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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년 만에 무공훈장 받게됐는데 국립묘지에 묻힐 수 없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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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2-06-22 11:28:41 수정 : 2022-06-22 12:58: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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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5 홍천 전투 전사자 제주출신 故 김경우 중위
유골 인수, 고향에 안장했다가 국립제주호국원 이장 신청했지만 부적격 판정
보훈처 “이미 현충원에 위패 안치, 이중 안장 안돼” …유족, 행정심판 청구
유족 “위패봉안은 유골·시신 없는 경우만 해당, 현충원에 위패 있는지도 몰랐다”

“6·25 전쟁 당시 전사한 아버지 무공훈장을 70년만에 받게됐는데…국립묘지에 묻힐 수 없다니 기가 막힐 노릇입니다.”

 

22일 6·25 참전유공자 고(故) 김경우 중위의 딸 민성(71)씨 하소연이다.

 

6·25 참전 수훈 전사자인 고(故) 김경우 중위의 딸 민성(71)씨가 68년만에 받은 아버지의 은성화랑 무공훈장증을 들어보이며 기뻐하고 있다. 

제주 제주시 한경면 고산 출신인 고 김 중위는 한국전쟁이 발발한 1950년 10월 당시 21세에 육군에 입대했다. 신혼이던 김 중위 아내는 임신 중이었다. 육군 제3보병사단 소속인 그는 강원도 홍천 가리산 전투에서 부상을 당해 입원 치료 중 1951년 5월 숨졌다.

 

군 관계자에게서 전사자 유골을 수령하라는 연락을 받은 김 중위의 아내와 여동생은 고인의 유골을 받아 제주 한경면 선산에 안장했다.

 

유족은 60년 넘게 묘소 벌초와 제례 등을 봉행하며 고인의 공훈과 희생 정신을 기렸다.

 

그러던 중 유족에게 반가운 소식이 들려 왔다. 제주도에 국립제주호국원이 조성된다는 보도를 접하고 고인을 모실 수 있다는 희망이 가득찼다. 국립제주호국원이 조성되면 이장 신청을 하면 된다는 제주보훈청의 안내에 따라 묘소를 개장해 제주시 종합장사시설인 양지공원에 임시로 유골을 봉안했다.

 

유족은 지난해 12월 국립제주호국원이 개원하자 이장 신청을 했고, 지난 2월 이장을 승인했다는 안내를 받았다. 하지만, 3월 제주호국원은 ‘국립서울현충원 위패 봉안관에 고인의 위패가 봉안된 것으로 확인했다’라며 국립묘지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에 따라 ‘국립묘지에서 국립묘지로의 이장은 불가해 이중안장 심사 결과 부적격’하다고 유족에게 통보했다.

 

‘위패봉안’은 유골이나 시신이 없어 매장되거나 안치되지 못한 사망자의 매장기간 또는 안치기간이 지난 사람의 이름 등을 석판 등에 기록해 보존하는 것을 말한다.

 

유족은 “고인의 위패가 국립서울현충원에 모셔져 있다는 사실을 전혀 모르고 있었다”라며 이장 부적격 처분이 부당하다며 국가보훈처 제주호국원을 상대로 중앙행정심판위원회에 행정심판을 청구했다.

 

유족은 “60여년 동안 국가유공자인 전사자의 유골을 안장해 관리해 제례를 봉행하고 있음에도 유족 확인과 동의 절차도 없이 일방적으로 고인의 위패를 국립서울현충원에 봉안한 것은 명백한 잘못이며, 국가의 귀책 사유에 해당한다”라며 “국립제주호국원에 안장할 수 없게 유족에 피해를 전가하는 위법·부당한 처분”이라며 분통을 터뜨렸다.

 

제주호국원은 “국립서울현충원에 위패가 봉안돼 유골이나 시신이 없는 경우로 볼 수밖에 없고, 육군본부에 의뢰한 결과 고인이 전사 당시 화장을 했거나 유골을 유족에게 인계했음을 입증할 수 있는 자료가 없고, 청구인의 주장을 입증할만한 객관적 자료가 없다”라며 위법·부당한 처분이 아니라고 답변했다. 

 

하지만, 유족은 병적증명서에 전상 장소와 전상 입원 중 전사 내역이 명확히 기재돼 있고, 전사자 유골 인수확인서를 근거로 제시하며 “전몰자나 행방불명자, 시신이나 유골이 없는 자를 대상으로 하는 국립묘지 위패봉안 대상자가 아님은 명백하다”라며 “도저히 수용할 수 없는 개탄스럽고 책임성 없는 답변”이라고 반박하고 있다.

 

유족은 “고인의 유골이나 시신이 없다면 육군본부는 당시 입원 치료 중 숨진 고인의 시신을 어떻게 처리했는 지, 군 관계자가 유족에게 유골을 인수하도록 연락해 전달한 이유는 무엇인지, 의문점에 대해 명확한 진실을 규명해야 할 국가적 책무가 반드시 뒤따라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제주호국원 현충선양팀 관계자는 “서울·대전현충원 등에 위패가 봉안돼 있어 제주호국원에 이장·안장 승인을 못받은 사례가 20∼30건 있다. 행정심판도 3건 청구돼 있다”라며 “중앙심판위원회 재결 결과에 따라 처분할 것”이라고 말했다.

 

유족은 행정심판을 청구하는 과정에서 뜻밖의 소식을 접했다. 

 

고인이 1954년 10월 추서받은 은성화랑 무공훈장을 6·25 전쟁 72주년 기념행사에서 전달한다는 소식을 국방부로부터 통지받은 것.

 

고인의 딸 민성씨는 “유복자로 태어나 얼굴 한 번 뵌 적없은 아버지의 무공훈장을 뒤늦게나마 받게 돼 ‘왜 이렇게 늦었나’라는 아쉬움도 있지만 한없이 기쁠 따름”이라며 “아버지의 국가를 위한 희생 정신을 곁에서 늘 기릴 수 있도록 고인의 유해가 국립제주호국원에 안장돼기를 바란다”라고 말했다.


제주=임성준 기자 jun2580@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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