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원유 수입 인도, 중·러 움직임엔 동참 안해… 미·중간 중립

중국과 러시아가 인권 문제와 우크라이나 전쟁 등과 관련한 미국과 서방의 제재에 대해 한목소리로 비판의 날을 세웠다.
23일 중국 관영 신화통신 등에 따르면 시진핑 국가 주석은 전날 영상으로 진행한 브릭스(BRICS·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 남아공 등 신흥 경제 5개국) 국가 비즈니스포럼 개막식 기조연설에서 “제재는 부메랑이자 양날의 검이라는 점이 다시 입증됐다”며 “세계 경제를 정치화, 도구화, 무기화하고 국제 금융·화폐 시스템의 주도적 지위를 이용하는 자의적 제재는 자신을 해칠 뿐 아니라 전 세계 사람에 재앙을 초래한다”며 미국을 직격했다.
시 주석은 “일부 국가는 디커플링(탈동조화)과 공급망 단절을 실행하려 한다”며 “역사의 흐름에 역행해 남의 길을 막아서려 하면 최종적으로는 자기의 길을 막게 될 것”이라고 날을 세웠다.
시 주석은 “이번 우크라이나의 위기에서 보듯 힘의 지위를 맹신하고 군사동맹을 확장하고, 다른 나라의 안보를 희생해가며 자신의 안전을 도모하면 반드시 안보의 곤경에 빠져들게 된다”며 우크라이나 전쟁의 원인을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의 동진으로 돌렸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도 연설을 통해 “정치적인 이유로 지속적인 제재가 시행되고, 압력을 행사하는 메커니즘이 더욱 강화되고 있다”며 “운송과 물류 체인을 파괴하는 등 모든 것이 상식과 기본적인 경제 논리에 반하고 있다“고 미국과 서방의 러시아 제재를 비판했다. 푸틴 대통령은 “제재는 전 세계적으로 사업 이익을 저해하고, 사실상 모든 나라의 사람들의 복지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러시아는 무역 흐름과 대외 경제 접촉을 신뢰할 수 있는 국제 파트너, 특히 브릭스 국가들로 전환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미국이 주도하는 쿼드(Quad·미국·일본·호주·인도의 안보 협의체)의 일원인 인도는 브릭스에도 속해 있어 입장이 모호한 상황이다.
인도는 중국과 함께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이후 러시아산 원유 수입을 크게 늘리는 등 서방의 대러시아 제재에 ‘우회로’를 제공하고 있다. 인도의 러시아산 원유 수입량은 지난 2월 말 우크라이나 침공 전보다 25배 이상 폭증했고, 중국의 지난달 러시아산 원유 수입량은 작년 동월대비 55% 늘었다.
그렇다고 인도가 미국에 대응하기 위한 중국과 러시아의 움직임에 동참하지는 않을 것으로 예측된다. 브릭스의 외연 확대에 견제구를 던질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블룸버그는 인도 소식통을 인용해 인도는 이번 정상회의에서 어떤 공동성명도 중립을 지키게 할 것이며 중국이 브릭스의 회원국을 늘리려는 시도도 지연시킬 계획이라고 전했다. 23일 열리는 브릭스 정상회의에 이어 24일에는 브릭스 회원국에 다른 신흥국과 개발도상국 정상들이 참여하는 ‘글로벌발전 고위급 대담회’도 영상으로 개최돼 브릭스의 외연 확대가 가시화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는 국가 비즈니스포럼 개막식 기조연설에서 “브릭스는 신흥 경제국들이 글로벌 성장의 엔진으로 부상할 수 있다는 믿음으로 설립됐다”며 “세계가 코로나 이후 회복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오늘날, 브릭스 국가들의 역할이 매우 중요할 것”이라고 미국이나 중국 어디에도 치우치지 않는 중립적인 발언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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