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계일보는 23일자 지면에서 부채규모 증대에 따른 경제 위험 가능성 증가 여부를 다루었다. 한국 가계와 기업의 부채 규모가 전체 경제의 2배를 넘는것으로 나타났고 주택 대출과 관련한 위험성이 커지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이러한 금융불안은 전세계적인 긴축주도에 따른 현상이다. 금융시스템의 불안상황을 보여주는 금융불안지수는 3월 이후 주의 단계를 유지하면서 지수가 계속 상승하고 있다. 경기침체에 대한 우려는 수출주도형 국가인 한국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고 있어 이날 한국 주식시장은 다시 하락해 연저점을 갱신했고 원화가치는 또 떨어져 원·달러 환율이 1300원대를 위협했다.
◆가계·기업 부채 GDP 대비 2.2배…시한폭탄 우려
우리나라 가계와 기업의 부채(신용) 규모가 전체 경제의 2배를 넘어선 상황이 지속하는 가운데 기업과 자영업자 등을 중심으로 부실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정부의 강력한 가계부채 총량 관리 및 금리 인상으로 부채의 양이 증가하는 속도는 둔화했지만, 질은 본격 악화하는 셈이다.
한국은행이 22일 발표한 ‘2022년 상반기 금융안정보고서’에 따르면 1분기 말 명목 국내총생산(GDP) 대비 민간 신용(자금순환통계상 가계·기업 부채 합) 비율은 219.4%에 달했다. 명목 GDP 대비 민간 신용 비율은
2020년 1분기(200.2%)에 두 배를 넘어선 뒤 지속 증가하고 있다.
올해 1분기 말 기준 가계부채는 1859조400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5.4% 증가했다. 증가세는 지난해 2분기(10.4%) 이후 둔화하고 있다.

하지만, 주택 대출과 관련한 위험성이 큰 것으로 분석된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주택담보대출과 전세자금대출을 더한 주택 관련 대출은 전체 가계대출의 67%를 차지했다. 주택 대출이 있는 가구의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과 소득대비가계대출비율(LTI)은 각각 42.2%와 241.8%로 주택 대출이 없는 가구(32.0%·200.8%)와의 괴리가 상당하다. 시장 예상대로 올해 말까지 1.00%포인트 이상 기준금리가 오를 경우 주택 대출 보유자들의 채무상환 부담이 급격히 커질 수 있다.
생산성이 낮은 산업 분야를 중심으로 커지는 기업 대출도 문제로 지적됐다. 보고서에 따르면 산업별 대출집중도와 자본생산성 간의 상관관계는 2010년 -0.74에서 2016년 -0.86, 2021년에는 -1.11로 추산됐다. 음(-)의 숫자가 커질수록 생산성 낮은 산업의 대출집중도가 높다는 뜻이다. 한은은 “기업 대출이 한계기업들에 과도하게 유입되지 않도록 코로나19 관련 금융지원을 단계적으로 정상화해야 한다”고 밝혔다.
코로나19 시기를 거치며 40% 가까이 불어난 자영업자 대출도 금리 인상이 맞물리며 문제가 커질 것으로 보인다. 올해 3월 말 기준 자영업자 대출 잔액은 960조7000억원으로, 2019년 말보다 40.3% 늘었다. 취약차주(다중채무자 중 저소득·저신용자)가 보유한 자영업자 대출도 88조8000억원으로 같은 기간 30.6% 증가했다.
한은은 2019년 12.1%였던 자영업자의 폐업률이 코로나19가 한창이던 2020년 10.9%로 오히려 후퇴한 부분에 대해서도 우려를 표했다. 한은 이정욱 금융안정국장은 “폐업 비용 부담도 있고, 폐업할 경우 정부의 금융지원 혜택이 끊길 우려가 있어 업황이 나빠지는 상황에서도 사업자 신분을 유지하는 상황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한은은 “자영업자 지원정책 방향을 유동성 지원에서 채무이행 지원 중심으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며 “금융지원조치는 단계적으로 종료하되 채무상환 능력이 떨어진 자영업자에 대해 채무 재조정 및 폐업 지원, 사업전환 유도 프로그램 등의 출구를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러한 상황에 따라 금융불안지수(FSI)는 ‘주의 단계’에 진입한 뒤 지속 상승하고 있다. 올해 1월 6.2, 2월 6.8이던 FSI는 3월 8.9가 되며 주의 단계에 들어선 뒤 4월 10.4, 5월 13.0으로 지속 상승하고 있다.
실물·금융 부문의 20가지 지표를 표준화해 산출하는 FSI는 8 이상을 주의 단계, 22 이상을 위기 단계로 분류한다. 우리나라는 과거 글로벌 금융위기 시절(2008년 12월 57.6)과 코로나19 초기 시절(2020년 4월 24.5)에 위기 단계에 진입한 바 있다. 주의 단계 진입은 지난해 1월(9.6) 이후 1년 2개월 만이고, 13.0은 2020년 9월(15.9) 이후 1년 8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경기침체 우려에 주식 ‘바닥 모를 추락’
이날 코스피는 전 거래일 대비 66.12포인트(2.74%) 하락한 2342.81에 장을 마쳤다. 종가 기준 1년7개월 만의 최저치다. 코스닥도 전일 대비 31.34포인트(4.03%) 급락한 746.96을 기록하며 연저점을 경신했다.
코스피는 장 개장 초만 하더라도 새벽 뉴욕 증시가 전부 상승 마감한 영향으로 상승 출발했다. 하지만 이후 외국인과 기관 모두 매도에 나서면서 곧 하락 전환, 낙폭을 키웠다. 외국인은 코스피에서 3207억원, 기관은 794억원을 순매도했다. 개인이 3756억원 매수하며 방어에 나섰지만 역부족이었다.
삼성전자는 이날 5만8000원선이 무너지며 5만7600원(-1.54%)으로 장을 마감, 52주 신저가를 경신했다. 삼성전자 시가총액은 6월 들어 52조원가량 사라졌다. 시가총액 10위권 기업들이 모두 하락했다. NAVER(-4.38%)와 카카오(-2.84%) 등 IT·기술주의 낙폭은 더 컸다. NAVER 주가는 지난해7월26일 고점(46만5000원) 대비 절반 이상 급락했다. 코스피는 일본 닛케이225, 홍콩 항셍, 상하이종합 등 다른 아시아 주식시장보다 하락률이 더 컸다.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달러 대비 원화 환율은 전날 종가보다 3.7원 오른 달러당 1297.3원에 거래를 마쳤다. 종가 기준으로 20일(1292.4원)과 21일(1293.6원)에 이어 3거래일째 연고점 경신이다.
코스피가 상대적으로 낙폭이 큰 것은 한국이 글로벌 주식시장에서는 ‘이머징 마켓’으로 인식되는 데다 성장산업 중심의 수출 주도형 국가여서 경기침체 국면에 외국인들의 자금 유출이 급속도로 나타나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정용택 IBK투자증권 수석연구위원은 통화에서 “외국인이나 글로벌펀드들의 안전자산 선호가 더 뚜렷해지고 있는 것 같다”면서 “한국시장은 (아시아 다른 시장에 비해) 외국인 유출입이 상대적으로 자유롭고 시장도 상대적으로 크다 보니 외국인들이 비중을 조정하기에 유리하다”고 말했다.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