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 전국 평균 휘발유 가격이 최근 갤런당 5달러를 넘기며 사상 최고가를 경신한 가운데 미국에서 휘발유 판매량이 줄어들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시민들이 고유가에 부담을 느낀 영향으로 풀이된다고 22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보도했다.
유가 정보업체 OPIS 조사에 따르면 이달 첫 주 미국 주유소에서 휘발유 판매량은 작년 동기 대비 약 8.2% 줄어들었다. 동시에 14주 연속으로 전년 같은 주 대비 휘발유 판매량이 감소했다.
미국 운전자들이 높아진 휘발유 가격에 부담을 느껴 최대한 이동을 줄이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카풀이나 대중교통 이용 빈도를 높이고, 사무실 출근을 줄이는 식이다. WSJ는 “2020년 코로나19 팬데믹 확산 당시에 비해서는 미미하지만, 역사적으로 높은 휘발유 가격은 수요 억제로 이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날 국제유가는 글로벌 경기 침체 우려에 급락했다. 미국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 8월 인도분 선물가격은 3.33% 하락한 106.19달러로 거래를 마쳤다. 5달러를 넘어가던 갤런 당 휘발유 가격도 4.96달러까지 내려왔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이날 3개월간 유류세를 면제해 달라고 의회에 요청했다. 여름 휴가철 등으로 수요가 많은 계절에 휘발유와 경유에 붙는 세금을 일시 면제해 기름값을 안정화하기 위해서다. 다만, 야당인 공화당에 더해 민주당 내에서도 유류세 한시 면제의 효과에 대해 부정적인 견해가 많아 실현될지는 미지수다.
전문가들도 회의적인 목소리를 내고 있다. 무디스애널리틱스의 마크 잔디 이코노미스트는 “유류세 한시 면제는 인플레이션으로 이어질 수 있고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금리를 더 공격적으로 인상할 빌미를 준다”며 “사람들이 운전을 덜 하고, 휘발유를 덜 쓰게 해야 하는데 이 정책은 그 목표에 역행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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