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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숭이두창’ 뚫리자… 또 고개 드는 ‘혐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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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2-06-23 19:40:00 수정 : 2022-06-24 08:57: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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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동성간 감염사례만으로
국내 확진자 성소수자로 단정
“입국금지시켜야” 비난 쏟아져

전문가들 “감염 노출 원인 다양”
낙인찍기땐 신고 꺼려 방역 차질
국내 첫 원숭이두창 확진자가 발생한 가운데 해외 입국자가 급증하면서 추가 유입 우려가 커지고 있다. 23일 인천공항 제1터미널 입국장 TV에 원숭이두창 관련 뉴스가 나오고 있다. 뉴스1

국내 원숭이두창 환자가 발생하자 특정 집단 등에 대한 혐오가 고개를 들고 있다. 이런 분위기가 확산하면 확진자가 두려움에 검사를 피해 감염병 대응에 장애가 될 수 있다.

 

23일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확진 이틀째인 국내 첫 원숭이두창 확진자는 인천의료원에서 지속적으로 치료를 받고 있다. 질병청은 확진자에 대해 30대 독일 입국자라는 최소한의 정보만 공개했다. 확진자와 가족의 개인정보를 보호하고, 차별 및 낙인을 발생시키지 않기 위해서다.

 

취지가 무색하게 온라인상에는 확진자를 비난하는 글이 쏟아지고 있다. ‘병에 걸렸으면 해외 있지 왜 들어오나’거나 ‘저런 사람은 입국을 금지했어야 한다’는 식이다. 성소수자로 단정하고 ‘독일에서 무슨 일을 했냐’, ‘성소수자 단속하지 않으면 더 확산할 것’이라는 등 혐오 표현도 서슴지 않는다.

 

해외 사례 분석에서 초기 발병자 중 성소수자 감염 사례가 많았다는 점이 비난·혐오의 근거가 되고 있다. 그러나 가족 간 감염이나 여성 감염도 적지 않아 동성 간 성접촉만 원인으로 보는 것은 사실 왜곡이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원숭이두창 바이러스에 감염된 동물이나 사람, 바이러스에 오염된 물질과의 밀접한 접촉을 통해 감염될 수 있다고 밝혔다. 우리 질병청은 확진자 체액이 눈, 코, 입 점막에 접촉된 경우나 확진자가 사용한 옷, 식기 등을 공유한 경우, 확진자가 진료받은 진료실을 소독하기 전 같은 진료실을 이용한 경우 등 다양한 환경에서 노출될 수 있다고 설명한다. 김우주 고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보호 장구를 착용하지 않은 의료진들 감염 사례도 있다”며 “확진자 중 남성이 압도적으로 많은 건 사실이지만 여성도 있기 때문에 그것(동성애)만으로는 설명이 안 된다”고 지적했다.

원숭이두창을 일으키는 ‘몽키폭스’(monkeypox) 바이러스 입자를 자세히 들여다본 모습. BBC 홈페이지 캡처

다수 전문가는 지역사회에 드러나지 않은 원숭이두창 환자가 존재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이번 원숭이두창 첫 환자 사례에서도 드러났듯 공항 검역으로 해외입국 확진자를 찾는 데도 한계가 있다. 결국 의심증상이 있는 경우 스스로 의료기관을 찾거나, 방역 당국에 신고하는 것이 중요하다.

 

근거 없는 비난·혐오는 원숭이두창에 대한 사회적 오명을 키워 신고를 꺼리게 할 수 있다. 2020년 5월 서울 이태원에서 코로나19 집단감염이 발생했을 때도 성소수자에 대한 혐오가 조성돼 확진자 추적에 어려움을 겪었고, 방역 당국이 익명 검사를 도입하면서 진화할 수 있었다.

 

정재훈 가천의대 예방의학과 교수는 “원숭이두창 확진자에 대한 사회적 낙인은 감염자 발견을 늦추거나 진단 자체를 어렵게 해 사회를 더 크게 위협할 수 있다”며 “사회의 안전을 보장하면서도 개인의 권리를 보호할 대응수단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진경 기자 lji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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