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 구성 협상 여야 감정싸움…민주 "무슨 대화가 가능하겠냐"

21대 국회 후반기 원 구성 협상이 장기간 공전 중인 가운데 22일 협상 조건으로 이재명 의원에 대한 고소·고발 취하 요구가 제기됐다는 국민의힘 측 주장에 더불어민주당이 격분했다.
전날 국민의힘이 서해 공무원 피살 사건 진상조사TF와 대통령기록물 열람 문제를 꺼내들어 또 틀어진 바 있는 원 구성 협상은 이 의원 고소·고발 취하 요구를 둘러싼 양측의 진실게임까지 더해지면서 돌파구를 찾기가 더욱 어려워진 모습이다.
당초 민주당은 이날 오전 비상대책위원회의 때까지만 해도 박홍근 원내대표가 원 구성 담판을 위한 여야 원내대표 회동을 전격 제안하며 협상 의지를 보였다.
박 원내대표는 비대위 회의에서 "국정운영을 책임지는 여당이라면 막중한 책임감을 갖고 통 큰 정치력을 발휘해야 한다"며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에게 오늘 중 만나서 허심탄회하게 대화할 것을 제안한다"고 밝혔다.
박 원내대표의 제안에 국민의힘 측도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면서 이날 오후 중으로 여야 원내대표 회동이 열릴 것으로 기대됐지만 국민의힘 국회의원 공부모임 '혁신 24 새로운 미래(새미래)' 세미나에 참석한 권 원내대표의 발언이 전해지면서 분위기는 급반전됐다.
해당 세미나에서 권 원내대표는 "(민주당이) 계속 원구성과 관계없는 조건을 붙인다"며 "민주당이 대선 과정에서 고소·고발을 취하하라는데 전부 우리가 한 건 이재명 후보에 한 것이다. 이재명을 살리기 위해서 정략적으로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당이 원 구성 협상 조건으로 지난 대선 때 이 의원에게 제기했던 고소·고발건 취하를 요구했다는 주장이다.
비대위 회의 시작 때까지만 해도 원 구성 담판을 제안했던 박 원내대표는 비대위 회의 뒤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정말 얼토당토 않은 발언을, 이 살얼음 같은 협상 상황에서 찬물을 끼얹는 발언을 해서 기가 차다"며 "더 공들이고 설득하고 양보안을 제시해도 부족할 판에 없는 사실을 얘기하는 게 집권여당 원내대표로서 온당한 자세냐"고 발끈했다.
그는 "이 문제와 관련해 제가 들은 유일한 사실은 지난 4월 천안함 추모 행사에서 제 옆자리에 있던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대선 때 고소고발 사건을 어떻게 하려 하냐'고 저한테 물어와서 제가 '이건 원내 업무가 아니고 당무다. 그래서 우리당 비대위원장이랑 상의하는게 좋겠다'고 얘기한 게 전부"라고 전했다.
국민의힘에서 대선 때 상호 고소·고발 취하 문제를 먼저 언급했다는 주장인 셈이다.
이어 "진성준 원내수석부대표에게도 확인해보니 이재명의 '이' 자도 안 나왔다는 것"이라며 "그런데 이런 식으로 정쟁을 유발하고 협상에 찬물을 끼얹는 게 집권여당 대표의 책임있는 자세냐"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나는 (권 원내대표가) 사실을 왜곡한 것을 바로잡아주고 사과하지 않으면 오늘 중 만남을 갖지 않겠다"고 했다.
여야 실무협상을 주도한 진성준 원내수석부대표도 "권 원내대표가 원구성 협상 과정에서 내가 이재명에 대한 고소고발을 취하해줄 것을 원구성 협상 조건으로 제시했다고 발언했는데 전혀 그런 적 없다"며 "이재명의 '이'라고 하는 이름조차 거명한 적 없다"고 거들었다.
그러면서 "내가 얘기한 것은 원구성 조건과 무관하게 대선과 지방선거를 치르는 과정에서 양당이 정치적으로 고발한 것 등이 있으니 이것은 서로 신뢰회복 차원에서 취하하는 게 어떠냐고 하는 의사타진을 한 적은 있다"며 "그에 대해서 선거가 끝나면 늘 그래왔지 않느냐는 식의 공감도 상대 수석이 표한 바 있다"고 강조했다.
원 구성 협상과 관련해 그동안 국민의힘은 상임위원장 배분에 우선 집중하자는 입장인 반면 민주당은 체계자구심사권 등 법사위 기능 조정과 검찰 수사권 대폭 축소 및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가칭 한국형 FBI) 설치를 논의할 국회 사법개혁특별위원회(사개특위) 명단 확정까지 일괄 논의해 국회를 정상화시켜야 한다는 입장이었다.
이런 가운데 전날 국민의힘이 원 구성 외에 서해 공무원 피살 사건 관련 진상조사TF를 발족시켜 대통령기록물을 열람해야 한다는 역제안을 내놓으면서 협상은 중단된 상태다. 여기에 이 의원 고소·고발 취하 요구설을 둘러싼 양측의 감정 싸움이 더해지면서 원 구성 협상이 언제 재개될지 가늠키 어려운 상황이 됐다.
민주당은 권 원내대표의 사과가 있어야 협상 재개가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박 원내대표는 이날 오후 서울 중구 서민금융진흥원에서 열린 서민금융 지원대책을 위한 현장 방문 간담회 뒤 기자들과 만나 "아까 보니까 (권 원내대표가) '삐쳤다'는 표현까지 쓰셨던데 무슨 집권여당 원내대표가 그렇게 가벼운 말들을 쏟아내느냐"며 "무한책임 자세로 임해야 하는데 우리가 소꿉장난 하는 게 아니잖냐"고 쏘아붙였다.
이어 "사실이 아닌 거짓에 왜곡된 내용을 얘기했고 정쟁·정략을 본인이 먼저 편 것 아니냐"며 "그렇지 않아도 이 상황에서 국민 앞에 서로 말조심하고 책임지기 위한 노력을 해야 하는데 그렇게 막무가내 주장을 하면 무슨 대화가 가능하겠냐"고 했다.
여야 협상의 무기한 결렬로 봐도 되느냐는 질문에는 "사과해주시면 만날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내에서는 다수 의석을 바탕으로 국회의장단을 단독으로라도 선출해서 원 구성을 밀어붙이자는 의견이 나오고 있는 가운데 협상에 더 이상 진전이 없을 경우 오는 23~24일 예정된 의원 워크숍에서 최종 대응 방안이 정리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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