
안장식 예배를 주도한 군목은 “그는 애국자였고 이 나라(미국)를, 그리고 한국을 사랑했다”고 말했다. 안장식에 참석한 월터 샤프 전 주한미군사령관은 “한·미동맹, 한국의 자유와 민주주의, 인권, 법치는 그와 같은 영웅이 없었으면 불가능했을 것”이라고 했다. 조태용 주미 한국대사는 “웨버 대령의 뜻을 기려 한·미동맹이 미래세대에도 계속 튼튼히 발전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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